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부드럽지 않아도 흐른다

삶이 나를 밀어낼 때

by 다움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숙제를 안고 살아갑니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버겁지만, 그 순간에도 삶은 계속됩니다.
넘어져본 사람만이 아는 단단함, 울어본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다정함에 대해 썼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자꾸만 어디에 부딪히는 일이다.
부드러운 길만 있다면 좋겠지만, 인생은 그렇게 흐르지 않는다.


어느 날, 사랑이 떠났다.
한때 모든 것을 나눴던 사람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별을 고했다.

이해할 수 없어서 매일 원망하고 울부짖었지만
그 자리에 남은 건 침묵과 공허, 상실감뿐이었다.


또 어떤 날은 인간관계가 무너졌다.
소중했던 관계가 오해로 틀어지고, 가까웠던 사람이 서서히 멀어졌다.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우리를 지키지 못했다.
내 마음은 그대 론데, 닿을 길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이의 열이 오르고, 내 몸도 아팠다.
병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보면 절망이 스멀거린다.
육체보다 더 고장 난 건 어쩌면 마음일지도 모른다.
불안과 두려움, 원망이 번지고, 나조차 나를 위로하지 못할 만큼 지쳐간다.


그리고 가끔씩
내가 하는 일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세상이 내 능력을 끊임없이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
그럴수록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무능하다는 말은 들리지 않아도, 스스로 매일 되뇌게 된다.


그렇게 삶은 자꾸만 나를 시험하는 듯하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숙제들.
넘기지 않으면 계속해서 앞을 막는 문제들이 순번을 바꿔가며 다가온다

"왜 하필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생각하다가,

어쩌면 삶의 고통은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며,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건 바퀴와 도로 사이의 마찰 덕분이다.

마찰이 있어야 방향을 잡고, 속도를 조절하며, 중심을 지킨다.

인생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너무 매끄럽기만 한 길에선 쉽게 미끄러지고 방향을 잃기 쉽다.

넘어졌기에 다시 일어나는 법을 알고,
포기하지 않고 숙제를 마주했기에, 작은 성취에 울컥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알 수 있었다.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 나는 조금 더 단단해져 있었다.

아픈 만큼 더 깊이 느끼고, 더 조심스레 사랑하며,

더 천천히 나아가려 한다.


마찰이 있어 나는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주저앉고 싶은 날이 있다면,
당신이 지금 마주한 ‘마찰’은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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