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파크 퇴근기
코로나 이전에 <마녀체력>이라는 책을 읽고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에는 서울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천역 인근에 위치한 부천남초등학교 부설 차오름 수영장을 등록했다. 초급반에 등록해서 자유형, 배영, 평영을 차례대로 배운 후 중급반으로 넘어가 한참 접영을 배우던 시기에 코로나 사태로 수영장 운영이 중단되면서 접영을 마스터하지 못한 상태였다.
차오름 수영장에서 일 년 정도 강습을 받았는데 강사가 자주 바뀌어 여러 선생님에게 같은 영법을 새로 배워야만 했다. 똑같은 영법이라 하더라도 강사마다 가르치는 스타일이 달라 동작도 다르게 알려주었는데 처음에는 매우 혼란스러웠지만 여러 가지 방식을 터득하며 나에게 맞는 방식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평영은 아무리 연습해도 속도가 붙지 않아 강습 시간마다 괴로웠었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여러 수영 강사들의 강의 영상을 보며 꿀팁을 전수받는 방법도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유용했다. 강사마다 영법을 보여주는 방식이 조금씩 달랐는데 이를 통해 절대적인 정답은 없고 누구든지 자신의 체형이나 체력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시대가 지날수록 스포츠 과학이 발달하면서 운동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는 새로운 영법이 계속 등장하는 것 같았다.
한참 접영을 배우던 시기에 두 번의 강사 교체가 있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영장이 운영을 중단하게 되었다. 일 년 넘게 수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지만 수영장 운영이 재개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차에 부천남초등학교에서 문자가 왔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수영장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면서 기존에 납부했던 수영등록비를 환불해야하는 상황이니 수강생마다 정해진 날짜에 맞춰 학교에 방문해 등록비 반환신청서를 제출하고 사용하던 사물함 열쇠를 반납하라는 내용이었다.
초등학교는 평일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만 운영을 하고 있어 오후 6시 퇴근 이후에는 방문할 수 없는 구조였다. 차일피일 미루다 환불 기간을 놓쳤는데 저녁반을 수강했던 직장인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상황이었던 것 같다. 수영장에서 추가 환불 접수 기간을 다시 공지해주었는데 운영 시간은 그대로였다. 수영장으로 전화를 걸어 직장인이라 그 시간에 방문할 수가 없는데 환불신청서를 작성해서 이메일이나 팩스로 보내는 방식은 안 되냐고 물었더니 사물함 열쇠를 반납받아야 해서 직접 방문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리접수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나를 대신해 수영장 사물함에서 오리발과 샤워용품을 꺼내 가져다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불가능했다. 그때 불현듯 방법이 떠올랐다. 학교에 24시간 상주하는 경비 직원에게 사물함 열쇠를 반납하고 다음 날 수영장 직원이 반납받은 열쇠를 확인한 후 환불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가능할 것 같았다. 저녁 마지막 시간에 강습을 다녔기 때문에 경비 아저씨들이 수강생이 모두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후 학교 건물과 교문을 잠그는 것을 자주 봤었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자신은 사회복무요원이라 직원에게 가능 여부를 확인받은 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몇 시간 뒤 수영장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현재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 시간 이후에는 교문을 잠가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날짜와 시간을 지정하고 방문하면 경비 아저씨께서 학교 운영 시간 이후 잠시 교문을 열어줄 수 있으니 언제 올 건지를 물었다. 방문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 직원에게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학교에 방문하기로 한 날 갑작스럽게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수영장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태우기 위해서인지 버스 노선이 테크노파크를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설계되어 정류장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버스에 탑승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좁은 공간에서 여러 승객들 틈에 끼어있으려니 매우 찝찝했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에도 인도에 고여있던 빗물이 사방으로 튀어 옷과 종아리가 다 젖었다.
