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기간 만료
원 사서가 복직원을 내러 복지관에 왔다. 초반에 했던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과는 다르게 복직을 하게 되어서 그런지 살짝 민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원 사서는 도서관에 들러 짧게 인사만 한 후 빠르게 사라졌다. 계약기간이 며칠 남지 않아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데 대부분의 공고는 1월 1일 자로 사람을 뽑기 때문에 1월 31일까지 근무해야 하는 나의 처지로서는 원서를 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필 설날도 2월 1일이라 명절 수당도 받을 수 없게 되어 몹시 우울했다.
추운 날씨로 온몸이 움츠러든 데다 신경성 스트레스까지 겹쳐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이 도졌다. 통증이 심해 테크노파크 안에 있는 내과에서 장기간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야 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자 우울감이 심화되었다. 10일이 넘도록 차도가 없자 의사는 위내시경을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권해주었다. 인근 대학병원에 진료 예약을 했다. 대기가 무척 길었고 한참을 기다려 위내시경을 받게 되었다. 검사 결과 단순 위염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마지막 근무일이 도래했다. 오미크론 유행이 절정에 이르러 설 연휴가 지나면 확진자 수가 2~3만 명에 육박할 거라는 언론 보도가 연일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퇴사자 송별회를 진행할 때마다 전 직원이 간식을 배달시켜 먹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간식도 생략하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여럿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날을 맞게 되었다면 다른 직원들을 대하기가 조금 민망했을 수도 있었는데 도서관에 혼자 책상이 있다 보니 생각보다 감정을 정리하기가 수월했다. 첫 출근 할 때부터 마지막이 정해져 있었지만 막상 그날이 다가오는 상황을 기다리고 앉아있자니 하루하루가 몹시 서글프고 고단했다.
미리 작성해 놓았던 인수인계서 중에서 퇴사일 기준으로 수정할 사항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개인 물품은 미리 조금씩 가져갔던 터라 슬리퍼와 칫솔만 챙기면 되는 상황이었다. 컴퓨터 안의 각종 파일들과 휴지통을 정리하고 경력증명서와 실업급여를 수급하기 위한 고용보험 이직확인서를 담당자에게 미리 부탁했다.
오후 반차인 직원이 카톡으로 모바일 선물을 보내주었다. 종합 비타민 영양제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게 되어 감동이 밀려왔다. 메시지 카드를 읽어보니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란다는데 나 역시 복지관에서 이 직원이 꽃길만 걷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퇴근 한 시간 전 복지관 직원들과 따뜻한 차 한 잔과 인사를 나눴다. 코로나 상황으로 함께 다과를 즐기지는 못한 채 짧은 인사 후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차를 마셔야 했다. 마지막까지 도서관으로 내려와 따뜻한 인사의 말을 해준 직원도 있었다. 복지관의 여러 직원들 덕분에 도서관에서 약 11개월의 기간을 무리 없이 버틸 수 있었고 잘 헤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