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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정 Jan 27. 2022

코로나19 검사

부천종합운동장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직원 단톡방에 복지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안전을 위하여 출근 시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직원 간 소통도 자제하라는 안내였다. 보건소에서 복지관 폐쇄명령 조치가 내려오지 않아 전 직원이 정상출근을 하게 되었다.

  때마침 도서관 단시간 근로자 중에서도 자녀의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아이가 밀접접촉자에 해당해 금일부터 자가격리로 인해 출근하지 않는 직원이 있었다. 이래저래 코로나 바이러스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는 별도로 검사를 받으러 가고 나머지 직원들은 기관에 남아 업무를 정상적으로 운영했다. 다음날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중에서 또다시 확진자가 나오게 되면서 전 직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출근 후 전 직원이 코로나19 검사로 인해 선별진료소로 방문해야 하는 상황을 시에 보고하고 도서관을 하루 휴관하게 되었다.

  복지관 직원의 차를 얻어 타고 선별진료소인 부천 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그동안 우리 복지관에서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안 나오던 상황이었는데 누군가가 스타트를 끊은 셈이었다. 어떻게 확진자가 발생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 나는 사무실이 달라 자세히 알 수가 없었는데 차를 얻어 타고 가면서 듣게 되었다. 데스크에서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던 사회복무요원이 콧물을 많이 흘렸는데 본인은 추운 겨울 날씨로 인한 단순 감기라 치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상황을 예사롭지 않게 지켜보던 직원이 자가검사키트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거기에서 양성이 나와 바로 선별진료소로 가서 검사를 받아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 날 밀접접촉자인 다른 사회복무요원 한 명이 또다시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전 직원이 검사를 받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이로 인해 운전석에 앉은 직원은 세 번째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되었고 나와 다른 직원은 부천종합운동장을 처음 방문하게 되었다. 감염성 질병에 대한 걱정과 한편으로는 출근 후 업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갑작스러운 외부 일정으로 소풍 가는 느낌도 들었다. 검사 후 격리 시 점심 배달은 무엇을 시켜먹을지에 대해 차 안에서 열띤 토론을 하였다. 부천종합운동장은 복지관에서 꽤 먼 거리였다. 복지관 직원의 차를 얻어 타지 않았다면 찾아가느라 애를 먹었을 것 같았다. 종합운동장에 들어서니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북적였다. 한참 줄을 서 있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주차장에서 내려 선별진료소로 내려가니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처음 방문한 나와 다른 직원이 줄의 마지막에 서자 세 번째 검사를 받으러 왔다는 직원이 여기가 아니라며 다른 줄로 앞장섰다. 우리처럼 기관에서 확진자와 접촉하여 검사를 받는 경우와 개인 사정으로 검사를 받으러 온 줄이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여러 번 검사를 받아본 직원이 아니었다면 추운 겨울 날씨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 검사를 받을 뻔했다.

  개인 사정으로 검사를 받으러 온 줄보다는 짧았지만 여전히 긴 행렬 속에서 직원들과 함께 기다리며 수다를 떨었다. 대기시간이 긴 낯선 장소에 혼자 왔다면 무척이나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차 시간이 흘러 11시 30분 즈음이 되자 선별검사소 직원이 갑자기 내 뒤부터 끈으로 장벽을 치며 줄을 끊었다. 점심시간이라 내 뒷사람부터는 1시 이후에 검사를 진행한다며 모두 해산시켰다. 간발의 차로 점심시간 한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코로나19 검사 경력 직원에게 또다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신분 확인을 하고 직원에게 검사 키트를 받은 후 검체를 채취하는 장막 앞에 줄을 서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채취 중 고통을 호소하며 울부짖는 아이들을 마주하게 되자 두려움이 엄습했다. 검체채취 경력 직원에게 많이 아프냐고 물었더니 그 직원은 별거 아니라며 금방 끝난다고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키트를 직원에게 전달하고 마스크를 내렸다. 매우 길다란 면봉이 콧속으로 쑥 들어가더니 코끝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며 눈물이 핑 돌았다. 짧은 찰나의 순간이 매우 길게 느껴졌다. 검사를 마치고 살아서 만나자고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 혼자 TV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외출했던 아빠가 돌아왔다. 아침에 출근했는데 이 시간에 왜 집에 있냐고 묻기에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집에서 돌아다니지 말고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방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하루가 흘러갔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시작해야 했다.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즉시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출근 준비를 했다. 씻고 화장하고 옷 입고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 검사 결과 알림이 오지 않았다. 선별진료소마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다른지 단톡방에 검사 결과를 보고하는 직원들의 시간이 모두 달랐다. 9시가 조금 넘자 사결과가 나왔고 다행히 음성이었다.

  출근 후 직원들의 생사를 확인했다. 다행히 전원 음성이었다. 휴관 안내문을 떼고 도서관 정상운영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후 시에 상황을 보고했다. 시간이 지나자 점차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방문하기 시작했고 휴관 사유에 대해 물었다. 기관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여 휴관 후 전 직원이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고 건물은 소독과 방역을 마친 상태이니 안심해도 된다는 안내를 하루 종일 해야 했다. 살면서 가장 우울한 크리스마스이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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