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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자 Aug 31. 2023

맏이 5. 중학생활

  

나는 나고야시에서 사춘기를 맞이한 것 같다. 그동안 동생 희창이가 태어나고 나와 같은 환경에서 성장했다. 내가 중학교에 갈 무렵 소학교에 입학한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성격이 남과의 대화나 만남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바탕은 열등감이었을 것이다. 누적된 자존심의 손상 등으로 인하여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적 심성이 싹트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내왔다.

그러나 희창이는 건강하고 남과의 교제를 좋아하고 친구도 꽤 많은 것 같았다. 사춘기가 되면서 차츰 영화관 출입도 많아졌다. 공부가 끝나면 같은 조선 사람 친구와 몰래 오락 장소인 영화관 출입을 하곤 했다. 물론 용감하게도 담을 넘거나 땅을 파거나 화장실 물받이를 타고 한 프로를 되풀이해서 보고 또 보고 밤이 어두워서야 집으로 오기가 일쑤였다. 그럴 때면 나는 어머니로부터 매를 맞는다. 한두 번도 아니고 상습적으로 그런 학업 생활이 계속되니 어느 부모가 걱정을 안 할까. 어떤 때는 여학생 꽁무니를 따른다고 봉변도 당해 보았다.


그러나 이제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니 나도 조금은 철이 나기 시작했고 이 학교는 조선 사람도 많았다. 학교 선생들도 모두 그런 인상이 보이지 않고 해서 마음에 썩 들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미리 공부하고 또 복습도 하고 이런 식의 공부는 바로 성적에 반영되었는데 시험 점수 결과 첫 학기에 내가 1등이라 했다. 물론 머리 좋은 놈은 좋은 학교로 빠졌으니 그럴 테지 했지만 그래도 소학교에서 나보다 성적이 좋은 놈이 중학교에 와서 저 밑에 있고 나는 그 위에 있으니 신바람이 났고 공부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렇듯 중학교 시절의 일과는 재미가 나고 공부는 급진했다. 중학교 전과목을 통하여 모두가 갑(甲)으로 표시되는 우등생이었다. 조선인이지만 급장도 했다. 그리고 학교 향상 최대위원으로 뽑혀 졸업할 때까지 나의 학교생활은 승승장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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