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사랑스러워지는 작은 유희
작은 분홍색 식탁. 그것이 제가 대구에서의 첫끼를 위한 한 브런치 카페를 고른 이유였습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플레이팅 사진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다름 아닌 산뜻한 분홍색의 테이블이었습니다. 듣기로는 연하늘색 다인용 식탁도 꽤 인기라는데요. 어떤 메뉴를 시켜 먹어도 하루의 첫 식사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주문한 음식은 버섯크림파스타와 아메리카노입니다. 남은 소스에 찍어 먹을 수 있는 바게트 두 조각과 당근라페도 곁들여 나왔습니다. 그 상차림을 보자마자 기분이 말랑말랑해지며 입맛이 화사하게 돌아 문득 “아, 색깔을 즐기는 음식도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고작 한 사람을 위해 준비된 식탁에 무척이나 여러 가지 색이 있었습니다. 분홍색 테이블, 뽀얀 크림, 옅은 갈색의 버섯, 싱싱한 초록빛 루꼴라, 노랗게 발하는 파스타면, 주황색 당근라페, 따뜻하게 익은 노란빛 바게트... 그리고 그 음식들을 담은 알록달록한 무늬와 빛깔의 그릇과 코스터까지. 마치 소꿉장난을 하는 것처럼 정겨운 정취와 애교가 느껴졌습니다.
음식을 즐길 때 색을 즐긴다는 것은 일상이 귀여워지고 생기가 퐁퐁 솟는 유희가 아닐까요? 늘 봐 오던 흰색이나 원목 테이블이 아닌, 통통 튀는 색깔의 테이블을 두어 집 안에 포인트를 줄 수 있겠지요. 과감한 시도가 부담스럽다면 개성 넘치는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아도 좋을 것입니다. 예쁜 색실로 두툼하게 짜인 티코스터를 컵 아래 깔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음식의 색을 고려하여 조화로운 레시피를 만들어 봅시다. 하나의 메뉴에도 여러 가지 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재료에 변주를 주는 것입니다. 김치볶음밥 위에 반숙 계란후라이로 포인트를 주고, 온통 풀떼기뿐인 샐러드 위에 빨간 방울토마토를 얹습니다. 고슬고슬 지어진 밥에 초록색 완두콩을 알알이 박혀 있으면 그게 또 얼마나 귀여운 모습인지요.
이 브런치 카페에는 식탁 위의 꽃병에 꽂힌 노란 꽃, 하얀색부터 라임색까지 다양한 색깔의 의자, 검은색 조명까지도 공간을 알록달록 밝혀주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가구나 식물 등의 장식을 활용하거나, 단순하게는 식탁 위에 과일을 담은 접시만 덩그러니 두어도 한 폭의 정물화 같은 공간이 됩니다.
색을 너무 많이 사용하지 않는 미니멀한 감성이 쾌적한 생활을 만드는 힌트라고 하지만, 때로는 마음에 드는 색을 알록달록 심어주는 것도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우리의 일상에 필요한 소소한 유희가 아닐까요? 공간을 꾸리거나 상을 차리거나 하는 등의 일상 속 어떠한 장면을 완성할 때는 ‘색을 즐기는 것‘을 염두에 둡시다. 분명 좋은 기분 전환이 될 테고 일상이 사랑스러워지는 한 끗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