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 비즈니스와 투어의 차이(7/11)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파리 시내 관광

by 금운사 Jul 18. 2023
아래로

조선 과객(過客) 금삿갓이 파리에 대해서 뭘 알까? 밥상에 날아드는 파리떼만큼도 모르는데, 같이 사는 마누라가 너는 파리에 자주 다녔으니 무조건 며칠은 파리 관광 안내를 하라는 지엄한 명령이다. 하긴 회사 일로 파리에 다녀본 것도 십여 번이 넘겠지만 늘 수박 겉핥기도 못했다. 늘 업무 위주이다 보니 파리의 관광지가 어디에 있고 어디가 좋은지는 전혀 문외한이다. 그런데 안내라니? 출장와서 낮엔 일하느라 나다나지 못했고, 밤에 저녁 먹고 술 마시러 몇 군데 다닌 기억 밖에 없다. 난감할 노릇이다.

하지만 역마살에 방랑벽인 금삿갓이 가오가 있지 모른다고 자빠질 수야 없지 않은가? 차라리 지중해 연안의 코트다쥐르 지방이나 프로방스 지방이라면 눈감고도 안내가 가능한데, 파리는 그야말로 밥상의 파리 신세이다. 코트다쥐르는 과거에 업무차 일 년에 봄가을로 2~3주간씩 체류하면서 일을 했기에 마르세유, 아비뇽, 깐느, 니스, 앙티브, 모나코, 망통, 이태리의 샨레모, 제노바 등 빠삭한데. 파리 제끼고 거길 가자고 꼬일 방법도 마땅찮다. 아무튼 부딪혀보자. 3박 4일만 가이드하고 산티아고로 뜬다는 조건을 걸었다.

드골공항 2 청사를 나와서 배낭을 을러메고 전철을 탔다. RER B 노선을 타고 시내로 들어와서 샤뜰레역에서 지하철 7호선 갈아타고, 12 정거장에서 내려서 3분 거리에 민박집을 예약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 환전도 그리 많이 필요 없다. 트래블월렛 같은 시스템을 이용하면 되니까 오히려 지하철이나 관광지의 소매치기도 걱정이 덜하다.

첫날은 워밍업으로 지하철 표 사는 법, 지하철 타는 법, 차표 관리법 등을 알려주었다. 혹시 다니다가 이산가족되거나 의견차이로 헤어지더라도 숙소는 잘 찾아오도록 해야 하니까. 파리는 런던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지하철이 개통되었다. 그래도 역사가 120년을 넘었다. 1863년에 런던, 1868년 뉴욕, 1892년 시카고, 1896년 부다페스트의 뒤를 이어 1900년에 박람회를 계기로 지하철을 만들었다. 현재 14호선이고, 기차인 RER이 13개 노선, 트램이 9개 노선 등 정말 전철망이 거미줄 같다.

그런데, 열차 내부가 좁고, 의자 간격은 그야말로 초등학생이 앉아도 무릎이 맞닿을 정도다. 에어컨은 꿈도 꾸지 말자. 노선이 마치 뱀처럼 구불구불하여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자빠진다. 문도 자동으로 열리지 않기에 내리거나 탈 때는 본인이 직접 보턴을 누르던가 걸쇠를 올려야 한다. 서울지하철 같은 편리함이 이 세상에서 어디에 있겠나? 더구나 나이 들었다고 요금도 안 받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헬(hell) 대한민국 하지 말고 늘 나라에 감사하자.

파리에서 찍은 사진들 몇장 올려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1. 낭비가 낳은 이로움(7/11)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