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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Jan 28. 2022

하루를 애쓴 나에게 꽃을 바친다

행복한 일은 내 스스로 만들면 되는 거다

10대 때에는 꽃을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20대가 넘어서고 나니 나이가 들었는지 몽우리진 꽃봉오리만 봐도 입가에 미소가 그윽해졌다. 그래서인지 지하철 안에 팔고 있는 꽃가게들도 한 번씩 곁눈질로 쓱 보고, 화분 가게 앞에 진열되어 있는 꽃다발들을 보며 누구 품으로 갈지 좋겠다며 괜히 흐뭇한 생각도 들었다.


특히나 말쑥하게 차려입은 남성분들이 어색하게 꽃다발을 손안에 쥔 것을 보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어떤 여자인지 몰라도 분명 오늘 하루는 저 꽃을 받으며 행복할 거다. 꽃을 준 남자도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며 잠깐의 쑥스러움과 만족감으로 행복할 거다.


꽃은 잠깐이지만 순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좋은 식물 같다.


어느 때처럼 지루함을 겨우 벗어나 막연한 퇴근길에서 함께 있었던 팀원들과 나의 시야에 오천 원 알짜로 파는 꽃 상인이 나타났다. 카네이션, 장미, 튤립, 모르는 종류의 꽃들이 잔뜩 엉성한 포장지에 묶여 더미처럼 산을 이뤘다. 지하철역 아래로 내려가면서도 살까 말까 수십 번을 고민하다 나와 눈이 맞았던 A 씨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읽었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곧바로 다시 계단을 올라 추운 길거리에서 꽃장수가 파는 꽃더미를 뒤지며 가장 자기들 눈에 예쁜 것을 고르려 애썼다. 잠시 뒤, 나는 적보라 빛 튤립 종류를 품에 안고 있었고 A 씨는 엔젤이라는 이름처럼 새하얀 눈송이 같은 꽃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아직 꽃봉우리가 모아져 있는 상태이다. 원래 이런 꽃종류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날은 어쩐지 보랏빛색이 마음에 들어 골랐다.

A 씨는 가끔 꽃을 집에 두는  좋아서 이렇게 종종 사간다고 말했다. 나는 꽃을 좋아하고,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고 맞받아쳤다. 우리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선물을  아름 안으며 뿌듯하게 웃곤 헤어졌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화병을 찾아(화병이 없어서 유리잔에 넣었다) 물에 넣고 꽃을 예쁘게 세팅하려 노력했다. 처음엔 남의 떡이   보인다고 지하철에서 A 씨가 고른 엔젤이라는 꽃을 보니,  꽃이 투박해 보이고 잎사귀도 너무   같아 잠깐  아이를 고른 것을 후회도 했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화병에 꽂자  꽃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물에 넣자 활짝핀 꽃. 아직도 이름이 뭔지는 모르지만 튤립종류인것 같다.

보라색 봉오리가 활짝 핀 꽃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허전했던 내 방에 생기를 채워주고, 침대에서 얼굴을 돌릴 때마다 예쁘게 핀 꽃을 보며 나는 행복을 찾았다. 곧 꽃잎이 져버릴 것도 알고, 이 순간이 한순간이라는 걸 알지만 나는 이렇게 둠으로써 지금 당장은 행복했다. 하루 동안 지겹고 하기 싫은 일만 했던 내게는 행복이 순간만 찾아와도 좋았다. 그리고 난 그런 게 쌓여 내 삶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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