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넣어야 될까
아이러니한 제목은 과연 사실일까요?
네. 사실입니다.
저는 1991년에 입사하여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직을 합니다.
이런 제가 2018년 처음으로 애경사 중 딸 결혼이라는 경사를 맞으면서 그간 들어 둔 적금을 타는 마음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위 내용은 직장동료 K씨가 사내 문서 유통시스템(우편 형식)을 통해 축의금을 보내오면서 발생했습니다.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와 꽤 절친했고 저와는 상당히 떨어진 건물에서 근무했던 K씨는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해진 제 딸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축의금 봉투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의 봉투로 잘못 골라 우편(사내)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엄청 바쁜 분이었기에 아마도 돈 넣는 것을 깜박하고 외피 봉투에 빈 부의봉투만을 넣은 것 같았습니다.
외피에는 K씨가 표기되어 있었기에 그 분인 줄 알수 있었고, 그 분이 너무 바쁜 분이었기에 제가 추측하는 모든 정황을 이해하려 했습니다만(실제로 빈 봉투 접수는 제 딸아이 결혼 축의금 중 세 건이나 발생했고, 저도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있기에 그저 그러려니 했습니다), 부의금 봉투에 전해진 것은 지속적으로 제 뇌리에 남으면서, 그러면 안되었는데, 상당히 불쾌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그 분을 우연히 만나더라도 피해다니게 되었으며, 저의 속좁은 감정이 누그러진 1년 정도가 되는 시점에서 만났을 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 분도 그간 서운하셨던 듯 했습니다.
결혼식 이후에 답례인사에서 그 분은 제외했었거든요.
하여튼 직접 만난 자리에서 많은 대화를 통해 그 분의 진심어린 축하와 그간 쌓였던 정이 오가면서 관계는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제 실수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아마 15년 전 쯤의 일로 기억하는데, 친형같이 지내는 직장 선배님 딸 결혼식에 저는 허겁지겁 도착하여 축의금을 10만원 넣었습니다.
좀 서둘렀으면 됐는데 허겁지겁 도착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다음 날 그 선배님께 전화를 하여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그 선배님은 “범석이가 봉투를 안 할 일은 없지. 직접 오기까지 했는데. 빈 봉투가 몇 개 접수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네 것이라고 생각했어”라며 괜찮다고 위로해주셨습니다.
이 때 알았습니다.
결혼식에서 빈 축의금 봉투가 더러 발생한다는 사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식이란 행사는 단순한 두 사람의 결합을 넘어 가문과 가문과의 만남부터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결혼식은 가족과 친지, 친구들이 함께 모여 축하하며 정을 나누는 공동체의 행사입니다.
신성한 이 행사를 망치는(?) 것이 있으니, 그 것은 ‘축의금 문화’입니다.
시대가 바뀌어 가며 청첩장을 받는 경우보다 SNS나 문자 메시지를 통하여 초대장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봉투에 돈을 넣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때론 기쁨으로, 때론 부담으로 느껴지는 이 작은 봉투 안에는 수많은 감정과 계산이 담겨 있습니다.
속깊게 사귀는 친구나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움직입니다.
반면에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지인의 결혼식 초대장을 받으면 고민이 시작됩니다.
가끔은 축의금이 '정의 척도'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적게 냈다고 마음이 가벼운 것은 아니고, 많이 냈다고 해서 진심이 더 크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액수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가늠하려 합니다. 계속 이러다 보면 진짜 축하의 마음은 사라지고, 의무감만이 남는 것은 아닐까요.
결혼식 축의금 문화는 우리 고유의 상부상조 정신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정’보다는 ‘계산’의 의미가 더 커진 듯합니다.
그와 나와의 관계가 시쳇말로 ‘*만원짜리’ 관계로 평가되는 듯 합니다.
우스개소리 하나 하겠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민생 공약 1호는 축의금 문화 개선입니다.
제가 입사하던 첫 해인 1991년 저는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지방에서 당일 상경하여 국수 한 그릇 먹고 바로 귀향한 적이 있습니다.
결혼식을 일컫는 대명사 “언제 국수 먹여줄거야?”
그리하여 제 공약은 이겁니다.
하아! 터무니 없는 공약이네요. 어차피 제가 대통령이 될 일이 없으니까요 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