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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우 Feb 11. 2022

반복되는 우울과 분노, 끝이 없는 육아

한창 육아 우울증으로 힘들 때의 일기

이성으로는 내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애랑 둘이 있으면 저녁 6시쯤 한계가 오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급기야 화가 치밀어 오르다 못해 애랑 같이 죽어버리겠다고 신랑을 협박한다.

매일 반복되고, 신랑도 불안해하고 지치고...


그러지 않으려고 매일 누군가를 집으로 불러들이는데... 그 사람이 가고 나면 또 증상이 나타난다. 애 앞에서 울고, 기분 정말 안 좋고 회복도 안되고, 왜 나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희생해야 하는지 억울하고 원망스럽고 애 낳은 게 후회되고 너무 불행하다.


발목 깁스 한 곳이 아직 다 낫지도 않았는데 치료받으러 병원 가는 건 꿈도 못 꾸고, 신랑이 공감하기는커녕 비난이라도 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해져서 집을 나가버린다.


동요 싫어하는데, 하루 종일 똑같은 동요 듣고

화장실도 제 때 못 가고,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물 한 모금 마음 편히 마실수가 없다. 종일 애 우는 소리, 짜증을 받아주고 있다 보면 화가 쌓여서 결국엔 신랑한테 폭발한다.


암울하다. 어린이집은 언제 될지 모르고

신랑은 영업점으로 이동하고 나서 더 늦게 오고 내 증상은 더 심해진다. 문밖출입도 못하고 종일 집안에 갇혀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

인간이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내 행복과 자유가 너무 심각하게 침해된다.


시부모님께서 애를 데려가신다고 하는데

또 애가 엄마랑 떨어져서 상처받을까 봐 걱정되고

불행한 엄마랑 있는 것보단 나을까?

우울해도 아기 입장에선 엄마랑 있고 싶지 않을까?

다 되돌리고 싶다.

교통사고 나서 입원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멀쩡한 사람도 이렇게 살면 미칠 것 같다.

불면증, 우울증으로 난 이미 너무 지쳤는데

지친 심신으로 혼자서 아기랑 또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게 내일이 오는 게 너무 끔찍하다.

그냥 이대로 잠들어서 영원히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일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는 게 너무 싫다.



2020년 8월 아기가 15개월 정도 되었을 때 썼던 일기를 다시 읽어보았다. 지금은 아이가 커서 이런 고통에서 많이 자유로워지고 아이로 인한 기쁨이 크다. 이 당시엔 해결책을 제시하는 조언보단 얼마나 힘들겠느냐고 나도 그랬다면서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큰 위로가 되었다.


내게 이렇게 힘든 시기가 있었구나.

이젠 그 긴 어둠의 터널을 막 빠져 나온 것 같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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