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밤은 길고 어두웠다. 아직 아홉 시도 안됐는데, 사방이 칠흑 같았다. 머리 위로 별들이 촘촘하게 박혀있다. 듬성듬성한 것보다 촘촘한 것이 좋다고 태환은 생각했다. 오늘 밤 단 하루뿐인데, 소연과 둘이 있을 시간을 마련할 구실이 생각나지 않는다.
태환은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건강이 좋지 않아지면서, 일년 전에 퇴사하고 가평으로 내려왔다. 와이프와 애들은 서울이 좋다고 내려오지 않았다. 여기 펜션과 근처에 있는 땅도 제법 물려받아서, 서울 집까지 살림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서울 토박이인 아버지가 선견지명이 있으셨다.
태환은 재영이나 현진을 통하지 않고, 소연과 직접 둘이 있을 때 소연의 연락처를 물어볼 참이다. 소연이 화장실이 급한 표정으로 펜션 안으로 들어간다. 태환이 불쏘시개를 집어 든 채로, 슬쩍 펜션 주인의 의무 점검인 양 아무렇지 않게 펜션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화장실을 나오는 소연 앞에 태환이 서있었다.
"소연씨, 전화번호 좀 주세요. 대전 가면 커피 마시러 가게요."
소연이 찢어진 눈꼬리에 슬며시 힘을 주며, 태환의 앞으로 바짝 붙는다. 태환의 휴대폰에 소연이 직접 제 번호를 눌러준다.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던 소연이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태환의 입술이 소연의 이마쯤에 와닿아있었다. 소연의 이마를 타고 내려와 태환의 입술이 소연의 입술을 찾아냈다. 취기가 올라오면서 소연은 벌써부터 몸이 달아올라 있었다. 소연은 헉헉 거리는 숨을 토해내며, 그 입술 속에 든 혀를 빨아먹었다. 여기서 저 남자의 바지라도 벗기고 싶지만, 밖에 친구들이 있었다. 소연이 태환의 몸에서 살짝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나 혼자인 거 알고 있죠? 대전에 오기 힘들면 천안쯤으로 내가 갈게요. 가평에서 천안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다음 주에 천안에서 만날래요?"
두 사람은 신속하고 은밀하게 약속 날짜를 잡았다. 소연이 방에 들어가 겉옷을 두 개 꺼내 들고 먼저 바깥으로 나갔다. 소연이 가지고 나온 겉옷을 수민과 지은에게 걸쳐주었다. 씩씩한 현진은 다른 애들에 비해 추위를 덜 타는 편이다.
소연은 지금 몸이 한창 뜨겁다. 얼음 위에서라도 하고 싶은 판이다. 여기가 유럽처럼 좀 개방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태환도 따로 살림을 하고 있는 거니까, 싱글인 소연과 태환이 눈 좀 맞았다고 흉 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친구들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게 소연은 억울하기까지 하다. 내가 내 몸으로 니들 남자 아닌 남자랑 좀 즐기고 싶다는데, 왜 니들 눈치를 봐야 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오늘 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니들 눈치 보느라, 나는 오늘 밤을 날린다.
재영도 초조하긴 마찬가지였다. 별빛이 이렇게 좋은데, 현진이 손잡고 어디 숲 속이라도 들어갔다 오고 싶은 마음뿐이다. 슬며시 현진 쪽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현진과 눈이 마주쳤다. 현진도 안절부절못하는 눈치다. 애꿎은 시간만 흘러간다. 안 되겠다. 재영이 결단을 내리고 모두 앞에서 말했다.
"현진아~ 밤공기도 좋은데, 우리 첫사랑끼리 산책이나 하지 않을래?"
소연이 잽싸게 현진을 일으켜 세우며 말한다.
"키스까지 진하게 하고 와~ 니들 오늘 밤 펜션에 안 들어와도 안 궁금해할 거야. 더 늙기 전에 재영씨, 현진이 여자 좀 만들어 줘요~"
홀아비 사정 과부가 안다고, 소연은 현진과 재영의 첫사랑이 풋사랑으로 끝난 것이 늘 안타까웠다. 소연이 섹스를 즐기는 것만큼, 타인의 섹스도 존중하는 타입이다. 인생은 짧고 섹스는 더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