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일 Jan 11. 2023

나는 스포츠를 싫어한다.

그래서 혼자 달린다.

나는 스포츠를 싫어한다. 

    

축구는 아무도 내게 공을 안 줘서 싫고, 

배구는 내게만 공을 줘서 싫다.

골프는 힘껏 쳤는데 내 앞에 톡 떨어져서 싫고, 

테니스는 힘껏 치면 공이 나가서 싫다. 

수영은 내가 말라서 싫고, 

헬스는 해도 표가 안 나서 싫다.

농구는 공이 안 들어가서 싫고, 

야구는 공이 안 맞아서 싫다.

마라톤은 힘들어서 싫고, 

다이빙은 무서워서 싫다.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싫고

속도와 경쟁하는 것도 싫다.

다른 사람과 시간 맞추는 것도 싫고

질 때가 많아서 싫다. 

    

그래서 혼자 달린다.

나는 달린다. 고로 살아있다.

생각은 존재의 이유지만, 달리기는 살아있다는 실재이다.  

    

천천히 달리기 시작해서 점차 속도를 높인다.

숨이 가쁘다.

심장이 뛴다.

땀이 흐른다.    

 

내가 건강하구나.

괜찮은 사람이구나.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런 걸 달리면서 느낀다.    

 

생각이 몸을 지배할 때도 달린다.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나를 집어삼키려 할 때가 있다.

달리면 생각에 가 있던 의식이 몸으로 집중된다.

문득 안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생각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더 빨리 달린다.     


언제든 할 수 있어서 좋고,

언제든 멈출 수 있어서 좋다.

혼자 할 수 있어서 좋고,

집 근처에서 할 수 있어서 좋다.

준비물이 몸 하나여서 좋고,

돈이 들지 않아서 좋다.

배울 필요가 없어서 좋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서 좋다.

남과 비교하지 않아서 좋고,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서 좋다.   

  

나는 스포츠를 싫어한다.

그래서 혼자 달린다.               


          

울산대공원의 아침


작가의 이전글 꽃이 좋아 시작한 사진이 꽃사랑을 이어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