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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Aug 19. 2022

잊혀진 자들의 전쟁-16. 한강대교 전투 3

상황이 절망적으로 돌아갈 때 유쾌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오즈가 등장했다.



“You guys seem to be having a hard time(여러분 좀 힘든 것처럼 보이네요).”



“오즈님, 오셨군요!”



기쁨에 찬 빈스가 외쳤다.



오즈는 공중에 큰 빛의 원을 만들었다. 그러자 원에서 거대한 뱀이 튀어나왔다. 뱀의 크기는 크라켄에 맞먹는 것이었다. 뱀은 크라켄에 게 쇄도하여 이빨을 크라켄의 몸뚱이에 박아 넣고 크라켄을 칭칭 감기 시작했다. 확연히 크라켄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러나 오즈의 뱀조차도 크라켄을 완전히 압도할 수는 없었다. 



크라켄의 촉수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촉수의 일부는 뱀을 떼어놓으려고 뱀을 휘감았지만 일부는 계속 나균 일행과 마녀들을 공격하였다. 하지만 이전처럼 정확히 상대에게 공격을 가하지는 못했다. 크라켄 때문에 물러나 있던 렙타일 친위대와 제이슨도 다시 공격해왔고 나균 일행도 마녀들과 함께 반격을 했다. 



혜수와 케이트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크라켄에게 창을 던지며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데 멀린의 손끝에서 갑자기 푸른 번개가 쏟아져 나와 혜수를 저격했다. 혜수는 정신을 잃고 빗자루에서 떨어져 내렸다. 케이트가 떨어지는 혜수를 구하려 날아가자 거대한 크라켄의 촉수가 이를 가로막았다. 이를 본 오즈도 손에서 붉은빛을 쏘아 올려 멀린의 푸른 번개를 맞받아쳤다.



그 순간 추락하고 있는 혜수를 발견한 나균은 다리 난간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혜수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린 것이다. 한강으로 추락하는 와중에 나균은 혜수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닿기에는 너무 멀었다. 이대로는 혜수는 곧 한강에 빠질 것 같았다.



‘제발 혜수를 구할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소서.’



간절한 기도가 마음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고는 갑자기 나균은 자신이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 사이에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금 전까지의 치열했던 전투는 온데간데없고 끝없는 우주 속을 천천히 유영하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평온하고 고요한 세계였다. 



그러나 마음에서 혜수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다시 떠올랐다. 그 순간 눈앞에 찬란히 빛나는 검이 나타났다. 나균은 왠지 모르게 그 검에 강력하게 마음이 끌렸다. 그러고는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를 잡자마자 강력한 힘이 나균의 몸을 타고 흘렀다. 마침 온몸에 강력한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그리고 나균은 현실로 돌아왔다. 나균은 아직 추락하고 있었고 혜수는 물에 부딪치기 직전이었다.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물속으로 추락해도 표면의 반발력 때문에 아스팔트 바닥에 부딪치는 것과 다름없다. 혜수는 목숨을 잃기 직전이었다. 그 순간 나균은 왼손을 뻗어 보이지 않는 힘으로 혜수의 추락을 멈추었다. 혜수는 공중에 떠서 정지해 있었다. 



그리고 나균은 혜수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한 팔에 안았다. 원래 나균은 박쥐로 변하지 않고서는 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검 때문인지 공중에 힘들이지 않고 떠 있었다. 나균은 혜수를 다리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케이트에게 넘겨주었다. 그러고 나서 나균이 들고 있는 검이 갑자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비가일이 외쳤다.



“저 검은 엑스칼리버가 틀림없어요.”



마(魔)를 퇴치한다는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를 본 멀린의 얼굴이 굳어졌다. 크라켄은 급속히 힘을 잃은 듯했고 뱀을 감고 있던 촉수가 풀리기 시작했다. 나균은 자신을 가로막는 크라켄의 거대한 촉수를 베어내며 곧장 크라켄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멀린은 오즈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날아오는 나균을 보고도 어찌할 수 없었다. 



