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고 싶었다. 잘한다는 말, 필요한 사람이라는 말 한마디가 간절했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그런 말은 들리지 않았다. 존재감은 투명했고, 노력은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졌다. 일을 더 맡고도 고맙다는 말 하나 듣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종종 숨이 차고 식은땀이 흘렀다. 한밤중에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조여와 응급실로 실려 간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의사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심장에 이상은 없었고 폐도 문제없었다. 문제는 마음이었다. 감정이 쌓이고 쌓이다 못해,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놓쳤다.
마음이 전혀 맞지 않는 상사와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싫어서 이직도 생각했지만 현실에서는 호봉수가 낮고 젊은 사람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직도 어려웠다.
상사는 작은 실수 하나에도 비꼬는 말투로 몰아붙이고, “잘했어”라는 말 대신 “그렇게밖에 못했어?”라는 말을 서슴없이 뱉었다. 그런 날이면 억울하고, 분하고, 한심했다. 뭐가 문제인지 몰라서 답답했고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것만 같은 절망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상사의 말에 예전처럼 가슴이 쿵 내려앉지 않았다. 감정이 무뎌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오래 견디다 보니 나도 모르게 버텨내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감정들이 나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출근길은 무거웠고, 상사의 말에 상처받았지만, 감정의 여운이 길지 않았다. 예전에는 종일 그 말에 사로잡혀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면, 이제는 ‘또 저러네’ 하고 넘기게 되었다. 그런 내가 스스로 대견하기까지 했다.
버텨야만 했기에 독해졌다. 퇴직할 수 없는 현실, 삶의 무게가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견디다 보니 어느새 감정의 스위치가 달라졌다. 무시당한다고 느끼던 말들이 그 사람의 한계로 여겨졌고, 스스로를 인정해 주기로 마음먹은 이후부터 남에게 휘둘리는 일이 줄었다.
병원 침대에 누워 쉴 새 없이 울리던 심전도 소리와, 숨을 고르며 간호사의 손을 붙잡았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하지만 마음도 근육처럼, 반복되는 고통과 훈련 끝에 조금씩 단련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상처는 여전하지만, 이제는 곪거나 깊어지기전에 훌훌 털어버릴만큼 강해졌다. 오늘의 내가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그렇게 믿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