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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요괴 Oct 15. 2021

대표님, 팀워크 좀
억지로 끌어올리지 마세요

가족 같은 회사, 친구 같은 팀원, 그런 거 없습니다

주말 워크숍, 사내 체육대회, 저녁 회식 등 MBTI가 I로 시작하는 내게 사회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소들은 차고 넘친다.


아니, 사실 MBTI는 중요하지 않다. 직원들의 개인 시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삶을 회사로 가득 채우려는 대표님 이하 임원진들의 욕심이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단 하나의 장점은 이런 것들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회사는 마치 내가 모든 동료들과 절친이 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있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할 에너지도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누구 덕분에) 더 이상 새로운 친구는 필요 없다.


대표님들이 잘못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팀원들이 친해야 팀워크가 생겨난다



정말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팀워크는 각 조직원이 상호존중 하에 각자 맡은 업무를 책임감 있게 해낼 때 생겨난다.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바탕되지 않은 채 사적인 친분만 쌓인 조직은,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암묵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성실하고 능력 있는 직원이 오래 버틸 수 없게 한다.


그런 조직은 결국 무능력하지만 본인이 정치인인 줄 착각하는 윗사람들과 열정 넘치는 아랫사람들(특히 불쌍한 신입사원)이라는 환장의 콜라보를 만들어내며 "아니 이렇게 엉망진창인 회사가 대체 어떻게 아직까지 안 망하고 굴러가는 거지?"의 루트를 타게 된다.


그리고 지난 글인 '내가 다섯 곳의 회사를 떠난 이유-2'에서 적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열정 가득한 신입사원들의 생기를 쪽쪽 빨아먹은 뒤 시들어버린 직원들은 나가떨어지고, 그 자리를 다시 비슷한 사람들이 채우며 삐걱대도 어떻게든 회사가 굴러가게 만드는 것이다.


신원미상의 대표: 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건데 팀원들끼리 서먹하면 그게 잘 될 것 같아?? 회사에서 괜히 등산하고 그러는 줄 아나.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하고 있네 정말.


(진짜 저렇게 생각하는 대표들이 많다는 것에 한숨이 나온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팀원들이! 상호존중 하에 본인의 업무에 충실하게 임한다면 팀워크는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너무 어려운 말인가? 


그냥 남에게 민폐 끼치지 말고 각자 주어진 일 잘하면 저절로 으쌰으쌰하게 된다는 뜻이다. 단,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하나, 경쟁을 조장하지 않는 기업문화를 갖출 것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경쟁과 팀워크, 보기만 해도 반대 선상에 있는 단어가 아닌가. 경쟁을 조장하는 기업문화에서 팀워크가 있길 바란다는 건 스테이크를 썰어 먹으면서 "난 채식주의자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신원미상의 대표: 다른 팀과의 경쟁은 괜찮지 않나?


안 괜찮다.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팀워크라는 건 팀 내뿐만 아니라 팀 간에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회사 안에서는 매일 수많은 업무협조 요청이 (공문 없이도) 팀 상호 간에 이루어진다.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경쟁심리를 부추겨서는 누가 순순히 협조를 해줄까?



둘, 올바른 가치관으로 사람을 신중하게 뽑을 것

채용 절차만 여러 단계로 나누라는 것이 아니다. 친구를 사귈 때도 나와 결이 맞는지 아닌지를 먼저 판단하는 것처럼, 채용 역시 마찬가지다. 


학벌, 경력 등 눈에 보이는 조건에만 매몰되어 인재를 채용했다가는 결국 나와 같은 브런치 작가를 한 명 더 만들어낼 뿐이다.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팀원들의 객관적인 능력보다는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타인에 대한 존중이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지'와 같은 부분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때 대표와 회사는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명확한 가치관을 정립하고, 항상 일관적인 시선에서 인재를 뽑아야 한다. 최근에 만났던 한 스타트업에서는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원격근무가 대부분인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훌륭한 팀워크를 보였다(물론 좋은 리더도 한 몫했다).




사실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춘다면 그 회사는 팀워크뿐만 아니라 이미 사업의 성공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사람이 중요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는 가끔 직원이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은 인내심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억지로 끌어올리려는 팀워크가 지금 우리의 인내심을 갉아먹고 있다.

 


대표님들, 이 글 보시려나요?





Photo by Luis Villasmi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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