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시 Jul 14. 2024

좋은 머릿결을 위한 도구들

우아한 분위기를 만드는 법

드라마 <안나>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저는 여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때 머릿결과 구두를 보거든요.”


신분을 속이고 기업 총수와 결혼을 준비하는 안나는 상견례가 끝난 후 부잣집 부모 역할을 해 준 가짜 대행 알바에게 돈봉투를 건네며 이렇게 말합니다. “결혼식에서는 두 분이 지금보다는 좀 더 의상과 머리에 신경을 써 주셨으면 합니다.“ 겉으로 볼 땐 사장님, 사모님처럼 잘 차려입은 듯해도 안나의 눈에는 그들의 미처 다듬어지지 않은 머릿결이 눈에 띄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머리 건강에 크게 신경을 쓰던 사람은 아닙니다. 머리에 들이는 노력이라고는 샴푸와 린스로 머리를 감는 것이 전부였지요. 그러다 지난 겨울, 헤어 스타일을 바꾸러 미용실을 찾았다가 ’머릿결은 좋은데 두피가 많이 안 좋네요‘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무렵 마침 일본 출장을 갔다가 일본의 헤어 제품이 유명하다는 말에 헤어크림, 헤어 밤 따위를 사 온 것을 시작으로 좋은 머릿결을 가꾸는데 도움이 되는 물건들을 하나 둘 들이고 있습니다. 마침 드라마 <안나> 속 대사가 떠올라 오늘은 좋은 머릿결을 위한 저의 루틴과 도구들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먼저 빗입니다. 손안에 두툼하게 잡히는 큼직한 나무 빗으로 머리를 감기 전에 두피부터 머리카락까지 스윽스윽 빗어줍니다. 꼬인 머리카락도 풀고 두피에도 좋은 자극을 준다고 해요.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머리를 감는 저에게는 헝클어진 머릿결을 빗질하는 이 시간이 마치 하루를 가지런히 정돈하며 마무리하는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머리 감을 땐 샴푸로 충분히 거품을 내고 나서 두피 마사지 브러시로 두피를 구석구석 긁어줍니다. 무인양품에서 산 이 브러시는 머리카락이 잘 끼지 않아 편리하고 디자인이 깔끔해 꽤 마음에 듭니다.


최근에는 린스도 바꿨습니다. 원래는 무조건 극손상케어가 좋다고 생각하며 써 왔는데요. 모발 상태에 맞는 린스를 추천해 주는 가이드를 보니 ‘극손상케어’는 자주 끊어지는 모발용이더군요. 머리카락 하나는 굵고 튼튼한 저에게는 오히려 ‘푸석푸석 건조한 모발’을 위한 제품이 필요할 것 같아 ‘실키 스무스 케어‘로 바꿨는데, 그 후부터 머릿결이 드라마틱하게 부드러워져 한 달째 놀라고 있습니다.


머리를 말릴 때는 일본에서 사 온 복숭아 향의 헤어크림을 발라줍니다. 헤어크림으로 머리카락을 한 번 코팅해 주면 드라이기의 뜨거운 열에 의한 손상을 막을 수 있다고 해요. 말린 후에도 머릿결이 한층 차분하고 부드러울 뿐더러 은은하게 풍기는 복숭아 향 덕분에 목욕 후 마음이 더욱 평온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외출할 때는 폴리쉬 오일과 헤어 밤을 꼬박꼬박 바르고 있습니다. 폴리쉬 오일은 건조하고 부스스한 모발을 마치 머리를 갓 감고 나온 것처럼 촉촉하고 윤기 나게 연출해 주어 특히 층을 많이 낸 머리에 샤프하고 가벼운 느낌을 줄 수 있어요. 일본에서 사 온 헤어 밤으로는 붕 뜬 잔머리를 정리합니다. 정수리에 잔머리가 많이 일어나면 인상이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데, 헤어 밤을 발라 차분하게 정돈하면 우아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반년 동안 방 안에 머릿결을 좋게 가꾸기 위한 도구가 많이 늘었습니다. 머릿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분위기를 가꾸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스타일은 흔히 겉으로 드러나는 물건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옷과 가방, 액세서리 같은 것으로요. 하지만 분위기는 때로 숨어 있는 물건 즉, 생활에서 남몰래 나를 도와주는 물건을 통해 만들어 갑니다. 예를 들면 빗, 샴푸, 헤어 오일 같은 것으로 말이에요.


좋은 머릿결을 만들어 주는 도구들을 사용하면서부터 더욱더 여유롭고 우아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관심이 늘었습니다. 머릿결도 정성껏 보살피고 있다는 데에서 느껴지는 윤택한 기분과 생활의 여유로움 덕분일까요.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으니 단정한 옷을 입고 싶어지고, 단정한 몸가짐을 하고 싶어지고, 단아한 미소를 짓고 싶어집니다.


드라마 속 안나는 ‘우아한 스타일’을 넘어 정말로 ‘우아한 분위기’를 갖춘 사람을 원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물건이 아닌 숨어 있는 물건들로 스타일을 넘어 분위기를 가꾸는 연습을 해 봅시다. 그 첫걸음은 서랍 속의 작은 빗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몰라요. 여러분의 ‘분위기’를 돕는 물건들은 무엇인가요?


이전 27화 편지를 쓰기 전 손을 씻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