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들, 절에는 한 발짝도 안 들어가는데, 삼천 원을 받어?"
삼천 원 받을 때도 나는 그들을 나쁜 놈들이라고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갔더니 일인 사천 원이란다. 또 나쁜 놈들이라고 내가 욕해 주었다.
그런데 올해 여름이 시작될 즈음 다시 갔더니, 그새 천원이 더 올라 있었다. 법주사 입장료 성인 오천 원~ 나쁜 놈들 나쁜 놈들 하다가, 이제는 욕도 안 나왔다.
남편은 남의 편이라고, 무조건 마누라랑 반대로 향하기로 맘을 먹고 사나 보다. 또 그들 편을 든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겠지. 법주사 안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많아서 그러려니 하시게. 국립공원도 보호해야 할 테고~"
나는 속으로 '국립공원은 나라에서 관리하는 건데'라고 생각을 해보다가, 대인배 같은 남편의 발언에 나쁜 놈들이 또다시 괘씸해진다.
속리산은 산세가 험하지 않고 청주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 자주 가는 곳이다. 사람들은 속리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다른 길들을 알고 있다지만, 우리 부부는 오로지 법주사 입구를 통해서 가는 길 밖에 모른다.
그렇다고 우리가 속리산을 찾는 이유가, 정상을 찍기 위해서 가는 것도 아니다. 자랑할 것도 못 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천왕봉이든 문장대든 올라간 적이 없다. 법주사 옆으로 왕복 두시간 반이면 충분한 '세조길'을 걷기 위해 가곤 한다.
그런데 법주사 경내는 한 발짝도 들어서지 않고 세조길만 걷는 사람들도, 법주사 입장료 5천원을 동일하게 지불해야 한다. 세조길 가는 사람 치고 한 번쯤 의문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입장료 징수 사무실을 법주사와 세조길의 분리 지점에 설치해서 입장료를 따로 징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건 단순히 속세에 사는 나의 미욱한 소견인가 보다. 법주사 스님들은 사람들의 원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염불만 외고들 계신다. 이러다 속리산 일대가 다 법주사 소유가 될 거 같다. 사하촌 사람들인 근처 식당가 상인들의 말로는, 법주사 소유지가 얼마나 넓은지, 어디까지인지 아무도 모를 거라고 했다.
언젠가 입장요금 게이트를 통과하지 않고도 법주사 쪽으로 들어가는 루트가 있다는 솔깃한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다. 그런데 그 루트에 대해선 정작 듣지를 못했다.
작년 이맘때었나 보다. 산에 밤들이 떨어지고, 버섯 채취 때문에 입산금지 현수막들이 산마다 큼지막하게 붙어 있던 시기였다. 하루는 법주사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먼저 했다. 큰 도로 뒤에 있던 식당이어서 식사 후 뒷길로 걷다 보니, 오른쪽에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불현듯 혹시 이게 그 비밀 루트인가 호기심이 발동했다. 밑져야 본전일 줄 알았다. 떡 하니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있는 걸로 보아서, 아주 불법이라고 할 수도 없을 거 같았다.
그 뒷골목에서 주욱 길을 따라가면, 법주사 입장료 게이트까지 걸어서 족히 십오 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계단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면서 법주사가 있는 방향도 체크했다. 그런데 아뿔싸, 동서남북 방향을 알 수가 없는 게 산속이란 것을 우리가 미처 몰랐었나 보다. 설마 설마 하며 산속을 헤매고 헤매다 겨우 내려왔는데, 우리가 올라간 지점과 불과 백 미터 떨어진 거리였다.
우리가 산을 헤매고 다니는 것을 누군가 본 모양이었다. 공중 화장실을 나오는데 경찰차가 우리가 내려온 지점 앞에 서있었다. 왜 경찰차가 왔지? 우리는 법주사 근처도 못가보고 간신히 산에서 내려왔을 뿐인데, 그렇다고 잡아갈 일인가 싶었다. 그때 남편이 벽에 걸린 현수막 하나를 가리켰다. <입산금지>
비밀 루트는커녕 한 시간 넘게 개고생만 하다가 내려왔는데, 버섯 도둑의 오명까지 쓸 뻔했던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아마도 국내 사찰 입장료 가운데 법주사 입장료가 최고 비싸지 않을까 싶다. 스님들 생활비며 사찰 유지비와 기타 경비가 얼마나 들지 모르겠지만, 법주사 경내에 있는 팔상전만큼이나 위대한 유산이 법주사 어딘가에 묻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렇게 많은 돈이 스님들 성덕에 얼마나 이롭게 작용할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고 있다느니, 전통 사찰도 종부세를 부과한다느니 하는데, 수행도량에 살고 계시는 스님들께서야 오죽 맑은 심성으로 순리에 따르시겠는가. 그분들은 필시 다 계획이 있고, 깊은 데 자리한 부처님의 뜻대로 살고 계신 분들일 거다. 미욱한 중생이 내 돈 나가는 것만 아까워할 줄 알고, 부처 같은 스님들의 혜안을 감히 의심했던 지난날을 참회하며 글을 쓴다.
강 훈련사님이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고. 개 같은 중생도 아니고 부처 같은 스님들인데 두 말해서 무엇하랴. 그래, 세상에 나쁜 스님은 당연히 없을 게다.
(2021년 10월 9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