수영장 건물 앞에 도착했는데 교문이 닫혀있어 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경비 아저씨께서는 수영장 건물 앞 교문은 후문이고 정문만 열어줄 수 있으니 수영장 건물 반대편 방향으로 오라고 했다. 학교 운동장 반 바퀴 정도를 돌아 정문으로 갔더니 경비 아저씨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수영장 다닐 때 자주 봤던 사이일 텐데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얼굴이 낯설었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학교에 방문하는 사람이 없었는지 경비 아저씨는 나를 보고 몹시 반가워하셨다. 수영장 다닐 때 데스크에 있던 수납 직원부터 탈의실 청소 여사님, 경비 아저씨 모두 친절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경비 아저씨는 잠겨있던 수영장 건물 현관을 열쇠로 연 뒤 내가 지하에 있는 사물함에서 개인용품을 꺼내올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아저씨에게 열쇠를 반납하고 건물을 나서려는데 몇 시 타임에 수강했었는지를 물었다. 저녁반 수업을 수강했었다고 이야기했더니 본인이 주로 그 시간에 근무했기 때문에 자주 봤을 텐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시며 코로나가 종식되면 또 오라고 하셨다. 수영장 운영이 언제 재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테크노파크 인근에 위치한 부천국민체육센터에서 3월부터 수영장을 운영했지만 이용하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기 때문에 이용이 꺼려졌다. 또한 바로 옆에 위치한 부천체육관이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로 지정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는데 불특정 다수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장소에서는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도 높을 거라는 막연한 불안함도 있었다.
한참 부천남초등학교 차오름 수영장에서 등록비 반환 관련 연락을 받던 시기에 정부에서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에 사회복지시설종사자를 포함한다는 발표를 했다. 퇴근 시 사무실에 올라가 지문등록을 하려는데 갑자기 복지관 직원들이 나에게 빨리 병원 예약을 하라며 재촉했다. 무슨 소린지 몰라 잠시 벙쪄있었는데 도서관이 복지관 안에 있기 때문에 나도 접종 대상자에 포함되게 되었으니 빨리 스마트폰으로 사전예약 사이트에 접속하라며 여기저기서 쉬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해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백신 접종 예약이 쉽지 않으니 한시라도 빨리하라는 말인 것 같았는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라 내일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내 차례가 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서둘러 백신을 접종하라고 하니 몹시 당황스러웠다. 한참 뉴스에 긴급 승인받은 백신을 접종받은 후 나타난 여러 이상반응 사례들이 크게 보도되던 때라 백신에 대한 신뢰보다는 불안감이 컸던 시기였다. 백신과 관련된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전달체가 기존 독감 예방 주사 전달체와 동일한 방식인 것 같았다. 몇 주 전 부모님께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는데 크게 이상반응이 없어 가족인 나에게도 안전할 것이라 여겨져 믿음이 갔다. 그렇게 수영장 등록비 환불신청 이틀 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게 되었다.
백신을 맞은 당일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무사히 지나가나보다 싶었는데 다음날 새벽부터 갑자기 열이 오르고 식은땀이 나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정상 면역반응이라 생각하고 새벽 내내 참으며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몇 시간 뒤에도 열이 내리지 않았고 통증에 차도가 없는 것 같아 타이레놀을 한 알 먹었다. 접종 이튿날 하루 종일 고생했지만 다행히 심각한 이상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컨디션이 회복되자마자 백신 1차 접종만으로도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제 수영장에 가도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부천도시공사의 수영장 일일이용신청 사이트까지 둘러보게 되었다. 접수가 인터넷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매시간 이용할 수 있는 여성 회원 정원이 18명이었다. 수용인원이 적다 보니 빨리 마감되었다.
