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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Dec 19. 2023

76) 書懷(서회) / 회포를 쓰다

漢詩習作 (231218)

書懷(서회) / 회포를 쓰다

 - 금삿갓 芸史(운사) 琴東秀(금동수) 拙句(졸구)


空庭半月寂尤蕭

공정반월적우소

○○●●●○◎

빈 뜰의 반달이 고요하니 더욱 쓸쓸하고


雪待梅枝窘影招

설대매지군영초

●●○○●●◎

눈 기다리는 매화가지는 군색한 그림자를 불렀네.


暗馥風塵間一夢

암복풍진간일몽

●●○○○●●

그윽한 향기와 티끌은 꿈 한자리 사이인데


人稱不乞獨韜昭

인칭불걸독도소

○○●●●○◎

사람들의 칭송 구걸 않고 홀로 밝음을 감추네.

이 시(詩)는 연말을 맞아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세월이 흐르는 감회를 표현한 것이다. 추운 겨울에 모든 초목은 쇠(衰)하여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인적도 없고, 꽃도 없고, 헐벗은 나무만 있는 뜰이라서 빈 뜰로 표현했다. 달도 꽉 차서 둥근달보다 초승달이나 반달이 더 쓸쓸하게 보인다. 그러니 자연히 고요하고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겨울의 매화가지는 봄의 개화(開花)를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찬바람보다는 포근한 눈을 기다린다. 반달이 떠서 그림자가 생기니 명확한 것이 아니고 약간 군색한 그림자가 생기는 모양을 표현한 것이다. 만월(滿月)이었으면 그림자가 더 선명했을 것이다. 암향(暗香)으로 써야 되지만 평측(平仄)이 맞지 않아서 향(香) 대신 복(馥)을 썼다. 향기와 티끌은 인생사의 영욕(榮辱)을 표현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한낱 꿈일 뿐이다. 사람들의 입에 올라 칭찬받기를 구걸하기보다는 내실을 기하고 내면을 가꾸고자 하는 작자의 소회를 피력한 것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정(庭) 자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를 한 소(蕭), 초(招), 소(昭)이고, 소운목(蕭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고, 모든 구의 평측(平仄)의 전범(典範)을 정확하게 지켰다. 어려운 시어는 별로 없고 평이(平易)하다. 공정(空庭)은 빈 뜰이다. 적우소(寂尤蕭)는 고요하고 더욱 쓸쓸하다. 설대(雪待)는 눈을 기다린다. 군영(窘影)은 군색한 즉 초라한 그림자이다. 암복(暗馥)은 그윽한 향기인데, 암향(暗香)을 평측(平仄)에 따라 변형한 것이다. 풍진(風塵) 세속의 먼지 즉 인생의 어려움이다. 간일몽(間一夢)은 한자리의 꿈길 사이이다.  인칭(人稱)은 사람들의 칭찬이다. 걸(乞)은 빌어서 구하는 것이다. 도소(鞱昭)는 밝음을 감추는 것이다. 도광(韜光)과 같은 뜻이다. 중국의 국가 지표였던 도광양회(韜光養晦)는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지금은 유소작위(有所作爲) 즉 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하다로 변화했다. 등소평의 정책이 시진핑으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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