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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요괴 Sep 26. 2022

두려움을 두려워하면 안 돼

요가 초심자의 숙련자 되기 대작전

내가 좋아하는 아쉬탕가 요가 수업에서는 시작 전 선생님이 늘 이 말씀을 하신다. 


아쉬탕가는 일정한 시퀀스를 반복하며 수련하는 요가 방식이에요.
하지만 같은 시퀀스 안에서도 초심자와 숙련자 각각에 알맞은 동작을 따로 알려드릴 테니 본인의 수련 정도와 컨디션에 맞게 진행하시면 됩니다!


요가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별다른 도구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말은 즉슨 도구에 의지하지 못하고 오로지 내 몸만으로 중력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움직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초심자에서 숙련자가 되어갈수록 자신의 의지로 신체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에 확실한 차이가 생기고, 그만큼 높은 난이도의 동작들을 도전하게 된다. 가끔 선생님이 수련하시는 모습을 보면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여내는 모습이 경이롭다 못해 짜릿하다. 


세상에 마음처럼 되는 일이 정말 드문데, 내 몸이라도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대로 움직여지는 몸이라니... 선생님은 얼마나 좋았을까?




초심자 분은 왼손을 오른발의 엄지발가락 옆에 놓아주시고,
숙련자 분은 왼손을 오른발의 새끼발가락 옆에 놓고 자세 만들어볼게요.

사진 출처: https://yogaclicks.com/blogs/yoga-practice/an-easy-guide-to-parivrtta-trikonasana
'파리브리타 트리코나아사나(Parivritta Trikonasana)'
'비튼 삼각자세'로도 불린다. 고작 손의 위치에 따라 난이도에 얼마나 차이가 날까 싶지만, 발의 바깥쪽에 손을 두려고 하는 순간 균형을 잡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큰 차이가 있다. 저렇게 평온한 표정으로 할 수 있는 자세였다니!


선생님은 수업 전 약속(?) 하신 것처럼 수련 정도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동작을 각각 알려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나는 초심자인가 숙련자인가'


요가 두 달 차 까지는 고민할 것도 없이 초심자용 자세로 수련했으나, 세 달 차쯤에는 익숙해진 몸이 초심자 자세에서 안정된 호흡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숙련자가 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건 비단 몸뿐만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늘 대범한 척하지만 난 사실 상당한 겁쟁이다. 위태로운 운동 능력으로 겨우겨우 동작을 수행하는 와중에도 누군가 옆에서 입바람만 불어도 우당탕 넘어져버릴 것 같아 무섭다. '넘어지면 어떡하지? 다치면 어떡하지?' 해보기도 전에 쏟아지는 걱정에 온 신경이 쓰인다. 이미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하려니 자세가 잘 잡힐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의욕이 앞서 무리하게 동작을 취했다가는 정말 병원 신세를 질 수 때문에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가 초반엔 잘하던 동작을 오히려 최근 들어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중간에 한번 자세 잡기에 실패한 적이 있는데, 순간 나를 강타했던 불안함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그 동작을 할 순서만 되면 몸에 힘이 빠져버린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가짐은 결코 수련을 정진하게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무섭지만 조금씩 다시 시도해본다. 유튜브에서 숙련자들이 수련하는 영상을 찾아보며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는 용기를 내어 숙련자 자세에 도전한다.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두려움을 떨쳐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해내고 만다. 


최근 계속되는 실패를 겪는 자세 중 하나는 '차크라사나(Chakrasana)'이다. 누운 자세인 '할라사나(Halasana)'에서 다운독, 혹은 견상자세라고 부르는 '아도 무카 스바나아사나(Adho Mukha Svanasana)'로 전환하기 위한 동작이다. 뒤구르기와 굉장히 비슷하다.


1. 할라사나(Halasana) / 출처: healthshots   2. 아도 무카 스바나아사나(Adho Mukha Svanasana) / 출처: 구글


팔의 근력 부족으로 아직까진 몸을 뒤로 굴린 뒤 내 힘으로 완전히 일어나지 못하는 탓에 매번 엉덩이를 들어 올려주시는 선생님께 죄송하긴 하지만, 혹시라도 목이 부러질까 봐(?) 자세를 제대로 취하지도 못했던 초반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선생님도 포기하지 않는 학생을 좋게 보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얼마 전 브런치에 적었던 처럼 못하는 나도 나다. 좌절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한 채로 반복하다 보면 분명 어느새 진정한 숙련자의 길에 들어선 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요괴야,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수련을 게을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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