야구 01. 입문 방법 / 프로야구 천만관중 시대에 나도 함께 하고 싶다
방과 후 직장인이 소개할 첫 취미는 바로 야구다. 야구를 맨 처음 소개하는 이유는 소제목에도 적었듯 천만 관중을 달성할 정도로 2024년 올해 한국 야구가 정말 유례없는 흥행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야구를 좋아하는 열혈팬 중 하나로서 도대체 어떤 요인이 이 돌풍을 불러일으켰을까 궁금해서 야친자 친구들과 대화도 해보고 유튜브도 찾아보았지만 뭔가 딱 이거다! 하는 하나의 답은 없었다.
야구 예능 프로그램인 최강 야구의 인기, 류현진과 같은 스타 선수의 귀환, 평균 만오천 원으로 3시간을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등.. 얽히고설킨 여러 요인들이 그저 마침 박자가 딱 맞아 든 것이다. 이런 우연의 하모니조차 야구스럽다. 왜냐면 야구는 '덕통사고'로 빠져드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덕통사고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본인의 의지로 응원팀을 정하게 될지라도 옆에서 '왜 하필 그 팀이야?'라고 물으면 설명보단 '그것이 약속이니까'하며 웅장하게 끄덕이는 본인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막 가을 야구 시즌인데 이때가 되면 야구에 대한 관심도는 절정에 달한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야구 소식에 야구에 관심이 없던 야알못조차도 마음이 울렁울렁한다. 어라, 다들 이렇게 열광하는 거 보니 나도 함께 하고 싶은데?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입덕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응원팀을 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바로 지역 연고를 따르는 것이다. 작은 대한민국 땅이지만 지역별로 10개의 쟁쟁한 프로야구팀이 존재한다.
· 서울 잠실 - 엘지트윈스, 두산베어스
· 서울 고척 - 키움히어로즈
· 인천 - SSG랜더스
· 경기 수원 - KT위즈
· 대전 - 한화이글스
· 대구 - 삼성라이온즈
· 광주 - 기아타이거즈
· 부산 - 롯데자이언츠
· 경남 창원 - NC다이노스
특히 고향이 특정 도시인 경우에는 자연스레 그것을 약속한 것 마냥 지역 응원팀을 따르게 된다. 따라서 야구를 좋아하는 누군가의 고향을 알고 있다면 거의 80% 확률로 그 사람의 응원팀을 맞출 수 있다. 이렇게 지역으로 응원팀을 정하게 되면 고향의 끈끈함까지 더해져서 짧은 시간 안에 깊은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서울에만 3개 그리고 수도권까지 하면 총 5개의 팀이 있다. 이 경우는 지역만으로 팀을 고르기가 참 애매하다. 그리고 고향팀이 있더라도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면 홈구장에 자주 갈 수 없기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홈구장에 가서 응원을 해야 우리 팀 관중도 많고 팀 위주 행사도 진행하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다.
이 때는 유명한 선수를 따라가기도 한다. 손흥민 선수가 있는 토트넘 팬이 유독 많은 것처럼 선수를 먼저 좋아하고 그 팀을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핫한 선수로는 아쉽게 40홈런-40도루 대기록은 무산되었지만 그래도 이번 2024 시즌 엄청난 기량을 보여 준 기아타이거즈의 김도영 선수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선수가 팀을 점찍어주는 경우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몇몇 케이스에만 해당되고 보통은 '느낌'이다. 앞서 야구는 덕통사고라고 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괜히 끌리는 구단이 있다. 우리의 촉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꽤나 정확하다. 당신의 촉이 이끄는 그 팀이 바로 운명의 팀이다.
https://test-it.co.kr/test115.html
잠깐 옆으로 새서.. 구글링을 하다가 이런 신박한 테스트까지 발견했다. 본인의 셀카를 넣으면 얼굴로 어울리는 프로야구 구단을 추천해주는 테스트. 정말 다들 재밌게 산다.
여하튼! 아직 느낌이 오는 팀이 없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일단 야구는 한번 보고 싶은데 지역팀도 안 땡기고 선수들도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고 어느 팀이 뭐 하는 팀인지도 잘 모르겠는 사람. 그렇다면 그냥 주변에 있는 야구팬에게 당당히 야구장 직관 한번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해보자.
내 경우, 친구들에게 야구장 데려가달라는 부탁을 받는 날엔 아주 만반의 준비를 하게 된다. 친구가 부탁을 한 순간부터 너무 설렌 나머지 이것저것 찾아본다. 일단 이기는 경기를 보여줘야 아무래도 입덕 확률이 높으니 1,2 선발 위주의 홈경기 일정을 찾고 야구장 근처 맛집까지 줄줄이 꿰며 어떤 야구 푸드로 친구의 입맛을 사로잡을지 플랜 B까지 철저히 준비한다.
그리고 야구장의 꽃, 바로 응원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유니폼, 응원도구, 머리띠까지 바리바리 챙긴다. 그날만큼은 내 직업이 바리바리스타가 된다. 야알못 친구와 함께 하는 날은 뭔가 응원도 더 우렁차게 나온다. 이게 바로 우리 팀 응원이다 이거야, 너도 같이하자! 꼬드기기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경기 룰을 몰라도 상관없다. 내가 다 친절하게 알려줄 거니까! 그동안 주변 야구팬들에게 민폐가 될까 망설이고 있었다면 기꺼이 부탁해도 좋다. 오히려 같이 야구 보러 갈 야구 메이트가 생겼다는 것에 더 좋아할 수도 있다.
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겼다면 일단 한번 맛이라도 보는 걸 추천한다. 야구는 감사하게도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경기가 있다. 어느새 퇴근만 하면 TV 앞에 앉아 지금껏 거의 방문 기록이 없는 스포츠 채널에 매일 출석 도장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혼밥 저녁 프로그램으로 야구만 한 것이 없다.
무엇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마음 한뜻으로 팀의 승리를 염원한다는 것에 벅찰 때가 많다. 직관을 가면 각 팀 공격 시간에 응원을 하게 되는데 야구장을 가득 채우고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하나 된 목소리가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순간이 있다. 게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쫓아가서 쟁취하는 역전승과 팽팽한 동점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끝내기 적시타는 평소엔 맛볼 수 없는 보상 같은 도파민을 선사한다. 사실 나 또한 첫 직관에 한 점씩 끈질기게 쫓아가 일궈낸 9회 말 9번 타자의 끝내기 승리를 맛보았고 그 덕에 지금까지 야구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그 순간은 얼얼하다.
응원하는 스포츠팀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인생에 커다란 활기로 작용한다. 게다가 요즘 제일 핫한 야구라니?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실전이다. 얼른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으로 모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