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임 괴롭히기
권선애
맘대로 주물러야 직성이 풀리는지
끼리끼리 뭉쳤다가 따돌리는 표정은
손쉬운 놀잇감처럼 안중에도 없는 거야
물렁한 놀림들을 따로 떼어 놓으면
혼자가 된 아이는 도깨비 그림자로
밟히고 색안경 낄 때 뒤로 넘어지겠지
웅크리고 앉아서 조물조물 건드려 봐
눈물이 새빨개져 쓰다듬는 초록색
새 입이 돋아나오면 골목은 순해질까
모여진 색깔들이 망쳐놓은 무지개
눈치채지 못한 엄마 손에서 빠져나가
발설은 끝장이라고 미움을 섞어 버렸어
ㅡ《오늘의시조》2026년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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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중앙일보》중앙신춘시조 등단. 2013년 《포엠포엠》시 등단. 시조집『불편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