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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01. 2022

■ <세번재 이야기> 기초부터 차근 차근:대패날 갈기

- 두번째 인생을 고민하며

싸리문을 나서면 싱그러운 새벽 공기가 나를 감싸 안는다. 

그리고 몇 걸음…

산으로부터 내려오는 맑은 개울물이 졸졸졸 나의 귓가를 맴돈다. 

그리고 몇 걸음…

이제 막 일어난 까마귀가 까악 까악 아침 인사를 한다.

그리고 몇 걸음…

안개가 자욱히 내려앉은 산길에서 신선의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마지막 몇 걸음…

마침내 다다른 학교에서 신선들이 지낼 집을 지을 궁리를 한다. 


  평창의 가을풍경이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써 내려간 글이다. 아침에 등교하는 길은 보약먹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높은 산과 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고, 신선한 공기가 코와 입을 깨끗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처음 보는 마을 어른이 한옥학교 학생이냐고 인사를 건넬 때, 마음까지 푸근해진다. 이렇게 평창은 나에게 처음부터 많은 것을 가져다 준다. 너무도 고마운 시골풍경이다. 


   지난 주는 한옥학교 선생님들, 우리 대목반 학생들과의 첫 만남이었다면, 이번 주는 한옥을 지을 때 나의 손과 발이 될 각종 기계기구들과의 첫 만남시간이다. 월요일에는 가장 기초적인 손 대패, 끌, 그리고 손 톱의 사용법과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지난 주에 모두 주문했던 도구들인데, 제법 빨리 배달되어서 이번 주 수업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10월 25일 월요일 오전에는 대패날 가는 법을 배웠다. 먼저 대패날을 몸통에서 분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몸통 가운데 부분을 잡고, 망치로 대패날 뒤쪽 몸통을 때려주면 대패날이 튀어나오게 된다. 한편 손 대패의 나무로 된 몸통부분은 처음 사용하기 전에 오일에 담궈 놓으면 내구성이 향상된단다. 이 몸통부분이 물에 많이 닿게 되면, 나무가 뒤틀리고 갈라져서 못쓰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패날은 주날과 보조날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날만 갈면 된다. 주날에서 나무를 깎아내는 날의 날카로운 부분을 양손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서 지긋이 눌러주면서, 모든 날카로운 날 부분이 숫돌에 닿은 상태로 갈아주어야 한다. 그러면 25~30도 정도의 기울기로 갈아지게 된다. 이렇게 해야 모든 날 부분이 균일하게 갈아진다. 그렇지 않으면 주날의 특정부분이 둥글게 갈아지게 되어서, 나무가 잘 깎이지 않는다. (나는 계속 둥글게 갈아서, 선생님이 교정을 해주었다. ㅎㅎㅎ) 

   숫돌은 400방, 1천방, 6천방을 주로 이용하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표면이 거친 것이다. 처음에는 400방을 이용해서 날 부분을 갈아준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날 부분이 만들어지면 1천방 숫돌에서 다시 100번 정도 갈아준다. 이때 칼날부분의 날이 서면, 주날의 뒷부분도 몇 번 갈아준다. 이후 6천방에서 다시 100번정도 갈아주면 된다.

  손 대패의 주날을 모두 갈았으면, 주날을 먼저 몸통에 끼우고 난 후에 보조날을 삽입한다. 망치로 주날과 보조날을 번갈아 치면서, 적당한 깊이까지 끼워준다. 너무 깊이 끼워 넣으면 나무를 깊게 잘라내게 되기 때문에, 손 대패가 잘 밀리지 않는다. 주날이 약간 더 깊이 박히게 하되, 보조날과 1밀리미터 정도 차이가 나면 좋다. 두 날사이의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잘린 나무조각이 두 날사이에 끼게 되어서 대패가 잘 들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어렸을 때 농촌에서 자랐기 때문에, 손 대패를 사용한 경험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손 대패의 나무부분 관리나 대패날을 분리해서 가는 법, 숫돌 사용법 등에 대해서는 처음이다. 기초적인 지식이 가장 중요한 법이고, 가장 활용도가 많다. 이날 이후 매일 아침 수업시작하기 전에 손 대패 주날을 번쩍번쩍 빛나도록 갈아놓은 것이 일과의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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