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의 역사

by 페트라

병오년 새해 첫 글입니다.

비록 한 주에 한 작품을 발행하면서도 ‘이번 주에는 뭘 쓰지’라며 고민하게 됩니다.


60 생애 중에 자아가 형성된 이후인 50여년은 새해 계획을 세우곤 했습니다.

그리곤 거의 스스로 무너뜨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이 제목을 택한 것은 올해라도 세운 계획을 잘 지키자는 다짐에서 써봅니다마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가 안될지 다소 우려가 되기도합니다.


사람들은, 아니 저는 왜 작심삼일의 늪에서 허덕일까요.

왜 새해계획을 세울까요.

아마도 새출발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어서일 것입니다.

어제까지는 못했어도, 오늘부터는 새로운 각오로 온전하게 이루어내겠다는 그런 다짐이겠지요.


그럼 작심삼일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요.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작심삼일은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란 말에서 탄생한 설이 있다고 하네요.

고려 말 정책이 사흘 만에 바뀌거나 시행 또는 폐지가 반복된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이는 국가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자주 바뀌던 현실을 풍자한 표현이랍니다.


작심삼일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최초의 인류가 “내일부터는 매머드 사냥 열심히 해야지”, “하마터면 오늘은 저 짐승에게 잡혀먹을뻔 했어. 내일은 안 그럴거야”라고 다짐한 순간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작심삼일1.jpg

어제와는 다른 나를 만든다는 것, 실로 위대한 발견이지요.

그러나 그걸 무너뜨리는 기술은 거의 발명에 가깝지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들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불, 바퀴, 인쇄술, 인터넷... 하지만 우리가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열정적으로 사용하는 발명품을 꼽자면 단연 '작심삼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심삼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보편적 경험입니다.

새해 결심이나 목표가 오래가지 못하는 현상은 태고적부터 동서양 어디에서나 발현되는 인간의 의지력 한계와 습관적 행동 패턴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특히 현대에 들어 작심삼일은 르네상스를 맞이했습니다.

매년 1월 1일이면 전 세계 수십억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심을 시작합니다.

다이어트, 어학 공부, 악기 배우기, 금연 등등등


헬스장은 1월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2월이면 약간의 변화를 보이다가 3월이면 한산해지기를 반복합니다.

제가 재직할 때 사내 헬스장에 가면 1-2월 중에는 왜 그리 운동하는 분들이 많은지, 러닝머신에 오르기 위해 30분 정도 기다리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이는 자연의 섭리처럼 매년, 그것도 비슷한 패턴으로 정확했습니다.


작심삼일의 진화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열심히 하겠다"였다면, 현대에는 "루틴 만들기", "습관 형성", "21일 챌린지" 같은 세련된 이름들로 포장됩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습니까.

여전히 삼일입니다.

포장만 고급스러워졌을 뿐이죠.


그렇다고 작심삼일이 나쁘기만 할까요.

사실 작심삼일의 가장 아름다운 점은, 우리가 계속해서 다시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실패해도 또 시작하고, 포기해도 이 것은 배추다발 셀때 쓰는 표현일뿐이라며 다시 다짐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다음에 또 "내일부터는!"이라고 외치게 된다면,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당신은 수천 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작심삼일'을 치료할 병원은 없을까요.

이를 극복할 처방전은 누가 내려줄까요.

스스로 처방을 내린다구요?

그리고 내일부터 안 할 것이라구요?

작심삼일2.jpg

지금 먹는 피자까지만, 방금 주문한 치킨까지만, 안주가 좋으니까 딱 여기까지 한 잔만... 그리고 내일부터...


하하하!

인류의 역사는 작심삼일의 반복이 아닐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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