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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 Sep 11. 2023

어떤 치약을 쓰고 있나요?

‘가장 싼 것’에서 벗어납시다

여러분은 어떤 치약을 쓰고 계신가요? 치약 브랜드 이름이 떠오를 수도 있고, 색깔이 떠오르기도 할 것입니다. 어제까지의 저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전 이렇게 답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가장 싼 것”. 치약은 마트에 가서 가장 저렴한 것을 고른다. 이것이 그동안 저의 기준이었습니다. 일단 치약이니까요. 칫솔 위에서 거품이 나서 이를 닦을 수만 있다면 그만인 물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간혹 디자인이 아름답고 기능이 좋답시고 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는 치약을 보면 넌더리를 치곤 했습니다. 치약에 돈을 쓰는 것은 불필요한 사치를 넘어 허세라고까지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지인의 집에 놀러 갔다가 쾌적한 생활의 수준에 감탄했던 일이 있습니다. 많은 디테일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치약이었습니다. ‘뭔 치약이 저 가격이야?’라고 생각하곤 했던 바로 그 치약이 욕실에 놓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제 마음을 두드렸던 것은 고작 ‘치약‘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사소한 치약조차도 ‘저렴한 것’이 아닌 다른 기준을 염두하고 고민을 해서 고를 수 있다는 점. 그 여유로운 선택에서 오는 풍요로움의 가능성이었습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여느 1인 가구가 그러하듯, ‘무조건 가장 싼 것’을 고집하는 물건의 종류들이 있습니다. 주방세제, 칫솔, 치약 등이 그러합니다. 비싸나 저렴하나 거기서 거기인 것, 이왕이면 아낄 수 있는 것들은 일단 마트에 가면 가격표부터 봅니다. 그리고 가장 저렴하고 가성비 좋게 살 수 있는 것을 고릅니다. 물건을 사는 데 있어 거의 모든 기준이 ‘얼마나 저렴한가’인 셈입니다.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형편’을 생각하며 골라 온 물건들은 점점 집 안의 모든 곳을 채웁니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그 물건을 보고 만지고 사용합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치약이 동났을 때, 처음으로 “이 기회에 다른 치약을 써 봐야지”라는 마음이 솟아올랐습니다. 평소처럼 마트에 가서 가격만 보고 가장 저렴한 것으로 고르는 게 아닌, 조금 가격대가 있어도 좋으니까 볼 때마다 기분 좋아질 치약으로, 더 건강하고 기능이 좋은 치약으로 골라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선택의 기준을 ‘돈’이 아닌 ‘나를 기분 좋게 할 것‘으로 둬 본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치과 의사의 치약 추천 영상 등을 보며 치약을 고르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기초적인 지식을 찾아본 뒤, 올리브영에서 새로운 치약과 칫솔을 하나씩 구매했습니다. 고민 끝에 제가 고른 것은 균형 있는 기능을 갖추고 불소 함유량이 1000ppm 이상인 센소다인 멀티케어, 그리고 색과 모양이 심플하고 극세모를 자랑하는 쏘두위(SODOWE) 칫솔입니다.



평소와는 다른 기준으로 치약을 고르니 물건을 고르는 과정부터 풍족함이 느껴져 기분도 무척 즐거웠지만, 무엇보다 치약이라는 물건 자체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동 나면 다시 사야 하는 욕실템’이 아니라 ‘이를 보호하고 깨끗하게 유지시켜 주는 케어템’이라는 물건 본연의 기능이 처음으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고작 치약과 칫솔을 평소와 다른 기준으로 고른 것뿐인데 욕실의 풍경이 보다 산뜻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돈, 돈, 돈’이 아닌 ‘좋고 도움되고 아름다운’ 가치를 기준으로 고른 물건을 매 순간 바라보고 사용하면서 드는 자존감과 풍족감이 큰 변화였습니다.


흥. 그래봤자 치약, 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 곳곳의 물건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고른 물건이냐에 따라 그것이 은연중에 내뿜고 있는 에너지가 다릅니다. 하다 못해 정말 사소한 치약까지도요. 이제부터는 넉넉하지 않으니까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심산으로 ’가장 싼 것‘만을 고르던 습관에서 한번 벗어나 봅시다. “조금 더 풍족했다면 과연 이걸 샀을까?” 집 안을 둘러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봅시다.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나올 법한 물건들이 있나요? 그렇다면 다음번엔 ‘가장 싼 것’이 아닌 ‘기분 좋은 집에 두고 싶은 것‘으로 골라 봅시다. 늘 똑같던 집이 이제부터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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