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애쓴 나에게 꽃을 바친다

행복한 일은 내 스스로 만들면 되는 거다

by 이 영

10대 때에는 꽃을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20대가 넘어서고 나니 나이가 들었는지 몽우리진 꽃봉오리만 봐도 입가에 미소가 그윽해졌다. 그래서인지 지하철 안에 팔고 있는 꽃가게들도 한 번씩 곁눈질로 쓱 보고, 화분 가게 앞에 진열되어 있는 꽃다발들을 보며 누구 품으로 갈지 좋겠다며 괜히 흐뭇한 생각도 들었다.


특히나 말쑥하게 차려입은 남성분들이 어색하게 꽃다발을 손안에 쥔 것을 보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어떤 여자인지 몰라도 분명 오늘 하루는 저 꽃을 받으며 행복할 거다. 꽃을 준 남자도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며 잠깐의 쑥스러움과 만족감으로 행복할 거다.


꽃은 잠깐이지만 순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좋은 식물 같다.


어느 때처럼 지루함을 겨우 벗어나 막연한 퇴근길에서 함께 있었던 팀원들과 나의 시야에 오천 원 알짜로 파는 꽃 상인이 나타났다. 카네이션, 장미, 튤립, 모르는 종류의 꽃들이 잔뜩 엉성한 포장지에 묶여 더미처럼 산을 이뤘다. 지하철역 아래로 내려가면서도 살까 말까 수십 번을 고민하다 나와 눈이 맞았던 A 씨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읽었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곧바로 다시 계단을 올라 추운 길거리에서 꽃장수가 파는 꽃더미를 뒤지며 가장 자기들 눈에 예쁜 것을 고르려 애썼다. 잠시 뒤, 나는 적보라 빛 튤립 종류를 품에 안고 있었고 A 씨는 엔젤이라는 이름처럼 새하얀 눈송이 같은 꽃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아직 꽃봉우리가 모아져 있는 상태이다. 원래 이런 꽃종류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날은 어쩐지 보랏빛색이 마음에 들어 골랐다.

A 씨는 가끔 꽃을 집에 두는 게 좋아서 이렇게 종종 사간다고 말했다. 나는 꽃을 좋아하고, 나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고 맞받아쳤다. 우리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선물을 한 아름 안으며 뿌듯하게 웃곤 헤어졌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화병을 찾아(화병이 없어서 유리잔에 넣었다) 물에 넣고 꽃을 예쁘게 세팅하려 노력했다. 처음엔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지하철에서 A 씨가 고른 엔젤이라는 꽃을 보니, 내 꽃이 투박해 보이고 잎사귀도 너무 큰 거 같아 잠깐 이 아이를 고른 것을 후회도 했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화병에 꽂자 내 꽃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물에 넣자 활짝핀 꽃. 아직도 이름이 뭔지는 모르지만 튤립종류인것 같다.

보라색 봉오리가 활짝 핀 꽃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허전했던 내 방에 생기를 채워주고, 침대에서 얼굴을 돌릴 때마다 예쁘게 핀 꽃을 보며 나는 행복을 찾았다. 곧 꽃잎이 져버릴 것도 알고, 이 순간이 한순간이라는 걸 알지만 나는 이렇게 둠으로써 지금 당장은 행복했다. 하루 동안 지겹고 하기 싫은 일만 했던 내게는 행복이 순간만 찾아와도 좋았다. 그리고 난 그런 게 쌓여 내 삶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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