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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해체쇼를 보다

by 페트라

지난 주말 고향에 있는 OO농협에서 친구 부부와 함께 참치해체쇼를 봤습니다.

그리고 살살 녹는 생참치를 부위별로 사서 꿈의 오찬을 했지요.


참치오찬.jpg




직장에 다닐때에야 참치 전문점에서 보여주는 토막난 참치 가르기나 결혼식 피로연에서 보여 주는 조그만 크기의 그 것을 본데 불과했지만, 실제로 거대 생물 참치 해체를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먹은 참치라곤 이가 시릴 정도로 얼어버린 것이었지만, 생물 참치를 먹고 난 뒤는 ‘마니아들이 이래서 생물 참치를 찾는구나’라는 탄성이 절로 났습니다.




다만 그 날의 참치해체쇼는 아마 농협의 프로모션 성격에서 진행되어서인지 참치해체사(?)들의 별다른 설명이 없이 진행이 되어 다소 아쉬웠습니다.

‘요 부위는 오도로라고 하는데... 요 부위는 머리살입니다... 해마다 일본에서는 참치 체인업계에서 거액을 들여 참치 해체쇼를 하고 TV들이 전국 생중계를 하는데...’

이러한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는 해체쇼’를 기대한 저는 조금은 실망했지만, 육중한 참치살이 해체되는 순간 좌중에서 야기되는 탄성과 함께 잘 즐기고 왔습니다.

오늘의 글은 참치해체쇼와 관련한 약간의 정보(상식)와 약간의 위트를 가공하여 작가님들과 브런치 방문객님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서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참치해체사들의 팔근육에서부터 감탄하였습니다.

배우 마동석급이라고나 할까요.

참치의 온갖 뼈들은 정말 강했습니다.

해체사들의 굵은 팔과 서슬 퍼런 칼로도 망치를 옆으로 치며 대여섯 번 정도는 쳐야 지느러미가 하나 잘라질 정도였습니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심지어 톱도 동원되었습니다.

에어컨으로 인해 실내 온도가 꽤 낮았음에서 이 분들의 이마에는 순식간에 구글땀이 맺혔고 그 힘듬을 보는 이들마저도 “참치가 그냥 비싼게 아니구나”라며 세렝게티 초원에 놓인 것같은 강한 가시(아니 그냥 하이애나가 뜯고 있는 뼈였습니다)에 놀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참치-마동석.jpg


이 날 해체된 참치는 100킬로 그램 각 2마리였습니다.

아침 10시에 시작되었는데 한 마리를 해체한 시간이 11시 30분을 넘었습니다.

우선 직장생활 다년간의 참치집 출입으로 알게 된 약간의 상식을 올리겠습니다.




참치 뱃살은 오도로라고 합니다.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고급 부위이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위입니다.

등살은 아카미라 하는데, 담백한 맛을 띠고 있어 회초밥집 단골 부위입니다.

머리살은 가마도로라고 하며, 구워 먹으면 참기름 바른 소갈비 뺨치는 정도이죠.

참치의 눈알 주변은 ‘눈살’이라 불리며, 콜라겐 덩어리라 여성들에게 인기일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는 눈물주가 돌려지며 신사임당이나 세종대왕님의 초상이 날아다니기도 했지요.




참치집 주방장님은 엄청나게 큰 머리를 들고서 이렇게 속삭입니다.

“살은 원래 사람한테 붙으라고 있는 거지, 참치 뱃살은 그냥 녹으라고 있는 거예요”

맞았습니다.

주방장님의 일성은 진정한 어록이었습니다.




참치-스시잔마이.jpg


언젠가 참치 관련 서적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일본 유명 참치 체인 <스시잔마이>는 새해 첫 참치 경매를 위해 도쿄에 있는 매일 아침 참치 경매를 볼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수산물시장인 도요스 시장에서 거액을 들여 손해를 감수하며 참치해체쇼를 한다고 합니다.

어느 해에는 한 마리(278kg)를 34억원에 사들여 해체쇼를 했더랍니다.

본전을 빼려 한다면 초밥 1만 5천 개를 만들어 개당 22만원을 받아야 한답니다.

그러나, 스시잔마이가 손해를 감수하고 이 쇼를 하는 이유는 대표가 세계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인플루언서이고, 해체 과정이 일부 지역 TV에 생중계되거나 경매에서부터 해체, 그리고 판매 과정이 주요 뉴스로 보도되기 때문에 상상하지 못할 홍보효과를 보기때문이라고 합니다.


참치-도요스시장.jpg




다음은 오늘 희생된 참치들을 헌사를 써봤습니다.

참치님! 당신은 이제 '바다의 왕'에서 '회 트레이의 왕자'로 환생하셨군요.
생전에는 '대왕참치'라 불리며 바다를 주름잡더니,
흑흑흑
오늘은 '대왕 회트럭'에 실려 참생(?, 인생!)의 정점을 찍으셨네요.
그대의 지느러미는 이제 초밥 접시의 장식품이 되었고
그대의 눈은 회 썬다던 셰프의 눈빛보다 빛났으며
그대의 몸은 8등분으로 나뉘어 SNS 인증샷의 주인공이 되었군요.
당신의 몸이 잘려나갈때마다 야속한 인간들은 ‘와아’하고 탄성을 지르더군요.
그리고 더 야속한 것은 칼질하는 삼촌들의 힘을 돋구려 박수를 우렁차게 쳐댔습니다.
당신은 인간들의 입맛을 위하여 고귀한 희생을 하셨습니다.
하여 당신은 인간의 미각을 뒤흔든 레전드가 되었다고 역사에 남기겠습니다.
부디 다음 생엔 인간으로 태어나 셰프를 해고해 주길 바랍니다.




오늘의 해체쇼를 본 느낌입니다.

해체된 참치가 결국 한 접시의 요리가 되듯, 흩어진 경험도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이룬다는 것을요.

너무 견강부회(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함)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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