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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Jul 31. 2022

잊혀진 자들의 전쟁-14. 한강대교 전투 1

“왜 너희들은 병원에 잠입해 있는 거지?” 빈스가 아비가일에게 물었다.



“이 병원은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명성이 높은 병원입니다. 게다가 부원장이 대통령 주치의이죠. 그래서 정재계 유명 인사들이 진찰을 받거나 치료를 받으러 많이 오죠. 그들이 병원에 왔을 때 우리 중 하나가 그 인사를 처리하고 그 인사로 변신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유명 인사들을 바꿔치기하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우리 동료가 유명 인사로 변신하여 빠져나가면 또 다른 동료가 와서 빠져나간 동료의 병원 직원 얼굴로 똑같이 변신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빠져나간 동료의 자리를 계속 메우며 유명 인사들을 계속 바꿔치기해왔습니다.”



“당신들이 처리한 인사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모두 죽었나요?”



“아니요,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 인사들은 모두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습니다.”



“어디 있죠?”



“곧 아시게 될 거예요."



“당신들은 왜 외계인 척한 건가요?” 케이트가 아비가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떤 조직이든 우두머리를 장악하면 그 조직을 장악하기 쉽죠. 지구를 빨리 장악하려면 정부의 고위 인사들과의 접촉이 쉽고 빨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호적인 외계인으로 접근하여 최신 과학기술을 전수한다고 하면 고위층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네요. 우리는 원래 지하에서 왕국을 이루며 살고 있던 종족입니다. 우리 수는 기껏해야 수백만밖에 되지 않아요. 비록 우리 종족이 탁월한 능력과 신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수십억인 인류와 정면으로 승부한다면 승산이 없습니다. 가장 빠르게 지구를 접수하려면 권력자들을 공략해야 하지요.”


“당신은 왜 당신 종족의 전쟁에 반대하고 있습니까?”



혜수의 질문에 아비가일은 대답했다.



“저는 원래 저희 왕국에 있는 대학의 역사학과 조교수였습니다만 이 전쟁에 징집당해 원치 않게 군인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저는 이 전쟁의 동기가 이해가 안 되었어요. 우리 왕국은 왕이 통치하는 체제이지만 대사제의 발언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사제는 우리의 어머니이신 지구 ‘가이아’의 계시를 받아서 항상 우리에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모르실 수도 있으나 여러분이 지구라고 부르는 이 별은 의식이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이 존재를 '가이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대사제는 어머니 가이아께서 인간을 이제 지구에서 축출하라는 계시를 내렸다는 것입니다.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어지럽히는 것도 모자라 핵무기라는 가공할 무기까지 가지고 있는 인류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인류가 가진 핵무기는 지구를 몇 번이라도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사제에 따르면 가이아께선 핵무기는 지금의 어리석은 위정자들이 지니고 있기에 너무나 위험한 물건이고 인간들을 믿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인류와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너무나 부담스럽고 위험한 일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대사제의 신탁에도 불구하고 대신들 사이에는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왕이신 케세론은 가이아의 명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결국 전쟁을 일으키기로 합니다. 저와 반대 세력들은 아무리 가이아께 신탁을 받는 대사제의 말일지라도 그의 말만 믿고 이러한 무모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무모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사제가 정말 가이아 님의 진정한 뜻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케세론 왕의 명령을 어기고 반란을 일으키기에는 왕이나 대사제가 가진 힘이 너무 막강하고 그에 비해 우리 힘은 너무 미약합니다. 그래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아비가일은 덧붙였다.



“그리고 케세론 왕은 지구에서 인간을 제외한 다른 크리처들을 포섭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습니다. 우리들의 힘에 다른 크리처들의 힘까지 합쳐지면 인간들이 우리를 막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요.”


이때 마침 국정원장의 연락이 왔다. 케이트는 잠시 통화를 하고 모두에게 알렸다.



“정부에서 OK 사인이 났어. 당장 국방부로 들어오래. 이제 렙타일 색출 작전을 시작하자고.”


대낮이라 빗자루를 타고 나르는 건 너무 눈에 띌 것 같아 역시 이번에도 나균 일행 모두 밴을 이용해 국방부로 이동하기로 했다. 벤은 빠르게 도로를 달려 어느덧 한강대교에 이르렀다. 



