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아서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다.
난 요즘 만 3세 딸을 내가 책임지고 감당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랑 매일 함께 잔다는 것은 매일 제대로 잠을 못 잔다는 것이고 수면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아이는 중간에 깨서 쉬도 하고, 잠꼬대도 하고, 엄마 찾아오고 팔도 만지면서 자고... 엄마는 아이로 인해 수시로 깬다. 예전엔 일주일에 반은 시댁에서 재워서 그나마 며칠에 한 번은 애 없이 푹 잤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래서 늘 컨디션이 안 좋고 졸린 상태다.
아이는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놀이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2주 동안 가정보육이다. 아이를 어린이집도 안 보내고 혼자 본다는 것은 잠도 못 잔 상태에서 그야말로 기진맥진 너덜너덜 해진 상태의 연속이다.
나는 이런 상태에서 힘겹게 내 일도 해내고 있다. 틈틈이 논문도 쓰고 설문지도 만들어서 돌리고... 책도 써야 해서 원고도 조금씩 쓰고 있다.
A님과 학회 일로 통화를 했다. 난 하반기 학회 발표집 자료수집 및 편집 일을 맡겠다고 했다. 아이가 아플 수도 있고, 여차하면 지인에게 부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님은 아이가 없으시다. 나에게 또 다른 일을 맡기시려고 이것저것 부탁하신다. 장소 섭외, 홍보 문구 작성...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홍보 문구 작성은 홍보 담당하시는 분께서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A님은 "그것이 겹치지 않겠네요." "그런데 학회 발표집 자료수집이랑 편집은 학술대회 당시에만 일을 하는 거니까 다 같이 하는 일이니 더 일을 맡아서 하면 좋겠다. 다른 분들도 다 바쁜 분들이다. 시험 준비 하시는 분도 있고..."
이런 말을 듣는데 기분이 나쁘고 속상했다.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니 더 이상 내 사정을 말하긴 싫었다. 예전엔 아이가 어려서 제게 간단한 일을 시켜주신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말았다. 그래도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은 일은 다른 분께서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전화 끊는데 목소리에서 실망감이 느껴진다.
애엄마는 학회일을 하면 누가 되는 걸까? 작년에도 나의 존재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 학회장님께 그만두겠다고 말씀을 드렸었다.
나도 아이 없을 땐 임용고시 준비하면서도 각종 모임 리더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했었는데... 지금처럼 이렇게 못한다는 말을 안 했었는데...
육아를 경험한 분은 애가 만 3세라고 하면 "힘드시겠어요, 애 키우는 게 많이 힘들죠" 이렇게 공감이라도 해주는데... 경험하지 않은 분은 아예 모른다. 인간 이하로 사는 엄마의 고단함을... 먹고 싶을 때 밥도 못 먹고, 자고 싶을 때 잠도 못 자고, 화장실 가고 싶을 때 화장실도 못 가고, 시선이나 말을 내 맘대로 하지 못하는 삶. 아이에게서 눈을 떼는 그 잠깐 사이에 애는 다쳐서 피가 나고 위험한 순간이 언제든 도사리고 있어서 계속 아이를 주시하고 있어야 함을...
모르는데 말해서 무엇하랴...
이것이 엄마의 숙명인 것을... 그래도 요즘은 아이가 커서 그나마 감당이 되고 예전보단 덜 힘들다.
3월 둘째 주부터 놀이학교에 가고, 5시 10분에 데려온다. 1시간이라도 늦게 데려오니 가족들은 한 시간이라도 여유가 생긴다. 가족들 모두 바쁘게 일하는 중에 시간 쪼개서 애를 봐주시고 계시다. 아이는 점점 커가고 엄마는 점점 더 여유로워지겠지. 아이 없는 분하고는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