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기오의 첫날, 우리는 아지트로 정한 SM City Mall에서 계속 죽치기로 했다. 마사지를 받고 다시 돌아와서 약간 늦은 점심을 여기서 해결하기로 했다. SM City Mall에 입점한 음식점들의 상태 파악 겸해서 우선 한식점을 들렸다. 이 건물의 2층 북쪽 코너에 위치해 있다. 이름이 Wood Nymph Korean Restaurant(숲 속의 요정 한식당)이다. 이 식당의 본점이 바기오 시내에 커다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바기오에서 한식 메뉴는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가 갔을 때 한국 사람들은 한 사람도 없고 모두 현지인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숲속의 요정에서 식사 전에 한 컷>
<숲 속의 요정 한식점 밑반찬>
메뉴판을 보니 다양한 한식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메뉴의 모든 음식이 서비스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전골류에 부대찌개, 곱창전골,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이 있고, 해물 야채류에 오징어볶음, 해물파전, 고등어구이, 새우튀김 등이 있었다. 분식류에는 떡볶이, 치즈 라면볶이, 라면, 우동, 김밥, 군만두 등이고, 탕류에는 내장탕, 설렁탕, 감자탕, 해물매운탕, 갈비탕, 육개장 등이 있다. 육고기류에는 돼지(불고기, 갈비, 제육볶음, 보쌈, 삼겹살), 소고기(갈비찜, 불고기), 닭고기(닭갈비, 삼계탕, 양념치킨, 닭불고기) 등이다. 밥종류에는 공깃밥, 오므라이스, 김치볶음밥, 돌솥비빔밥, 각종 덮밥, 알밥이 있고, 면류에는 잡채, 물냉면, 비빔냉면, 비빔국수, 짜장면, 짬뽕 등 정말 다양했다. 거의 한국의 식단이다. 워낙 종류가 많다 보니 이 집에서 정말 제대로 우리 입맛에 맞게 조리를 해주는지가 의문스럽다. 그래서 주문하기가 더 어려웠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점심이고, 첫날이니 무겁게 시킬 일도 없고, 맛을 탐색한다는 차원에서 가볍게 단품으로 각자 사진을 보고 가장 맛있어 보이는 걸로 하자고 결정을 보았다. 객지에 나가면 항상 식사 장소와 음식 종류를 결정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비싼 대금을 내고 먹는데 맛이 자기에게 맞지 않으면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다. 억지로 먹자니 맛없고, 남기고 나가자니 배는 고프고 진퇴양난이다. 이런 경우를 유식한 말로 삼국지 조조의 계륵(鷄肋)이라고 한다. 먹자니 먹을 게 별로고, 버리자니 아까운 닭의 갈비. 그래서 우리는 인터넷에서 맛집을 찾고, 리뷰를 검토하고 별점을 세곤 하지만, 맛과 서비스란 것이 주관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모든 걸 믿을 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에 금삿갓이 지방 출장을 자주 다닐 때는 모르는 곳에 가서는 가끔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에게 다가가서 서장이나 시장·군수가 자주 가는 식당이 어디냐고 물어서 가면 대체로 실패가 적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제육볶음, 비빔밥을 시켜서 한 숟가락씩 나누어 먹어 본 바에 따르면 한국 주방장이 아닌 외국인들이 만든 음식이니까 그럴 거라 생각하자고 했다.
<제육볶음과 돌솥비빔밥>
음식점 평가로 세계적인 정평인 난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 사장인 동생 아두아르 미슐랭의 사업을 돕기 위해 지도국 공무원이던 형 앙드레 미슐랭이 지도에 시외의 맛집을 표기한 지도책을 제작하여 배포한 결과이다. 맛있는 집을 찾아 시외로 차를 끌고 많이 나가면 타이어가 닳아서 자주 교체하니까 동생이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하는 생각이었다. 프랑스판 맛집 평가서이다. 그런데 미슐랭 별점을 믿고 가보아도, 사람마다 기호는 다르다. 여기에 대응한 미국판 맛집 평가서는 저갯 서베이(Zagat Survey)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부부인 팀 저갯(Tim Zagat)과 니나 저갯(Nina Zagat)은 파리에 파견되어서 변호사로 근무했다. 둘이 취미 삼아 음식점 순례를 하면서 맛 평가를 한 것이 성장하여 세계적인 맛집 평가서가 된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잘 성장시켜서 2011년에 구글에게서 1.5억 달러를 받고 경영권을 넘겼으니 맛있는 음식 잘 먹고 다니면서 번 재산이 당시 변호사인 그들의 수입의 수십 배를 벌게 된 것이다. 취미 활동도 잘하면 큰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