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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신공항과 건어물 덕장

금동수의 세상 읽기(210309)

by 금삿갓

표(票)만 바라는 여당과 일부 야당 의원들이 주도하여 2021년 2월 26일 오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가결했다. 보통의 경우 신공항 건설은 공항시설법(空港施設法)에 따라 5년 단위 종합계획을 세워 건설 여부를 결정한 후 사전 타당성 검토, 예비타당성 조사, 기본·실시 설계, 착공 등의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그러나 이번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사전 타당성 조사도 간소화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국회 재석(在席) 의원 229명 가운데 181명이 찬성해서 28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국책사업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것이다. 다수결(多數決)의 힘이라지만 이들의 이름을 가덕도에 동판으로 새겨 영원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성추행(性醜行) 사건으로 공석이 된 부산시장 보궐선거용 선심정책(善心政策)이고 무분별한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소요 예산이 28조 원으로 막대한데 비하여 환승체계의 부족, 국내선 및 군 시설 보강 등 여러 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했다. 담당 공무원은 2016년도 사업 타당성 평가에서 가덕도는 시공성·환경성 등 커다란 문제점이 지적된 상황에서 이 특별법을 수용하면 공무원의 성실의무 위반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는 공무원으로서의 직무 유기(遺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런 주무부처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고 졸속으로 처리한 게 한 달 남짓 남은 보궐선거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016년도에 실시된 사전 타당성 평가에서 대상 후보지 김해, 밀양, 가덕도 세 곳 중 최하위인 가덕도를 특별법까지 만들어 밀어불이는 것은 국회의 폭거(暴擧)이다. 공항설계 전문가 그룹인 프랑스의 ADPi(파리 공항공단 엔지니어링)가 수행한 사전 타당성 평가의 결론대로 김해공항을 증설하면 될 것을 유권자의 표를 사려고 이런 황당한 짓을 벌였다.

가덕도는 부산 강서구 천성동에서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의 해저터널이 시작되는 섬이다. 역사적으로 일본과의 각종 분쟁의 전초기지(前哨基地)로 활용되었고, 러일전쟁의 잔재들이 많이 남아있다. 대원군이 세운 가덕도 척화비(斥和碑)를 비웃듯 일본이 만든 치욕적인 생채기들이 지금도 섬 곳곳에 상흔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일제의 포진지(砲陣地)와 탄약고, 참호, 막사, 태평양전쟁 때 해안 은폐를 위해 조성한 인공동굴 등 한반도 침략 증거들이 산재해 있다. 필자(筆者)의 가덕도에 대한 기억으론 숭어가 많이 잡히고 특히 겨울이면 물 좋은 대구와 물매기를 아주 싸게 살 수 있었다. 커다란 대구 두세 마리 사면 지리 끓이고, 한 마리는 회 뜨고, 나머지는 배를 따서 베란다에 꿰 달아 놓았다가 꺼덕꺼덕할 때 과도로 조금씩 삐져서 소주 안주로 하면 최고였다. 대구와 물매기는 살찌고 알과 내장이 풍부하여 객지 근무하는 홀아비의 저녁 술안주로는 최고였다.

영남권의 신공항을 가덕도로 졸속 추진하는 것은 선거용이라는 정치적 의도를 차치(且置)하고 다음과 같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① 비행 안전성이 문제이다. 그들의 계획대로 국제선만 옮기고 국내선과 군용(軍用)이 김해에 있으면 공항 간 거리가 가까워 공역(空域)의 중첩, 관제시스템의 혼선 등 비행 사고의 위험이 급증한다. 또한 가덕도의 바람이 주로 남풍이고, 태풍을 바로 맞는 외해(外海)이기 때문에 활주로가 동서로 배치되면 이착륙 시 남풍을 옆구리에 맞게 되어 매우 위험하다고 조종사들이 말한다.

② 수심이 깊고 지반이 약해 시공(施工)의 어려움과 경제성이 문제다. 가덕도가 최저 수심이 21m로 깊고 지반의 연약층이 최대 45m에 활주로의 표고(40m)를 고려하면 최대 100m 이상 높이로 매립(埋立) 해야 한다고 한다. 첵랍콕 공항은 수심 10m에 연약층이 20m로 지반 개량을 포함한 성토 높이가 39m 정도였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은 성토가 25~29m 정도였고, 연약층이 두꺼워 성토가 많이 이뤄진 하네다 공항의 경우 51.4m였다. 이렇듯 시공의 어려움이 많고 경제성이 떨어짐은 물론 시공기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 또한 막대하다.