사전예약을 몇 번 시도했는데 경쟁자들의 빠른 예약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매번 실패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갑자기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었고 거리두기 방역 지침이 4단계로 격상되었다.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코로나 확산세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나를 위해 11주 후 백신 2차 접종 완료 전까지는 수영장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는 사이 30세 미만 사회복지시설종사자의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그들은 나보다 2주 늦게 백신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1차 접종 후 4주 뒤 2차 접종을 하게 되어 빠른 속도로 백신 접종 완료자가 되었다. 현재 코로나19로 복지관에서 하던 모든 행사가 중단된 상태였는데 전 직원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게 되면 행사나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정상화될 가능성도 있는 듯했다. 그러나 30대 이상 직원들이 11주의 접종 간격을 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게 되어 완료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중대본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물량 부족으로 화이자 백신과의 교차접종을 실시한다고 발표해 접종 완료 시기만 늦어진 채 두 종류의 백신을 맞게 되었다.
처음부터 화이자 백신을 맞았으면 모르겠지만 이종 백신의 교차접종만은 피하고 싶었다. 교차접종 시행 초기에는 중대본에서 백신 종류 변경은 불가하다고 발표했지만 방법이 있을 것도 같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병원에서 보유한 잔여 백신으로 교차접종을 피했다는 후기를 종종 찾을 수 있었다. 백신 접종이 진행될수록 점차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이 발생해 남는 백신 물량으로 교차접종을 피할 수 있었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후 본격적으로 수영장 예약 접수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예약 접수 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인데 오전 8시가 되자마자 접수를 시도해도 모든 정원이 이미 마감된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취소자가 발생하길 기다리며 하루 종일 부천도시공사 사이트를 들락거려야 했고 그런 상태로 몇 주를 보내다 보니 운 좋게 잔여석을 예매할 수 있었다. 예매에 성공해 막상 수영을 하려고 하니 두려움이 엄습했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샤워장과 탈의실을 사용해야 하고 수영장 내부의 거대한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물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찝찝했다. 특히나 수영장 물은 단시간에 교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에 깨끗할 수가 없는 구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고민을 많이 했으나 앞으로 평생 수영장을 가지 않을 생각이 아니라면 백신 접종까지 완료한 지금 시점에서 못 갈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 수영장은 높은 수준의 염소로 소독이 되어있고 물 안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기사를 보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퇴근 후 부천국민체육센터로 향했다. 출입구에서 체온을 재는데 정상체온일 경우에만 게이트가 열리는 것 같았다. 게이트를 통과해 안내원에게 부천시민임을 입증하기 위해 신분증을 확인받은 후 안심콜로 출입기록을 남겼다. 안내 직원에게 처음 왔다고 이야기했더니 키오스크로 스마트폰 바코드를 인식하여 입장 티켓을 출력하는 방법과 여자탈의실 위치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부천도시공사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인 복사골스포츠센터의 수영장은 하나의 사물함 안에 신발장과 옷장이 나뉘어 구비되어있었는데 부천국민체육센터는 입구에 위치한 신발장과는 별개로 탈의실 안에 옷장이 따로 있었다. 입장 티켓에 제시된 번호에 신발을 넣은 후 신발장에서 키를 제거하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스마트한 시스템이었고 하나의 키로 동일한 번호의 옷장 문도 여닫을 수 있는 잠금 방식이었다.