"저게 뭐야?" 차를 운전하던 빈스가 의아해하며 외쳤다.



한강대교 위를 달리는 벤의 저 앞에 앞서가던 차량들이 갑자기 벽을 들이받은 것처럼 멈추어 서더니 나뭇가지처럼 들려 다리 난간 옆 한강으로 던져졌다. 나균 일행이 앞을 보니 앞서가던 차량들이 던져지고 난 자리에는 제이슨을 위시하여 곰 가죽을 뒤집어쓴 거대한 덩치의 두 전사가 서 있었다. 아마도 차량을 던진 자는 곰 가죽을 뒤집어쓴 덩치들인 것 같았다.



“버서커들이군. ‘광전사’라고도 불리는 놈들이야. 곰 가죽을 뒤집어쓴 놈들 말이야. 나를 제외하면 힘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놈들이지.” 


브루노가 말했다.



달려오는 차를 양손으로 멈추어서 집어 들고 한강으로 던지는 놈들이라면 그 괴력은 무시무시할 것이었다. 그들 뒤로 수많은 렙타일 전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태까지의 도마뱀 인간들과는 달리 모두 검은색의 전투복을 입고 방패와 검을 들고 있었다. 



아비가일이 말했다.


“저들은 여태까지의 렙타일 들과는 달라요. 모두 케세론 왕의 친위대들입니다. 지금까지 상대한 렙타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거예요. 무척 강하고 노련한 병사들입니다.”



다리 건너편에 경찰차들이 도착해서 제이슨을 위시한 렙타일 친위대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경찰은 무장을 한 렙타일 친위대에게 즉시 해산하지 않으면 발포한다고 경고 방송을 했다. 그러나 버서커들이 경찰차에 태연히 다가가더니 차를 잡고 하나씩 뒤집어 버렸다. 나머지 경찰들이 발포를 시작했으나 버서커들은 별로 타격을 받지 않았고 경찰들도 한 명씩 잡아서 한강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기하던 렙타일 친위대들이 뛰어들어 방패로 총격을 막아내며 검으로 경찰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경찰들은 그들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고 결국 경찰들은 후퇴하여 무전으로 지원을 요청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브루노는 밴에서 내려서 늑대 인간으로 변한 뒤 버서커들에게 돌진하였다. 케이트와 혜수도 내려서 각각 활과 창을 영점장에서 빼내었다. 나균도 내리면서 브로드 소드(중세 기사들이 쓰던 검)를 빼어들었다. 



차를 몰던 빈스는 제이슨을 밴으로 밀어버리려고 전속력으로 그에게 돌진했다. 그러나 돌진해오는 밴을 제이슨은 피하지 않고 검을 빼어 들더니 차량을 정면의 운전석에서 차 후미까지 통째로 반으로 갈라버렸다. 차는 정확히 두 동강이 나서 양쪽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빈스는 어느새 공증으로 솟아올라 제이슨에게 검으로 일격을 가했다. 둘은 가공할 속도로 검을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혜수와 케이트는 창과 화살을 일제히 렙타일들에게 날리기 시작했다. 창과 화살이 몇몇 렙타일 친위대에겐 치명상을 입혔지만 나머지는 요리조리 피하고 방패로 막으며 혜수와 케이트에게 돌진해왔다. 싸움에 익숙해 보이는 렙타일 친위대 한 명 한 명의 움직임은 놀라웠다. 



혜수는 육중한 장검을 빼어들었고 케이트는 '삼총사'의 검사들이 쓸 법한 날렵한 검 라피에르를 빼어들었다. 그리고 제각기 달려드는 친위대와 싸우기 시작했다. 



나균은 브로드 소드를 휘두르며 그동안 축적된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노련한 친위대 병사들도 나균의 검 앞에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케이트와 혜수 역시 빼어난 검술 실력으로 하나씩 적을 쓰러뜨리며 친위대를 상대하고 있었으나 적은 끝도 없이 계속 밀려들었다. 나균 일행은 선전하고 있었으나 압도적인 수의 차이로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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