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자 트랩을 설치하고, 승객용 버스와 수화물 운반용 트럭이 달려오고, 유도 요원들이 오는 등 다른 공항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넓은 활주로와 계류장에는 다른 나라 항공기는 보이지 않고, 고려항공 비행기만 몇 대가 덩그러니 서있을 뿐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공항 청사는 많이 낡은 3층 건물이고, 규모는 우리의 지방공항 수준인데 건물 옥상에 웃고 있는 김일성 초상화가 커다랗게 걸려 있는데, 6·15 남북정상회담 때 뉴스에서 보던 풍경 그대로였다. 북측 안내요원들이 사전에 통보된 명단과 방문자를 일일이 확인 대조를 하면서 한 명씩 비행기를 내렸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 수속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 내에서 신분을 일일이 대조한 후에 비행기 밖으로 내 보내준다. 다른 나라의 여느 공항처럼 출입국 절차와 세관 검색도 없이 북측 요원이 공항에 착륙한 비행기의 트랩으로 와서 확인하고, 미비한 사람은 내리지 못하게 한다. 승무원들도 내리지도 못한 채 기내에서 대기하여야 한다.
<평양거리 : 다니는 차도 신호등도 없고 수신호 하는 여성 모습>
공항 활주로에 서서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촬영해도 된다고 아주 선선히 대답했다. 모두들 청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부산을 떨고, 단체 사진도 북측 촬영요원이 찍어 주었다. 승객용 버스에 올라 청사로 들어가서 짐을 찾으려고 하자 그들이 한꺼번에 트럭에 옮겨 실을 거니까 각자 핸드 캐리한 짐만 가지고 버스에 탑승하란다. 비행기가 우리가 타고 온 것 밖에 없으니까 찾을 필요 없이 모두 일괄 처리하는 게 편한 것이다. 5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인원 점검을 한 후 북측 안내원이 버스당 3명씩 배치가 되었다. 순안공항은 평양특별시의 순안구역으로 서울의 자치구 비슷한 행정구역이다. 평양 도심에서 약 20Km 정도 떨어져 있고, 왕복 4차선 고속도로를 30분 정도 달린다. 도로변에는 커다란 미루나무 가로수가 숲을 이루고 있고, 주변 논에는 벼가 고개를 숙이며 익어 가고 있었다.
<평양 거리 모습>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거의 보이지 않고, 도로 옆에는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걸어 다니고 있고, 어떤 할머니는 남루한 옷을 입고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고 있으며, 심지어 고속도로를 무단 횡단하기도 하였다. 바퀴가 아주 조그마한 손수레에 짐을 싣고 끌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염소를 몰고 가는 노인도 보였다. 우리가 타고 가는 버스는 1989년에 세계청년학생 축전에 참가했던 재일청년단체에서 기증한 것이었는데, 16년을 사용해서 무척 낡았고 앞 유리는 1/3 정도가 금이 간 채 운행하고 있다. 다행히 에어컨은 잘 나왔다. 방송요원 중 지난번에 골프장 사전 답사를 왔던 팀들 얘기에 의하면 심양에서 타고 오던 고려항공 비행기는 에어컨이 안 나와서 모두들 부채를 부치느라 혼났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아시아나 항공이라서 다행이다. 평양 시내가 가까워지면서 안내원들이 약간씩 설명을 해주었다.
<차에서 본 김일성 주석궁 모습>
시내로 들어가면서 김일성의 주석궁이던 금수산의사당을 지나간다. 그곳은 그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어서 지금은 금수산 기념궁전으로 불리면서 북측의 최고의 성지이다. 수양버들이 건물 주위에 둘러져 있고, 담장은 두께가 30Cm 정도인 대리석 석판을 완전히 뚫어서 조각한 것들을 이어 만들었는데 그 위용이나 호화로움이 극에 달했다. 그 건물 근처에 김일성종합대학이 있는데 캠퍼스 부지가 150만 평이란다. 22층짜리 강의동 건물이 우뚝 솟아 있고 13개 학부들이 있단다. 모란봉 구역의 만수대 언덕에는 커다란 김일성동상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우리가 묵을 호텔은 보통강구역 즉 보통강변에 있는 보통강호텔이다. 김일성의 지시로 대외 외빈들의 접객용으로 지은 9층짜리 여관(호텔)이다. 보통강은 평남 평원군에서 발원하여 평양 시내에서 대동강과 합류하여 황해로 흘러 나가는 강이다. 이 감변에는 수양버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고, 호텔 주변은 약간 유원지 형식으로 개발되어 있어서, 치마저고리를 입은 젊은 여인들과 청춘 남녀들이 보트를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