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How long? 2
나무숲 아래에서
하늘숲 펜션 뒤로 높지 않은 산이 둥글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 숲 위로 파란 하늘이 기다랗다.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막 익어가는 계절이다. 펜션 주인 남자가 다가왔다. 하수민은 그 남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현진이 펜션 주인 남자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박태환~ 와, 산 기운이 좋은가보다. 지난번 장례식장에서 봤을 때보다, 더 젊어졌어~"
박태환과 김재영과 서동우는 고등학교 친구들이다. 김재영과 이현진의 첫사랑 스토리가 한 편의 영화 같아서, 김재영 주변인들 중에 이현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박태환과 김재영은 대학까지 같이 졸업했다. 지금도 대학 때 동아리가 연결이 되어 경조사에 서로 품앗이를 다닌다. 이현진도 그 동아리 멤버였다. 이현진이 하수민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수민아, 태환이 기억 안 나? 너네들 1학년 미팅 때 파트너 된 적 있었잖아~"
하수민은 아무리 떠올려봐도 그때 그 남학생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그녀 앞에 있는 저 배불뚝한 아저씨가 대학 1학년 미팅 때 파트너였다니, 안되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태환도 하수민은 안중에도 없다. 그 옆에 있는 김소연의 찢어진 눈꼬리가 그의 취향이다. 박태환은 얌전해 보이는 여자보다, 색기가 있어 보이는 여자를 좋아한다. 김소연이 딱 그런 여자일 것이다.
서동우는 어젯밤 숙취로 여전히 불편했다. 눈치가 빠른 유지은이 짐을 풀고 얼른 주방으로 달려간다. 다들 점심 전이었다. 유지은이 인덕션에 냄비를 올리고 전기포트에도 따로 물을 끓였다. 서동우가 유지은에게 물었다.
"라면 끓이게요? 얼마나 걸려요? 인덕션이 이럴 땐 좀 그렇죠?"
유지은이 상냥하게 웃으며 서동우를 향해 몸을 돌리며 대답한다.
"급하죠? 속이 쓰릴 거예요. 금방 돼요. 4분만 기다리세요~"
유지은이 재빨리 라면을 다섯 개 끓여서 서동우 앞으로 먼저 한 그릇 밀어준다. 서동우도 속이 쓰렸던 차에 유지은의 호의가 싫지만은 않았다. 뜨끈한 라면 국물이 들어가자, 속이 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이현진이 박태환에게 가까운 곳에 고기를 살만한 데가 있는지 물었다. 박태환이 일러주는 대로 김재영이 머릿속으로 입력을 해둔다. 김재영이 운전하는 차에 이현진이 걷은 회비를 들고 따라나섰다.
"현진아, 동우가 올 때 구시렁대지 않았어?"
"왜 안 그러겠어? 동우가 동우했지. 지가 세무사면 세무사지, 아주 우리를 노땅 할머니들로 취급을 한다니까~"
이현진이 평소답지 않게 나긋나긋한 말씨로 대화를 이어간다. 이현진은 중학교에서도 체육 선생님이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씩씩했다. 과목은 국어인데, 옷차림도 체육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늘 바지에 티셔츠, 그 위에 점퍼나 코트 차림이다. 대학 때부터 줄곧 한결같은 패션이었다. 그런 이현진의 보이쉬한 매력에 김재영이 끌렸는지도 모른다.
"그 새끼가 너를 노땅 취급한다고? 말도 안되지. 너가 얼마나 이쁜데~ 내 눈엔 아직도 니가 제일 섹시해 보여."
김재영이 운전하다가 말고, 슬쩍 고개를 돌려 이현진을 바라보았다. 순간 이현진도 '내가 여자였지?'라고 자신을 확인하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도 현진은 자기 몸을 들여다볼 시간조차 없었다. 늘 학교와 집을 오가며 바쁘게 살았다. 그렇게 여자 몸을 잊고 산 지가 얼마나 된 건지 그것조차 가물가물하다.
현진의 남편도 교사다. 지금은 장학사로 출근 중이다. 곧 교감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 나이에 맞게 평탄하게 승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년 전부터 전립선 치료제를 머리털 보존 약으로 먹은 뒤로, 현진의 남편은 밤일을 잘하지 않고 있다. 현진도 바쁜 일상에서 밤일을 안 하고 사는 게 차라리 편했다. 아이는 어쩌다 보니 하나만 낳았다. 그래도 똑똑하고 건강하게 잘 커서 지금 대학 1학년이 되었다. 현진은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 애가 들어섰었다. 현진이 스물다섯에 아들을 낳았다. 그 애가 지금 스무 살이 되었다.
"너는 와이프랑 행복해?"
현진의 질문에 재영이 지긋한 눈빛으로 다시 현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행복하면, 내가 널 다시 만나고 싶어 했을까?"
재영이 가던 차를 잠시 옆으로 세우며, 현진에게로 몸을 돌렸다. 순간적으로 현진이 놀라서 차창쪽으로 제 몸을 비스듬히 밀었다. 재영이 안전벨트를 풀고 현진의 좌석을 뒤로 눕혔다. 뒤로 눕혀진 의자와 함께 현진의 몸도 천천히 쓰러졌다. 재영의 단단해진 아래쪽이 현진의 명치 아래에서 느껴진다. 현진은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당황스러웠다. 사방은 너무 환하고, 현진은 바지를 입고 있다. 차에서 하는 섹스는 처음이다. 방법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