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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시선

관점이 바뀌니 경험도 바뀌었다

by 유우미


지난번 연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담당 교수님은 한결같이 제가 사는 날 동안 덜 불안해하며 살아갈 수 있게끔 도와주고 계십니다.


지난 주말, 우리 가족의 흔적


사실, 작년과 올해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육아를 하고 간간히 교회 봉사에 여러 지인들과의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무엇 하나 쉽게 생각된 일은 아녔지만 그래도 이제는 위축보단 용기가 앞서 자신을 이끌어주는 듯합니다.


불안이 자신을 갉아먹었다면 덜 불안은 자신을 사랑하도록 합니다. 진실된 사랑은 온전히 전해지기 마련인데 자신을 넘어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마저 사랑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랑받은 남편은 보다 더 헌신적인 가장이자 아빠가 되었고 사랑받고 있다 여긴 아이는 부모에게 웃음꽃이 되어주었습니다. 불안은 해야만 하는 일조차 무기력하게 때론 자기 연민에 빠져있게 했다면 덜 불안은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그릇으로 이 또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에 되려 감사하게 해 줬습니다. 육아가 제겐 그랬습니다. 두 명 세명 키우는 것도 아닌 한 명일 진데 유독 자신의 아이만 예민한 아이 같다며 그렇게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날 봐주지 않는 것 같다며 남편을 원망했고 아이에겐 무한한 사랑을 주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육아를 온전히 할 수 있는 자신의 상황에 감사하며 이때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귀한 시간이라 여겨져 아이가 천천히 커가길 바라는 맘마저 드는 요즘입니다. 불안은 하루하루 긴장감 속에서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 바빴다면 덜 불안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려 내려놓기 바빴습니다. 무언가를 꽉 쥐려 했었는데 이젠 느슨하게 잡고 여유 있게 앞으로 나가는 것처럼 살면서 점점 힘조절의 스킬이 느는 자신을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전엔 몰랐던 자연스러운 따뜻함이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정말 별거 아닌 일상인데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웃음, 행복이란 감정, 함께 누릴 수 있는 즐거움까지 계획된 것이 아닌 편안한 감정으로 만들어낸 경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나의 시선이 바뀌었을 뿐인데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경험들 속에서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나다움을 찾아갈수록 어느새 잊고 있었던 자신의 소망의 문들마저 다시금 두드리려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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