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바야흐로 대한(大寒)도 지나고 입춘을 앞두고 있는 시기인 음력 섣달 하순(下旬) 쯤에 피는 매화 즉 섣달 매화, 한문으로 납매(臘梅)를 읊은 것이다. 납매를 당매(唐梅)라고도 한다. 중국 원산이며, 1∼2월에 잎이 나오기 전에 눈(雪) 속에서도 꽃이 피는데 좋은 향기가 난다. 꽃 지름은 2cm 내외로 꽃받침과 꽃잎은 다수이며, 가운뎃잎은 노란색으로 대형이고 속잎은 암자색(暗紫色)으로 소형이다. 눈 속에 노란 꽃이 피고 향기가 정말 그윽하여 예부터 많은 선비들의 사랑을 받으며, 시의 주제(主題)로 많이 이용되었다. 필자도 멀리 남녘에 납매의 개화 소식을 접하고 흥을 돋구어 한번 읊어 본 것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 2번 자인 개(開)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를 한 매(梅), 시(腮), 최(催)로 회운목(灰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고, 모든 구는 평측(平仄)의 전범(典範)을 지켰다. 어려운 시어는 별로 없다. 당매(唐梅)는 납매를 달리 이르는 말인데, 중국에서 넘어온 물건들에 당나라의 의미인 당(唐)을 붙인다. 당부추, 당면(唐麪), 당수(唐手), 당나귀, 당견(唐絹) 등이 있다. 쟁규(爭窺)는 다투어서 엿보는 것이다. 시(腮)는 뺨이다. 무리들이 다투어 보면 놀라서 얼국색이 노랗게 변한 것으로 표현했다. 원래 매화는 흰색과 붉은색이 주류인데, 오직 납매만이 노란색이라서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필설(筆舌)은 붓과 혀로 말과 글을 나타낸다. 그윽한 향기를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만춘(慢春)은 더디게 오는 봄이다. 꽃의 웃음에는 소리가 없지만 눈 속에서 더딘 봄을 재촉한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