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의 Planning Man인 송재(松齋)가 계획 세우기를 거부하니 모두들 그날그날의 일과에 대하여 손 놓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그래도 삼시 세끼는 먹어야 하는 것이니 식사 일과는 제외하고, 암묵적으로 모두 동의한 일과 중 하나가 매일 안마 즉 마사지를 받는다. 그리고 매일 망고를 사서 먹는다. 바기오에 있는 동안 마사지와 망고는 원 없이 즐기고 가자는데 모두 동의했다. 마사지라고 하니까 엉뚱한 상상을 하는 독자가 혹 있을지 몰라서 엄중 경고하는데, 동남아 특히 필리핀에서는 그런 이상한 마사지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마사지 숍이 독실이나 칸막이가 있는 구조도 아니고 여러 명이 동시에 마사지를 받는 구조이다.
아무래도 마사지를 받으려면 엎드려서 받는 시간도 있으므로 점심 식사를 하고 바로 마사지 숍으로 갈 경우에 엎드리는 자세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점심을 조금 늦게 먹더라도 식전에 근처 마사지 숍을 찾아서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정말 편리한 게 구글지도이다. 중국이나 공산권 국가를 제외한 세계 어디를 가나 구글 지도앱만 켜면 대부분의 필요한 사항을 해결할 수 있다. 발품을 팔아서 찾아보지 않아도 커피숍에 앉아서 인터넷만 연결되면 음식점, 호텔, 커피숍, 마사지 숍, 상점, 세탁소, 술집, 병원, 약국, 밤문화 까지도 찾을 수 있다. 마사지 숍을 검색하니 SM몰에서 200m 정도에 리뷰(Review)가 좋은 마사지 숍이 있었다. 이름도 그럴듯하게 <North Heaven Spa>이다.
어제 새벽부터 나와서 하루 종일 비행기와 고속버스에 시달린 몸을 좀 시원하게 풀어주자고 득달같이 마사지 숍으로 몰려갔다. 들어서니 우리가 너무 일찍 온 모양이다. 영업은 하는데, 마사지사들이 아직 출근을 많이 하지 않아서 원하는 데로 마사지를 받을 수가 없단다. 이곳은 아로마 마사지가 주종목이고 남녀 마사지사가 있는데, 여성 마사자사들이 아직 출근 전이라서 남성 마사지사에게 받으란다. 전신 마사지 1시간 30분에 1,400페소란다. 이곳이 약간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는데 역시나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그런데 들어왔는데, 조선의 양반 체면에 비싸다고 꼬리 내리고 돌아 나오기가 그래서 그냥 받기로 한다. 사실 아로마나 오일 마사지는 마사지를 끝내고 샤워로 잘 씻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남은 오일 성분이 내의나 옷에 묻기도 하고 약간 끈적거려서 별로이다.
일단 다른 곳을 다시 찾아서 다니기도 그렇고, 카드도 사용되고, 부담스럽게 비싸지는 않으니 아쉽지만 받기로 한다. 지하실로 내려가니 넓은 마사지 실이 준비되어 있다. 네 명의 사내들이 그곳에서 단체로 가운을 갈아입고 마사지를 함께 받았다. 피곤한 덕분인지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코를 고는 사람도 나오고, 금삿갓도 깜빡 졸면서 코를 골았는지 모르겠다. 마사지를 받으면 기(氣)를 빼앗기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