③ 매립 공항의 지반 침하에 대한 문제점이 상존한다. 세계적으로 바다를 매운 공항은 많다. 인천공항, 간사이·하네다·추부공항, 첵랍콕공항, 창이공항 등등이다. 인천은 수심이 1m 수준인데 양쪽이 섬이고 박은 파일 총연장 1,682Km 달할 정도로 촘촘히 시공했어도 20년간 2.9cm 침하했다. 그러나 간사이공항은 40m 수심에 만든 인공 섬으로 개항 26년에 평균 13m 침하했고 50년쯤이면 18m로 예상한다. 간사이공항은 침하로 인하 추가 보강 공사비가 원공사비의 60% 이상 투입되었다. 최저 수심 21m의 가덕도도 이와 비슷한 부등침하(不等沈下)가 우려되며, 침하될 경우 유지 보수비로 공항은 매년 적자일 것이다. 또한 태풍이 올 경우는 폐쇄할 수밖에 없다.

④ 산자부의 탈원전 정책 결정처럼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 결과를 깡그리 무시했다. 2016년에 실시한 ADPi 평가에서 총점 1,000점 기준, 김해 805점, 밀양 686점, 가덕도 619점으로 현격한 꼴찌였다. 세부 항목별 평가는 더욱 심각했다. 가덕도는 11개 평가 항목에서 8개가 꼴찌였다. 과도한 건설비용, 비항공적 위험, 접근성, 시장 잠재력, 지역경제 영향, 생태계 영향, 기타 위험, 용량 확장성 순으로 낙제점(落第點)을 받은 것이다. 감사원으로부터 정밀 감사를 받아야 할 판이다.

⑤ 항공 물류 수요에 경제성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가덕도 기준 반경 100Km 이내에 70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있지만 여객량은 차치하고 화물이 문제이다. 현재 인천공항의 국제항공 물류의 통계를 보면 가덕도 공항의 물류 수요의 답이 나온다. 인천공항 항공화물에 대한 운송 기점별 금액 비율을 보면, 경기(33%), 충남(27%), 인천(11%), 서울(9%), 경북(7%), 충북(6%) 순으로 나타나고, 부산·경남 각각 1% 수준으로 매우 적다. 그만큼 항공물류 수요가 없다는 뜻이다. 국제항공 물류의 수요도 없는데 무엇하려고 공항을 만드는가?

⑥ 국민을 설득 않고 졸속으로 처리하는 게 최고의 문제이다. 인천공항 건설할 때도 지반침하 우려, 안개, 환경파괴, 대북 안보, 접근성 등등 반대가 매우 심했고 여론 조사 결과 70%가 반대였다. 그러나 공항의 건설과 운영에 대한 잘 만들어진 청사진으로 국민을 설득한 결과 찬성 70%로 여론이 돌아섰고 결과도 대성공이었다. 세종(世宗)이 늘 활용한 숙의(熟議)의 절차 없이 다수의 힘과 졸속 처리로 밀어붙인 대규모 SOC 사업은 언제나 동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런 사례는 역사에 자주 등장한다. 멀리는 진시황(秦始皇)이 만리장성의 축조와 자기의 무덤인 여산궁(驪山宮) 건설로 국고를 탕진하고 국민이 도탄(塗炭)에 빠져서 통일제국 진(秦) 나라의 멸망을 촉진했다. 인도의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Shah Jahan)도 선대(先代) 황제인 악바르(Akbar)가 축성한 아그라성에 화려한 궁정과 아내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의 무덤인 타지마할(Taj Mahal)을 건축하느라 국고를 탕진했다. 그 당시 무굴제국의 연간 예산이 3억 루피인데 30%가 넘는 9,200만 루피(무덤 3,200만 루피, 궁 6,000만 루피)를 소비했다. 당연히 나라가 쇠퇴해졌고 아들인 아우랑제브(Auranzeb)가 반란을 일으켜 왕좌를 차지하고 아버지 샤자한을 성탑(城塔)에 유패(幽閉)시켜서 죽게 했다.

가까이는 청나라 말기 서태후(西太后)가 자기의 별장으로 쓰려고 이화원(頤和園)을 개조하는데 막대한 국고를 썼다. 이화원 안의 인공호수인 곤명호(昆明湖)에 돌로 만든 배 즉 석선(石船)인 청안방(淸晏舫)과 700m가 넘는 긴 회랑인 장랑(長廊), 각종 전각(殿閣)들을 초호화판으로 건축하는데 3,000만 냥을 썼다고 한다. 그 당시 청나라 1년 예산이 1억 냥이었으니 30%를 집행한 것이다. 서태후 입장에선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지만 물이 배를 띄울 수도 엎을 수도 있다”는 말이 싫었을 거다. 그래서 물이 뒤엎지 못하는 돌로 청안방을 만들었지만 얼마 못 가서 청나라는 뒤집어지고 말았다.

