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제 마음속 응어리들을 글로나마 풀어가길 바란 적이 있었습니다. 두서없을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벌써 제 이야기가 12회까지 이어져왔네요. 매거진에 작성했던 것과 달리 연재로 글쓰기는 제게 조금 더 깊이 생각할 마음과 보다 더 정성껏 글을 다듬으며 써야겠다는 책임감이 뒤따랐습니다. 어떤 주제로 다음 이야길 꾸며야 할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저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담아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겠다 싶었습니다.
글을 쓰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저화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거나 혹은 비슷한 감정을 겪으셨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글을 올리며 진심 어린 위로와 응원을 받았을 땐 말로 표현 못할 감사함이 컸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쓸 수 있게끔 기회를 허락해 주신 브런치스토리에 감사했습니다. (작가라는 호칭이 참 부끄러울 때 많지만 그래도 글을 쓸 수 있게끔 공간을 내어주신 거나 마찬가지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제 지나온 인생을 글로 쓰며 다시금 돌아보니 꽤 괜찮은 인생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어,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이 가득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어, 지나고 보니 감사한 순간들이 오히려 더 많았네."라고 말이죠. 어쩌면 글쓰기의 힘이 여기서 발현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사람의 생각이 이렇게도 바뀔 수 있구나 그동안 쌓여왔던 기억들이 조금씩 다르게 기억되어 갈 수도 있구나 말입니다.
저는 여전히 '불안장애' 엄마라는 꼬리표가 붙을 것입니다. 약물치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한 치 앞을 모를 인생 속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계속해서 벌어질 거라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젠 그 꼬리표가 부끄럽지도 자신 없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더 단단하게 성장해 갈 제가 보입니다. 그래서 전 불안과 두려움보단 내면의 성숙함을 위해 조금 더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부딪힘 앞에 수용적인 자세로 살아갈 것입니다. 아파하면서도 일어날 거고 쉽지 않은 순간일 때도 회복을 바라는 믿음으로 마음을 돌릴 것입니다. 상황을 탓하고 자신을 질책하기보다 그럼에도 '난 나의 최선을 응원해,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나의 가능성을 한 번 더 믿어'라며 나아갈 것입니다.
어쩌면 부모 자식 간의 관계로 인해 앞서 말한 과정이 가능해지고 더 풍요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인생은 무언가 경험된 찰나 속에서 배움이 있고 깨달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훌쩍 자란 어른들 사이에선 그저 익숙해져 버린 관계 속 유지상태의 모습만 필요할 수 있지만 아이는 다를 것이라 생각되어 전 제 아이의 미래가 제 미래와도 연결되어 있다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갈 나의 아이
온갖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자신을 지켜가며 싸워갈 아이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을 수 없기에 부딪힘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성장해 갈 제 아이는 그렇게 지금보다 더 빛 날 존재가 되어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옆에서 부모란 이름으로 함께 부딪혀가며 깨어지고 성장해 갈 제가 될 것을 믿습니다. 어릴 적 해결하지 못했던 나의 불안들은 어쩌면 제 아이가 자라며 겪을 불안들과 함께 이겨내는 시간 또한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를 보내주신 것은 제게 축복과 같습니다.
어릴 적 치유받지 못한 감정 그대로 응어리 된 자신의 마음은 제 곁에 있는 아이의 존재로 인해 드러나게 되었고 더 이상 곪지 않게 빛을 받으며 세상 속에서 새로운 모습이 되어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안을 갖고 있는 엄마이지만
제 아이 역시 날 닮아 불안의 모습들 많이 보이겠지만
저도 아이도 이제는 겁먹지 않습니다. 오히려 함께 용기를 내봅니다. 누구에게나 갖게 되는 불안의 감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라고 자신을 토닥여줄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를 믿어주며 응원해 줄 거라 믿습니다.
제게 있어 친정엄마는 이러한 관계로 발전되지 못했지만 제 인생에 들어온 딸과의 관계는 서로에게 없어서 관계 그 누구보다 서로를 믿어주고 지지해 줄 줄 아는 관계이길 바랍니다.
그래서 전 앞으로 제 아이와의 인생이 기다려집니다.
새로이 등장하게 될 불안 속에서 저희 둘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훗날 제 뒷 이야길 또 한 번 들려드릴 기회가 생긴다면 다양한 에피소드 식으로 찾아뵈었음 싶네요.
그땐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을 토로하기보다 그저 평범한 일상 속 벌어질 수 있는 웃픈 에피소드 식으로 말이죠.
그 이야기들의 결말은 보다 더 미소가 지어지고 때론 눈물도 흘렸다가 생각지 못한 것을 깨달음 또한 줄 수 있는 식의 스토리로 가득 채울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