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애드리브
권선애
꽃잎만 한 우박들 과수원에 쏟아진다
얇은 등을 흔들어 눈 코 입 날아갈 때
공손히 사과는커녕 햇볕 물고 숨는다
분홍빛 봄의 색깔 써준 대로 읽다가
잘못 읽은 꼭지에 연두 살이 붙으면
꽃샘은 바람을 키워 가지 끝을 흔든다
뿌리의 높은 얼굴 과육이 될 때까지
볼우물 자국마다 태연하게 웃는 상처
딱 한 번 외면했는데 내 몸엔 별이 가득
ㅡ《좋은시조》202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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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2013년 《포엠포엠》 시 등단,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