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사회의 문화, 매스 미디어 같은 매체에 주목한 일련의 미술 경향이 1950~60년대에 발생했다. 1954년 영국의 미술 평론가 로렌스 알로웨이가 <대중적인 미술(Popular art)>을 지칭하는 의미로 팝아트(Pop Art)라 불렀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으로 옮겨가서 활화산처럼 발전하게 되었다. 스스로 고급 미술을 지향하면서 추상표현주의를 주장하던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지만 대중들의 인기를 막지는 못했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젠키스트 등 미국의 세계적인 스타 작가들이다. 여자가 다리를 활짝 벌리고 음문(陰門)과 그 속을 적나라하게 들어내고 있다. 수영복 자욱이 선명한 가슴에는 도발적인 유두가 한 몫을 톡톡이 하고 있다. 선명한 비키니 그늘은 지난 여름의 진한 추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입은 크게 벌리고 음란한 신음을 토해 내는 듯하다.
오늘 애로서(曖露書)의 주인공 톰 웨셀만(Tom Wesselmann)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팝 아티스트이다. 그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에로틱 누드화에 천착(穿鑿)했다. 욕실, 침실, 거실 등에서 나체여인을 혼합소재와 그림 등으로 다룬 수 십 점의 <위대한 미국 누드(Great America Nude)> 시리즈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의 신체적인 구체적인 특징에 집중하기도 했다. 섹시한 입술, 발, 유방 등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의 그림에 밝은 원색을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그는 추상표현주의 작업과 콜라주 기법으로 오브제를 여성의 신체와 결합시키는 형식으로 화단에서 화제를 모았다. <위대한 미국 누드> 작품 중 하나인 도발적이고 외설스럽게 두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누드가 있다. 여체에는 수영복 흔적의 육감적인 젖가슴과 유혹적이며 노골적인 여성 상징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다. 이런 작품으로 웨셀만은 유명한 누드 전문 작가가 되었고 이로서 비난과 명성을 한 몸에 얻었다.
그의 회화에 특징은 누드와 오브제의 입체적인 꼴라쥬인데, 여기서는 여체와 정물이 간결한 표현의 실내 공간에 어우러져 있다. 특히 여성의 심벌인 가슴과 하체에 초점이 모아진다. 이처럼 벗은 여체는 그의 모든 회화의 영감의 원천이었다. 보통 그의 여체는 전화나 시계, 타월과 같은 오브제로 욕실과 침실의 독특한 섹스 이미지를 함께 만들어 내는데 여기서는 실내의 정물과 함께 한다. 복잡한 배경을 완전히 생략하고 담배나 재떨이, 꽃, 과일로 에로틱한 퇴폐적 무드를 더 부추긴다.
여성만이 대상은 아니다. 남성의 에로스도 지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에게 신비로움을 제공한다. 거대한 남근(男根)을 그림의 정중앙에 가로로 배치하여 그 힘의 위대성을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거대한 양물(陽物)의 끝 쪽에 담담한 표정을 한 여인의 얼굴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외로 이 여인의 시선을 한없이 따스한 눈길이다. 남성의 성기를 입에 물고 있는 듯한 표정, 아니면 남성을 곧 입술로 받아드리려는 모습이 에소스적 상상력을 불러오지 않을 수는 없다. 외설적(猥褻的)일 수도 있지만 어느 시대나 예술이 외설의 비난을 딛지 않고 발전한 적은 없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