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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Jan 26. 2019

스무살의 하숙집 식구들을 만나다.

스무살의 첫 대학시절의 인연. 

하숙집 사람들과, 대구에서 23년만에 다시 모였다. 

1995년의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어제의 만남 같았다.

다만, 이야기 주제가 '자녀'와 '건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수성호수의 밤길을 걸었다. 

가을밤은 쌀쌀했지만, 가슴만은 따뜻했다.      


모두가 드라마 '응답하라1994'를 보며 

우리도 저랬었는데.... " 하며 생각 했단다.     

뱅크의 "가질수 없는 너"에 가슴 시려하며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에 춤을 추고,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에" 애잔해 했었다.

가끔은 늦은 밤 울리던 삐삐소리에  누굴까하며 설레이기도 했었던 

그런 1995년 이었다.   

 

이듬해 김광석은 떠나갔고, 난 '이등병의 편지' 노래를 들으며 입대를 했다.

펼쳐질 낯선 날들에 대한 두려움, 기대감, 설레임, 쓸쓸함. 

여러 감정에 섞였던 계절.        

청춘은 쓸쓸하고, 애잔했고, 모든 것이 미완성이었다.


다음날, 대구의 '김광석의 길'을 걷었다.

김광석의 노래 '서른즘에'가 들렸다.

김광석은 삼십대의 흘러가는 젊은날을 애달프게 노래 했지만

지금의 내가 느끼는 마흔의 나이는 아직 젊다.

스물살의 가을보다도 훨씬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나이이다.

     

어쩌면 또 다시 십여년의 시간이 흐를지 모를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작별을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빠의 손에 든 선물을 

기대할 셋딸들을 생각하며

두손 가득 채우고,   

차에 올라탄다. 


스무살 청춘의 ‘가을안부’에 답장을 한다. 

마흔셋의 가을, 난 이제 잘 지내고 있다.   


By 브런치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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