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How long? 1

펜션 가는 길

by 도라지

동이 텄다. 길게 나른한 몸을 세우며 이현진이 거실 창밖을 바라보았다. 25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아침을 바라보는 것도 엿새 만이었다. 긴 머리를 틀어 올리며, 이현진이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커피물부터 올리고, 밥통에 쌀을 씻어 안친다. 이현진은 능숙하고 재빠르게 식탁을 준비했다.


어젯밤에 미리 챙겨두었던 가방 하나를 들고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오아시스 음악을 들으며 카풀장으로 향했다. 김소연과 하수민이 벌써 도착해있었다. 뒤이어 유지은이 남편의 차를 타고 도착했다. 유지은 남편이 운전석에서 내리려는 걸, 여자 넷이 극구 말리며 재빨리 돌려보낸다.


오 분 후 차 한 대가 카풀장으로 들어오는 게 보인다. 이현진이 손을 높이 들며 흔들었다. 서동우가 창문을 내리며 여자들 앞에 차를 멈춘다. 음침한 밤중에 은밀한 일터로 여자들을 태운 차가 움직이듯이, 여자 넷이 신속하게 차 트렁크에 가방들을 밀어 넣고 차에 올라탔다.


이현진이 앞자리에 올라타며 서동우에게 인사한다.


"동우야, 아침부터 나와줘서 너무 고맙다~ 재영이 부탁이라서 억지로 나온 거지?"


서동우가 크게 부정하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새끼 말이니까, 내가 이 시간에 여기를 나온 건 맞지~ 다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미모들이 출중하시네요~"


서동우는 마음에도 없는 인사말을 성의 없이 날린다. 지난밤에 같은 사무실을 쓰는 회계사 형이랑 진탕 마셨다. 이십 대 여자들이 있었는데, 누가 이뻤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이다. 오늘은 토요일, 실컷 자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그 새끼, 재영이 부탁만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다. 아니, 이제부터 저 아줌마들을 데리고 1박 2일 운전병을 해줘야 한다. 나쁜 새끼~


서동우는 이미 이 아줌마들과 안면이 있었다. 김재영이 서울에서 내려올 때마다, 이현진과 어울리는 자리에 서동우까지 부른 적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그 자리에 저 아줌마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있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미모도 없었다. 이현진이야 대학 때부터 알던 사이고, 현진과 재영은 첫사랑이었다.


유지은은 아직 여성스러운 외모지만, 이삼십 대 애들과 비교하면 한물갔다. 김소연은 이혼녀라고 들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상대로는 적합하지만, 몸매가 영 아니다. 저기서 5킬로는 빼야 상대해줄까 말까다. 서동우는 마른 여자를 좋아한다. 하수민은 그저 그렇다. 영락없는 공무원 아줌마다.


서동우는 어젯밤 너무 취해서 물건을 세워볼 틈도 없이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일어나 보니 내 집이었다. 물건도 그대로 있고 집도 잘 찾아왔다. 차 뒷좌석에 여자 셋이 나란히 앉아있다. 다 별로라고 생각하며, 서동우가 입을 열었다.


"가족들은 어떻게 하고, 다들 괜찮으세요?"


이혼녀 김소연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대답한다.


"우리가 나쁜 짓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끼리 여행 가는 건데, 안 괜찮을 게 뭐예요?"


그러자 덩달아 무미건조해 보이는 하수민마저 맞장구를 쳤다.


"총각이 우리 같은 아줌마들이랑 어울리는 게 많이 억울한가 봐요~"


이현진이 형님 같은 미소를 지으며, 운전대를 잡은 서동우를 위로한다.


"쟤들 아직 쓸 만 해~ 다들 잘 나가는 애들이야."


서동우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속으로 간신히 참으며 대꾸한다.


"저 같은 노총각을 불러주시고, 제가 영광이죠~"


이현진이 휴대폰을 만진다. 서동우에게 물었다.


"펜션까지 얼마나 걸릴까?"

"두 시간 사십 분 정도~ 내가 군대 운전병 출신이니까, 십분 더 단축시켜볼게."


뒤에 앉은 여자 세 명 중에 둘은 쉴 새 없이 수다를 떤다. 가운데 유지은만 비교적 덜 수선스럽다. 이현진이 두 시간 삼십 분 후, 김재영과 통화를 한다.


"재영아, 우리 도착하는 중이야. 너는 벌써 왔다고?"


가평에 있는 <하늘숲> 펜션 앞에 김재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르고 키가 큰 김재영은 따뜻하게 웃으며, 여자 넷을 반겨준다. 서동우가 김재영을 보자, 김재영이 의미심장하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서동우의 숙취가 조금 잦아든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