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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요괴 Sep 19. 2022

필라테스를 그만뒀다

꾸준히 운동을 해온 지도 어언 몇 년, 한창 필라테스에 빠져 열정을 불태우고 있던 작년에 별생각 없이 가볍게 썼던 브런치 글이 예상치 못한 꾸준한 관심과 조회수를 유지하는 걸 보고 운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꽤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브런치 유입 통계를 보면 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필라테스 효과'라는 키워드가 그 반증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필라테스에 대한 찬양으로 도배된 지난 글이 다소 민망하고 무색하게도 지금의 나는 필라테스를 하고 있지 않다. 필라테스에 대한 마음이 식어서도 아니고, 그 효과를 느끼지 못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올해 초부터 나에게 이어진 악재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올해 난 타고 있던 차를 뒤에서 들이 받히는 교통사고를 두 번이나 당했다. 그 와중에 충실한 도비답게 출근을 뺄 수가 없어 입원도 하지 못하고 부지런히 통원치료를 받아가며 겨우겨우 회복이 되어갈 찰나, 요리조리 잘 피해오던 코로나까지 걸리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한동안 필라테스 수업에 갈 수 없었다.


연달은 두 번의 교통사고는 그렇다 치고 지금은 걸리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운 코로나에 감염된 일이 뭐 그렇게까지 악재인가 싶을 분들을 위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보자면, 당시만 해도 오미크론 변이가 성행함과 동시에 발생 증상이 많이 약화되면서 주변엔 비교적 가벼운 정도로 앓고 넘어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후각/미각 상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증상을 겪었고 인후 궤양으로 인한 후유증(아주 심각한 건 아니었다)으로 꽤나 고생을 했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근손실이 일어날까 언제까지 운동을 할 수 없을까만 전전긍긍했던 나는 학원에 연락하여 사정을 설명하고 운동을 나갈 수 없는 기간 동안 잠시 수강 일자를 일시정지 혹은 연장할 수 있을지를 물었지만, 그것은 결국 나의 개인 사정이기 때문에 모두 감안해 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최대 2주 연장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단, 마침 곧 끝나가는 수강 기간에 맞추어 그룹이 아닌 1:1 수업을 새로 등록한다면 추가로 2주를 연장해주겠다는 협상 아닌 협상 제안이 들어왔다. 어차피 교통사고 합의금을 받을 테니 그걸로 병원 치료가 아닌 물리치료사 자격증이 있는 선생님과 1:1 수업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느낌에 앞서 씁쓸함이 덮쳐왔다. 오픈하기 전부터 등록해서 다녔던 곳이었고, 1년 동안 누구보다 애정을 가지고 운동했다고 자부했기에 왠지 모를 서운함과 아쉬움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재등록도, 연장도 하지 않은 채로 필라테스를 그만뒀다.




그리고 지금 나는 요가를 시작한 지 4달 차이다. 필라테스만큼 마음을 줄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웬걸. 아주 쓸데없는 염려였다고 느낄 만큼 푹 빠졌다. 아니, 그 이상으로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브런치에 새로운 매거진을 만들었다. '살려고 하는 운동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먹고사는데 도움되려고 시작했던 운동이 어느새 나의 몸과 마음 건강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며 열심히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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