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호텔에 여장을 풀기 전에 우선 늦은 점심 식사를 그 유명한 평양냉면집인 옥류관에서 하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단체 버스를 타고 대동강변에 있는 엄청 큰 청기와집인 옥류관에 도착했다. 옥류관은 대동강변(평양시 중구역 경상동)에 합각식 청기와지붕에 흰색 벽의 한옥을 날아갈 듯하게 지어 놓은 냉면집이다. 원래 김일성의 지시로 1960년 광복절에 본관만 개업했는데, 나중에 별관까지 완공하여 총인원 2,200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이름도 김일성이 직접 지은 것이다. 그들의 말로는 하루 평균 6,000명이 이용하고, 이 옥류관에서 최고로 많이 팔 경우 하루에 1만 그릇의 냉면을 팔고 있다고 한다. 옥류관 앞에 버스가 도착하니 점심을 먹으려고 기다리는 인파가 장사진(長蛇陣)을 치고 있었다. 평양 시민들이 점심시간에 이렇게 많이 냉면을 먹으러 온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기에 옥류관 앞뜰에는 고추를 말리느라고 온통 빨간 고추가 운동장처럼 널려 있었다. 이렇게 고추를 말려서 1년 내내 김치를 담가 먹는단다.
<옥류관 본관 입구 모습>
우리 일행은 본관 특실로 안내되어 들어가니 벌써 식사 준비를 세팅해 놓았다. 녹두전 두 장과 돼지 수육 몇 점을 작은 접시에 각각 담아 개인별로 세팅을 해 놓았고, 평양의 봉황맥주나, 평양소주, 천연사이다 등을 서브해 주었다. 냉면은 100그램, 200그램 단위로 놋대접에 제공되었다. 맛은 우리가 즐겨 먹던 물냉면과는 조금 다르게 면발이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인공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아서 담백했다. 냉면만 있는 게 아니고 숭어회나 숭어탕도 있었다. 사실 이곳은 북한 주민이 누구나 무시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제법 고급스럽고, 서비스 수준이 아주 높았다. 들은 이야기로는 평양냉면과 쌍벽을 이루는 함흥냉면은 함흥시에 있는 신흥관에서 판매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평양의 젊은 층들은 옥류관의 전통적인 무미하고 담백한 냉면보다 청류관의 냉면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옥류관 앞마당의 고추 말리는 광경>
<옥류관에서 개그맨이자 사업가 주병진 사장과 함께>
<평양냉면과 빈대떡>
지배인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평양냉면 시식 방법에 대채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나 하고 모두들 그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면서 젓가락을 들지 않고 기다렸다. 탁자 위에 놓인 냉면 그릇에 왼손으로 젓가락을 찔러 넣어서 면발을 통째로 들어 올리더니 오른손으로 식초병을 잡고서 면발에 식초를 뿌리기 시작했다. 남조선 동무들이 식초를 냉면 육수에 마구 뿌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란다. 식초는 면발에 뿌려서 면발이 식초를 머금었을 때 다시 육수에 내려놓고, 가위로 자르든 그대로 먹든 하란다. 그리고 계란을 그냥 먹는 동무가 있는데, 그것도 잘못이란다.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흰자는 그대로 먹어도 되지만, 노른자는 숟가락으로 부셔서 냉면 전체에 고루 혼합이 되게 해서 먹어야 고소한 맛을 살릴 수 있다고 일장 연설했다. 수육이나, 김치는 각자 취향대로 먹으란다. 모두들 그 지배인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해 보더니 좋다고 한다.
<옥류관 뒷쪽의 대동강 전경>
<옥류관과 대동강 모습>
식사를 끝내고 대동강 쪽으로 난 건물의 베란다에 나가니 대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능라도가 바로 지척에 있었다. 저 멀리 주체사상탑이 우뚝 선 게 보이고, 평양의 다른 이름인 버드나무 도시 즉 유경(柳京)이란 이름답게 버드나무가 무척 많았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북측 주민들이 점심을 먹으려고 아직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도 외식을 상시 많이 한단다. 식사 후에 4박 5일 동안 묵을 보통강 호텔로 향했다. 평양 시내를 지나는데 주변에 보이는 건물들이 하나같이 우중충하고 낡은 것들이다. 아파트의 1층은 드문드문 상점으로 이용되고 있고, 거리는 한산하다. 신호등은 있으나 켜져 있는 게 없고, 대부분의 교차로는 운전사가 눈치껏 지나가고 약간 교통량이 있는 곳에는 여자 교통 신호하는 사람이 수신호를 한다.
<옥류관 복무원 모습>
거리의 교통수단은 전차와 이층 버스가 간간이 다니고 지하철도 있고, 승용차는 오래된 외제차들이 주로 굴러 다녔다. 보통강 호텔까지 가는데 인민문화궁전, 유경 정주영체육관, 전쟁승리기념관 등을 볼 수 있었고, 보통문을 지나갔다. 보통문을 지날 때 북측 안내원이 6·25 전쟁 때에 미군이 평양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그때 보통문도 다 파괴되어 다시 건축했다는 말을 했다. 도로 주변의 모든 건물에는 붉은 글씨로 위대한 수령에 대한 찬양 광고판들이 붙어 있다. 보통강호텔은 대동강의 지류인 보통강 가에 있는데, 강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것 같았고 흙탕물인데 그곳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남녀가 보트를 타기도 하고, 강변에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는데 한가하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