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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가지려 해요

마음가짐이란 게 달라지던 그 순간

by 유우미

일찍이 예민한 아이를 키운다 생각했던 자였는지라 둘째는 고려 대상조차 아니었습니다. 주변에서 둘째 가질 준비를 한다 해도, 너흰 둘째 생각은 없냐는 질문 앞에 고개만 젓기 바빴습니다. 그랬던 제가 이상하리만큼 또 한 번 또 한 명의 소중한 존재를 만나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육아는 그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과업였습니다. 처음 엄마가 된 사람들에겐 더더욱 그렇겠죠. 특히나 불안도가 심했던 자신은 보통의 엄마들이 받아들이는 부담의 몇 배로 느껴졌으니 사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떠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휴지에 물이 자연스럽게 스며지듯 자신의 삶에도 햇볕이 들더니 점점 따뜻해지는 온기가 느껴질 때였습니다. 육아, 혼자만의 애씀이 아닌 엄마가 되어 누릴 수 있는 기회란 생각으로 겹쳐 보이면서 더 이상 억지가 아닌 사랑의 마음으로 바뀌어갔습니다. 누군가에겐 이 기회조차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잊고 있었던 감사마저 바람처럼 불어왔습니다. 그렇게 육아에 대한 자신의 태도는 물 흐르듯 꽤나 평범하게 바뀌어갔고(보통의 엄마라면 갖게 되는 모성애) 뻗어나가는 물줄기를 따라 남편과 첫째 아이 역시 말과 행동에 사랑이 묻어날 때가 많았습니다.


어쩌면 주어진 환경이 바뀌어야, 나와 함께하는 이들이 이전과 달라져야 비로소 허락될 순간이라 생각했는데 오로지 자신의 마음가짐에서 피어난 온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줬습니다. 이러한 자신을 곁에서 보신 정신과담당 교수님조차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함께 시도해 보자, 서서히 약을 줄여가며 둘째 준비해 보자"라고 말씀하시는 것였습니다.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면 이전처럼 평범하겐 살기 어렵겠구나 싶었는데 오히려 더 건강하게 준비되어 가는 과장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둘째를 준비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살피고 타인마저 살필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을 품는 시간였던 것입니다.


이런 예화가 있습니다. 신은 제가 갖고 있던 사과 한 개를 손 내밀어 달라 하십니다. 마지막 한 개의 사과, 자신에겐 정말 소중한 그 한 개의 사과를 고민 끝에 드렸는데 신은 받은 사과 한 개를 빈 곳에 채워 넣어 되려 큰 사과상자로 바꿔 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라 말하면서 말입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했고 약함마저 인정하며 받아들였을 뿐인데, 그것이 누군가에게 이기심 또는 짐이 되었다기보단 되려 더 단단해진 자신이 되어 타인과는 새로운 기쁨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만 희생한다 생각했던 옹졸함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신 또한 누군가의 배려와 희생으로 지금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알면서 모른척하며 약함을 약함이라 받아주지 않았던 고마운 이들도 있었음을 생각나게 하면서 말이죠. 과정을 통해 배운 게 많았으니 앞으로는 자신의 약함이 드러난다 해도 겁내지 않으려 합니다. 더 많은 약함을 드러내면서(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 누군가의 약함 또한 온전히 사랑해 줄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가진 것들을 자랑하며 나누는 대화보다 각자의 약함들 속에서 피어나는 인정과 사랑의 대화는 어쩌면 서로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어줄 것을 믿습니다. 그 안에서 이뤄지는 관계야말로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삶, 이제는 셋이 아닌 넷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 기대하며 나아가봅니다. 아내이자 엄마로서 완벽을 삶을 바라며 살려했던 자신을 용서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보다 더 많이 내려놓고 다른 이들의 마음마저 공감해 줌으로써 서로가 서로에게 손 잡아줄 온기가 되어 더 많은 것들을 함께 꿈꾸며 누리며 살아가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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