샤워장에서 샤워를 마치고 수영복으로 빠르게 갈아입은 후 수영장으로 입장했다. 예약시스템에 보여준 치열한 접수 경쟁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용자가 많지 않아 하나의 레인을 한 명씩 차지하고 수영을 할 수 있었다. 레인이 총 9개로 복사골스포츠센터 수영장의 두 배였는데 36명의 예약접수자 중에서 절반 이상이 예약만 하고 실제로는 이용하지 않는 상황인 것 같았다. 도서관 문화프로그램도 노쇼 현상이 심각한데 이러한 문제들이 공공문화체육시설에서 흔한 것 같았다. 도서관의 경우 프로그램 수강료가 무료이다 보니 일단 신청부터 하고 보는 식의 접수자들이 많았다. 선착순 모집정원 안에 들어 수강 접수가 되었는데 실제 수업 시간에는 나타나지 않는 수강생들 때문에 정작 수강을 간절히 원하는 대기자들은 수강할 수 없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런데 수영프로그램은 도서관 문화프로그램과는 달리 시설 이용요금을 지불해야 하고 선결제를 하지 않으면 예약이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때문에 비용을 지불한 예약자들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니 노쇼 현상이 단순히 비용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레인에서 타인과 밀접한 상태로 수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몇 년 만에 수영을 하게 되어 긴장했는지 호흡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고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서 금방 지쳤다. 예전에는 한 시간 넘게 수영을 해도 쉽게 지치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전광판에 제시되는 시계만 계속 쳐다보며 언제 나가야 할지를 수도 없이 고민해야 했다. 체력이 점점 떨어져서 상대적으로 체력소모가 적은 배영을 하려고 물속에 누웠는데 천장이 이상했다. 지금까지 이용했던 수영장들은 모두 천장에 수영장 레인을 따라 일렬로 선을 그어놓듯이 타일을 배치했다. 배영을 할 때는 시선이 위를 향하기 때문에 천장에 배치된 타일 라인을 보면서 나아갈 방향을 조절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부천국민체육센터 수영장은 천장에 타일 대신 투명한 플라스틱을 덧댔는지 수영장 물이 천장에 훤하게 다 비쳤다.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수영장이라 천장 공사를 하다 만 건가 싶어 황당했다. 어떻게 방향을 조절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어차피 레인을 혼자 쓰기 때문에 마주오던 사람과 부딪칠 걱정이 없어 레인 구분 선만 넘어가지 않으면 크게 문제 될 건 없어 보였다. 누운 상태로 팔과 다리를 저어가며 천장을 바라봤는데 마치 거울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물을 가로질러 앞으로 나아가는 내가 보였다. 내가 향하는 방향은 물론이고 팔과 다리의 움직임에 따라 물을 가로지르는 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예전에 한참 평영 발차기를 배울 때 배영 자세로 평영 발차기를 하면서 레인을 왕복 이동하라고 가르치는 강사가 있었다. 그때 수영장 천장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이 수영장 천장을 통해 그 말이 무슨 이야기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루 이용해보니 부천국민체육센터 수영장은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조나 시설이 최신식이었고 센터에 수영장밖에 없어 헬스나 스쿼시 등 다른 시설 이용자와 마주칠 일이 없어 오히려 안전하게 느껴졌다. 또한 사물함을 비롯한 모든 집기가 거의 신품에 가까워 깨끗했다. 예약만 성공하게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용하고 싶어졌다.
그날 이후 아침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시계를 들여다보며 수영장 예약접수 시스템이 오픈되는 8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사이트에 미리 로그인해놓은 뒤 시계가 7시 59분에서 8시로 넘어가는 정각에 곧바로 빛의 속도로 예약을 클릭해야만 접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예약에 성공한 날은 퇴근 후 바로 수영장으로 향했다. 정시에 퇴근해서 샤워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물속으로 들어가면 6시 30분 정도가 되는데 매시간의 50분마다 안전상의 이유로 강제 휴식 시간이 주어져 물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때문에 20분 정도 수영을 하고 10분 정도는 샤워장에서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체온 조절을 하다가 정각에 안전요원이 진행하는 체조를 따라하며 준비운동을 한 후 다시 30분 정도 수영을 하고 퇴실을 했다. 다른 이용자들과는 다른 주기로 수영장을 이용하다 보니 샤워장에서 마주치는 사람이 더 적을 수밖에 없었고 훨씬 안전하게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10월부터 부천도시공사 체육시설 이용자 정원이 증가되어 57명까지 예약이 가능해졌는데 그래도 한 레인에 많아야 두 명 정도가 함께 수영했다. 10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갑작스럽게 때 이른 한파가 찾아왔다. 쌀쌀한 날씨로 인해 차가운 수영장 물속으로 들어가기가 점점 꺼려져 예약해놓고도 수영장에 갈지 말지를 고민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또한 감기를 조심해야만 하는 현재 시국으로 인해 앞으로 수영장을 계속 이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수영을 하고 나면 저녁에 숙면을 취할 수 있어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방문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