어느새 엑스칼리버가 크라켄의 머리에 꽂혔다. 크라켄의 촉수들이 한강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크라켄의 몸통도 한강 속으로 침몰했다. 오즈와 계속해서 푸른 번개를 쏘며 대결하고 있던 멀린은 빛을 거두고 낭패의 표정을 띠었다. 그리고 홀연히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제이슨도 친위대에 서둘러 퇴각을 명하고 재빨리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균의 손에 들려 있던 엑스칼리버도 적들과 함께 사라졌다. 검은 아마 영점장으로 되돌아간 듯했다. 한강대교는 쑥대밭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나균 일행은 대부분 무사했다. 



비록 마녀들과 군인, 경찰들 중에 사상자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적의 피해를 생각한다면 큰 승리라 부를만했다. 그런데 다리 위에 있어야 할 수많은 렙타일 친위대와 버서커들의 시체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아마도 멀린이 후퇴하며 어떤 이유에서 이들을 회수해 간 듯했다. 오즈의 뱀도 다시 공중에 나타난 빛의 원 속으로 사라졌다.


아비가일은 나균에게 어떻게 엑스칼리버를 가지게 되었는지 물었다. 이에 나균은 추락하다 어떤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아비가일이 설명했다.



“제 생각엔 그 순간 나균 씨의 의식이 영점장으로 직접 이동해 들어간 것 같아요. 아마 혜수 씨를 구해야겠다는 절박함이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점장은 인류와 모든 생명체가 쌓아 온 기억과 우주의 근본 에너지로 가득 찬 곳입니다. 

 여기에서 나균 씨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나균 씨의 무의식이 끌어당겼고 그것이 엑스칼리버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무의식은 의식의 그림자라서 둘은 항상 붙어 있어요. 의식이 가는 곳에 무의식도 같이 가죠. 

 개인의 의식이 영점장으로 직접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나균 씨는 무한한 영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영점장으로 직접 진입하려면 의식이 매우 맑고 진동이 높아야 하거든요.”



혜수는 이제 정신을 차렸다. 



“이제 괜찮아. 나균, 정말 고마워. 마법사의 푸른 번개에 뇌격당하기 직전에 에너지로 보호막을 쳐서 다행히 치명상을 입은 것 같진 않아.”



“회복해 줘서 고마워. 언제든 네가 위험에 빠지면 내가 구해줄게.”



나균은 눈시울을 붉히며 답했다.


마녀들은 안가로 가서 잠시 대기하도록 하고 이제 나균 일행은 오즈가 타고 온 사치스럽고 길이가 무려 8m에 이르는 하얀 리무진에 탑승했다. 내부는 마치 클럽 안처럼 보였고 알록달록한 네온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오즈는 웃으며 말했다.



“내 취향이야. 국방부에 도착할 때까지 편하게 있도록 하게. 빈스의 얘기를 듣고 마냥 영국에 있을 수는 없어서 달려왔어.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한 것 같아 기쁘구먼." 



케이트는 밴 안에서 일행에게 얘기했다.



“적어도 지금으로선 국정원장은 인간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 라이언이 전한 정보가 묵살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한다면 말이야. 하지만 한국 정부 고위층에 렙타일이 있는 건 분명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이동하는 길목에 제이슨과 친위대가 기다리고 있었을 리가 없거든. 오늘 우리가 국방부로 이동하는 걸 아는 사람은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몇몇 고위층 밖에 없을 거야.”


이윽고 밴은 국방부 청사에 도착했고 이미 와 있던 정두용 국정원장이 손수 나와 나균 일행을 맞이했다. 



“이미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께 라이언의 정보를 보고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보시고 이미 정부와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외계인의 체포 명령을 내리셨어요. 그리고 내각의 중요 인사들 모두 여기 회의실에 모이게 했습니다. 케이트 씨와 혜수 씨께서 그들 중에 누가 렙타일인지 밝혀주셔야 하겠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곧 회의실에 도착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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