우리 조선도 대원군(大院君)이 왕실의 권위를 세운다고 무리해서 경복궁(景福宮)을 중건했다. 온 나라의 백성들로부터 기부금 명목으로 원납전(願納錢) 750만 냥을 거두고 물자나 인력을 징발하여 역사(役事)를 일으켰다. 원해서 내는 원납전(願納錢)이 아니라 원망스럽게 내야 하는 원납전(怨納錢)이었다. 부자들에게 1~2만 냥에 벼슬을 팔기도 했다. 순조(純祖) 당시 조선의 연간 세수(稅收)가 60만 냥 수준인 걸 감안하면 나라가 뒤집어질 일이다. 경제가 곤두박질치자 일당백(一當百)의 군사가 아니라 일당백의 돈인 당백전(當百錢)까지 발행했지만 대원군은 결국 실각(失脚)하고 말았다. 조선을 삼키려는 외세의 승냥이들에게 강토는 짓밟히고 먹혔다.

북한도 이런 사례가 있다. 필자가 2004~5년경에 남북 스포츠 교류 사업차 평양에 다닌 적이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자본주의의 산물인 여자 프로골프대회를 처음 개최하고 중계방송하기 위해서였다. 대회는 평남 강서군 태성리의 태성 호반에 조총련 사업가들이 건설한 18홀 규모의 유일한 평양골프장이다. 사전답사와 행사를 위해 가려면 평양에서 남포를 잇는 고속도로인 <청년 영웅도로>를 이용한다. 이 고속도로가 바로 가덕도처럼 졸속 낭비 SOC 건설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김일성(金日成)이 남한의 올림픽 개최에 버금가는 세계 청년학생축전을 1989년에 평양에서 개최했다. 이 축전에 참가한 세계의 대학생들에게 무언가 보여 주려고 이 도로를 순수 인력으로 2년 만에 완공했다고 자랑했다. 거리 40Km에 왕복 12차선의 고속도로를 사람 손만으로 천리마운동(千里馬運動)을 해서 2년 만에 완공했다는 안내원의 자랑이 늘어졌다. 필자의 눈엔 북한의 경제력에 비해 이런 도로가 왜 필요하며, 그 많은 노동력을 들여서 무엇하려고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말이 고속도로지 중앙분리대도 차선도 없었고, 곳곳에 웅덩이가 파여 있어서 자동차가 이리저리 비켜 다녀야 했다. 도착할 때까지 지나다니는 차를 두세 대 보았다. 많이 보이는 게 염소나 소를 몰고 가는 사람, 소똥, 웅덩이, 달구지, 자전거 정도였다. 아마 말릴 곡식이나 고추도 없어서 그런 모습은 못 봤다. 김일성도 이 일이 있은 후 사망하고 김정일이 계승을 하지만 북한 경제가 무너져 <고난(苦難)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황장엽씨의 회고록에 따르면 그 시기에 3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었다고 한다. 처참(悽慘)한 비극이다.

지금 지방의 공항 상황은 어떠한가? 인천과 김포를 제외하고 13개의 지방 공항이 있고, 김해, 대구, 청주, 부안, 양양, 제주 등 6개가 국제공항이다. 경영 상황은 제주, 김해, 대구를 제외한 10개의 공항 모두가 만성(慢性) 적자이다. 가덕도 공항도 김해와 국내선을 통합하지 않으면 적자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서 건설한 활주로에서 멸치나 대구 등 건어물(乾魚物)을 말릴 수는 없지 않은가? 만리장성, 타지마할, 이화원은 후손들에게 관광 자원으로 입막음이 되었지만 웅덩이 파인 활주로야 무엇에 쓸 것인가? 선거용 정책으로 만든 새만금 방조제가 30년이 지나도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계획상 향후 30년을 더 돈을 쏟아부어도 무언가 이루어질지 아리송하다. 사패산·천성산·강정마을·4대강 건설 때에 자연 훼손이나 도롱뇽 멸종, 평화유지 등을 우려해서 목숨 걸고 반대하던 환경단체가 이런 큰 SOC사업에는 입 다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도 내로남불을 보는 듯해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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