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공원에서
5월 23일 목요일
가족 운동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물론 평일이었고, 저는 주최 측으로 참석을 하게 되었지요.
하늘은 맑고 오월의 올림픽공원은 눈이 부셨습니다.
문제는 그곳을 목적지(올림픽 피크닉장)에 8시까지 혼자 찾아가야 한다는 것....
전날 약도를 검색해서 예상시간을 계산했더니 1시간 40분 정도 걸릴 것 같았어요
집에서 나선 시간은 5시 30분...
헤맬 것을 예상하고 여유 있게 출발했습니다.
남편이 차로 지하철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걸 사양하고 나선 길이었습니다.
가자마자 버스에 올라탄 것까지는 좋은데 한 정거장을 채 지나기도 전에 핸드폰을 두고 왔다는 것을 인지했어요... 이런!!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리고 집으로 달리면서 생각했어요
남편한테 전화 걸어서 휴대폰을 가져다 달라고 할까... 응? 아! 이런 ;;; 뭔 소리얏!!
숨 가쁘게 헐떡이면서도 헛웃음이 났어요 ㅠㅠ
집에 도착하자마자 남편한테 차를 태워달라고 외쳤더니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차키를 들고 나옵니다.
휴대폰?
원래부터 그랬던것처럼 책상 위에 얌전히 누워있습니다.
지갑을 챙기다가 현금이랑 상품권을 빼두었던 것까지 기억이 나는데 휴대폰은 왜 ?
충전을 시킨다고 올려두고 가방을 챙기느라 허둥대다 두고 온 것이었어요
다행히
남편 찬스로 가까스로 지하철을 탔습니다.
갈아타고 올림픽공원까지 무사히 도착!!
시간은 6시 45분!
물론 목적지까지는 대략 30분 걸어야하지만 아주 여유롭습니다^^;
하지만 올림픽공원 입구에서 잠시 망설입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약도를 보며 어림짐작으로 나선 걸음에 만난 구조물? 작품입니다.
두갈래 길에서 헷갈리다가 대뜸 나타난 건물에서 옳거니 방향을 정합니다.
올림픽 경기장 출입구
몇걸음 나를 의심하며 발걸음을 옮기다 만난 올림픽 체조 경기장
약도대로라면 이곳을 지나는 게 맞습니다. ㅎ
이른 시간인데 체조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는 풍경
구령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아침체조에 열중인 사람들이 여럿 보입니다.
이른 아침을 여는 활기찬 몸짓에 잠시 멈췄다가 다시 정신 차리고 출발!!
또다시 발목을 붙드는 풍경!!
장미의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색깔로 피었지만 유난히 눈에 띄는 하얀장미 ^^
장미 축제도 생각나고...
88 호수 앞에서 또 잠시!!
두 갈래 길이 나있는데 잠시 갈등합니다.
아 몰라 그냥 호수를 끼고도는 것으로 결정
혹시 잘못 들어서면 다시 발걸음 돌릴 시간은 충분합니다.
올림픽공원 9경에 대한 안내도입니다.
다음에 꼭 시간 내서 스탬프투어에 참여하리라 생각합니다.
예전에 서울성곽탐험 하면서 이틀에 걸쳐 받은 스탬프가 생각납니다^^
이 구간은 두 시간 소요된다 하니 올림픽공원을 낱낱이 즐길 만하겠습니다.
본능적으로 눈길이 가고 걸음이 멈춰집니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신기하고 아름답습니다.
자연은 그 자체로 위로입니다
올림픽 공원내 피크닉 장!!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30분전입니다 ^^
10시부터 13시까지 이곳은 함성과 응원으로 가득 찼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일행을 보내고 화장실을 들렀다가 지하철을 탔습니다.
몸은 천근만근입니다.
지하철에서 곯아떨어졌다가 눈을 뜨니 목동역입니다.
내려서 지갑을 찾았더니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지갑이 보이지 않습니다;;;
가방을 아무리 뒤져도 없고 휴대폰은 배터리가 방전상태입니다.
머리는 또다시 멍해집니다.
아무리 추리해 봐도 출발했던 역 주변이었을 것 같은데 휴대폰이 저 모양이니 확인할 길 없어서 답답합니다ㅠㅠ
개찰구로 갔더니 다행히 통과가능 구간이 있습니다
역무원한테 아쉬운 소리를 안 해도 된 것은 다행이지만 집까지는 도보로 40분 거립니다.
햇살은 뜨겁고,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마음은 급하고, 휴대폰 방전에 머릿속까지 비워진 느낌이...
그러다가 아침에 지갑 속 현금이랑 상품을 꺼내둔 생각이 났습니다.
아무래도 운동회라 정신없을듯해서 혹시? 하는 불안감에 비워뒀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과 카드 한도액? 생각이 들면서 여전히 불안해집니다.ㅠㅠ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걸 잃어버린 경험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것들과 이별했습니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던...
그래도 지금까지 잘 견뎠고 잘살고 있습니다.
남편이 해외출장길에 선물해 준 지갑이었는데...
신분증도 카드도 안타깝습니다..
집으로 도착하니 5시가 조금 안되었지만 카드사로 분실 신고하고 주민센터에서 신분증을 재발급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저녁 먹고 샤워를 마친 후 휴대폰 문자를 검색해 보니...
지갑을 역무실에서 보관하고 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몇 시간 전에 이미 와있던 문자였는데 확인이 늦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그 역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했는데 분실물 센터에 없다는 답변이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들로 난처했던 하루였지만
보이지 않는 손?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우호적이란 느낌은 사랑입니다.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더 좋았을 하루였지만
그런 하루도 내 삶의 중요한 페이지로 남겨집니다.
오늘은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어떤 일들이 일어나도
나의 무능을 야단치지 않겠습니다.
영원한 내편인 나에게 다정해지겠습니다.
좀 더 괜찮아지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부족한 지금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되겠습니다.
뜬금없는 선언은 나를 애정하는 위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