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엔 돈 벌어서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바치고 나는 늘 빈털터리였다. 결혼 후에도 한동안 돈 벌어서 신랑 다 주고 난 늘 돈이 없어서 대출받아서 생활했었다.
10년 이상 상담받고 치유되면서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서 내가 먼저 버렸던 나를 알아차렸고
인정받고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고
나 자신으로 살고 나 자신이 되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수련받고 수양하는 중이다.
내가 치유되니까 아이가 보였다.
내가 고통 속에 빠져있을 땐, 아이까지 생각할 공간이 없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난 과연 지금 행복한 걸까?
가족 관계에서 자칫 정신줄을 놓으면 늘 "을"이 되는 나를 본다.
애랑 나랑 둘이서만 살면 행복할 것 같다.
그런데 아이 입장에선 아빠랑 같이 안 살면 불행하겠지?
아이에겐 부모가 다 있는 것이 좋으니까...
밤새 아이가 잠을 설치고 난 거의 못 잔 상태에서 일하러 나갔다가 졸음운전을 쫓으며 집에 오자마자 방에 들어와 이불 깔고 누웠다. 너무 졸렸다. 그런 나에게 신랑은
"애 좀 봐~~~"
"어제 잠을 못 자서 너무 피곤하고 졸려"
"핑계 대지 마!"
"핑계 대지 마" 이 말을 듣는데,
나는 확실히 신랑과의 관계는 불행하다는 것을 느꼈다.
일요일에 내가 일하느라 자기 혼자 종일 애를 봤으니 20만 원을 입금하라고 했다.
내 친구가 내게
"밤새 애가 뒤척여서 잠을 못 자서 너무 피곤하고 졸려"
그러면 나라면
"일까지 하고 오고 힘들었겠다. 어서 푹 자"
이럴 것 같은데...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그래도 예전처럼 신랑한테 퍼붓거나 시부모님께 이르지 않고, 나 혼자 울고 말았다. 신랑도 주말 내내 혼자 아이 보느라 많이 힘들었겠지. 쉬지도 못하고... 육아우울증 생겨서 화나나 보다...
신랑도 회사에서 자기계발을 못해서 승진에서 밀린다고 화나고, 그 원망을 주말에 일하는 내게 돌리는 것 같다. 애가 어리면 엄마는 직장 자체를 포기해야하고, 아빠는 자기계발이나 자유 시간이 없어진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를 위해서 자신을 내려놓고 포기하는 것이 하나의 과정이 되는 것 같다. 더이상 아이 낳기 전처럼 살 수는 없으니까...
난 왜 주말에 집에 있지 않고 일 핑계로 밖으로 돌까?
집에 있는 것이 행복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언젠가 때가 되면 어느 쪽으로든 흘러가겠지...
이젠 무언가를 해결하거나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지켜보는 쪽을 선택한다.
이마고 부부상담에서는 하나님께서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 데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반드시 배우자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이 있다고...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누굴 만나든 다시 반복된다고... 내가 배워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