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시들어가는 꽃잎 위에 서서
02화
실행
신고
라이킷
31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은방울 꽃
Oct 14. 2024
01. 자책: 다 내 잘못인 것 같아
그 시절 내가 원했던 말은
사춘기 시절
엄마와
다투고
나면
가슴을
치며 펑펑 울곤 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돌변했다.'라고
표현했다.
어른들은 평소에 차분하고 조용했던 내가 한 번씩 화를 내면 그저 치기 어린 순간이라고 생각하셨다.
그때의 나는 억울한 마음보다도 답답한 마음에 울분이 쌓이곤 했다.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이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아무도 내가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해 물어봐주지 않았다.
그저 그 순간이 지나 빠르게 원래의 딸로 돌아오길 바랐을 뿐.
그 시절 어른들은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나에게 적용했다. 그저 내 분노가 알아서 가라앉기를 기다리셨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기에 먼저 화해를 거는 쪽은 나였다.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잘못을
인정해야 했고
없는
잘못은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다 내 잘못이야.'라는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마음이 지쳐있던 그 순간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어도
속에 분노를 꾹꾹 담아놓게 되었다.
정말
쉬운
방법이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부모님의
은혜를
모르고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
돼.'라고
생각하면
다
내
잘못이 되었으니까.
어른이 되어서도 '분노'라는 감정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다루기 어려운 마음이 되었다.
직
장
에서 선을 넘고 남을 깎아내리는 무례한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처음에는 분노가 올라오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의견도
제대로
못
낸
다
내
잘못이야.',
'조금 더
명확하게
말했다면?',
'내가
조금만
더 참았다면?'
자책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내 감정을 더 이상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
내
잘못이니
굳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이유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To. 이불속에 숨어 자는 척 울곤 했던 어린 나에게
어른이 되어서도 나와 딱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웠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특히 나와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
우리는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나의 가족도 마찬가지야.
그렇기에 나는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 늘 나를 낮추고 깎아내리며 살았던 것 같아.
어린 나야.
분노라는 감정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야. 그 이유도 사람마다 모두 다르지.
너의 생각과 사람들에 대한 너의 바람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야.
누구나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살아가.
어른이
된
나도
여러
사람을
만나며
실망하고
좌절하기도 했어.
그 실망과 좌절은 결코 어린 너의 잘못만은 아니야.
누군가 너에게 너만 고치면 된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자신의 잘못을 결코 돌아보지 않는 그 사람의 미래를 안타깝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런 경솔한 사람들이 있더라.
너의 감정은 누구보다도 소중해,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말이야.
너를 화나게 만든 그 사람들을 마음껏 미워해봤으면 좋겠어. 그게 가족이라도 말이야.
용서는 그다음에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keyword
생각
엄마
분노
Brunch Book
월, 일
연재
연재
시들어가는 꽃잎 위에 서서
01
어느 날 결혼을 했습니다.
02
01. 자책: 다 내 잘못인 것 같아
03
02. 성숙함: 인정할 용기
04
03. 쉬어가기: 월요일,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05
임신을 준비하며
전체 목차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