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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방울 꽃 Oct 14. 2024

01. 자책: 다 내 잘못인 것 같아

그 시절 내가 원했던 말은

사춘기 시절 엄마와 다투고 나면 가슴을 치며 펑펑 울곤 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돌변했다.'라고 표현했다.

어른들은 평소에 차분하고 조용했던 내가 한 번씩 화를 내면 그저 치기 어린 순간이라고 생각하셨다.

그때의 나는 억울한 마음보다도 답답한 마음에 울분이 쌓이곤 했다.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이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아무도 내가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해 물어봐주지 않았다.

그저 그 순간이 지나 빠르게 원래의 딸로 돌아오길 바랐을 뿐.


그 시절 어른들은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나에게 적용했다. 그저 내 분노가 알아서 가라앉기를 기다리셨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기에 먼저 화해를 거는 쪽은 나였다.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잘못을 인정해야 했고 없는 잘못은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다 내 잘못이야.'라는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마음이 지쳐있던 그 순간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어도 속에 분노를 꾹꾹 담아놓게 되었다. 정말 쉬운 방법이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부모님의 은혜를 모르고 이렇게 행동해서는 돼.'라고 생각하면 잘못이 되었으니까.


어른이 되어서도 '분노'라는 감정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다루기 어려운 마음이 되었다.

에서 선을 넘고 남을 깎아내리는 무례한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처음에는 분노가 올라오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의견도 제대로 잘못이야.', '조금 더 명확하게 말했다면?', '내가 조금만 더 참았다면?'

자책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내 감정을 더 이상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잘못이니 굳이 이야기를 들어줄 이유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To. 이불속에 숨어 자는 척 울곤 했던 어린 나에게

어른이 되어서도 나와 딱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웠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특히 나와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

우리는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나의 가족도 마찬가지야.

그렇기에 나는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 늘 나를 낮추고 깎아내리며 살았던 것 같아.


어린 나야.

분노라는 감정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야. 그 이유도 사람마다 모두 다르지.

너의 생각과 사람들에 대한 너의 바람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야.

누구나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살아가.

어른이 나도 여러 사람을 만나며 실망하고 좌절하기도 했어.


그 실망과 좌절은 결코 어린 너의 잘못만은 아니야.

누군가 너에게 너만 고치면 된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자신의 잘못을 결코 돌아보지 않는 그 사람의 미래를 안타깝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런 경솔한 사람들이 있더라.


너의 감정은 누구보다도 소중해,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말이야.

너를 화나게 만든 그 사람들을 마음껏 미워해봤으면 좋겠어. 그게 가족이라도 말이야.

용서는 그다음에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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