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크리스천(Anthony Christian)은 당대 가장 유명한 수집가들에게만 알려져 있으며, 그의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여러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그의 팬들 중에는 그의 작품이 지난 세기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만큼이나 예술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올드 마스터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자연스러운 연속이다. 그리고 그는 결코 오래된 주인이 아니라 매우 현대적인 주인이다!”라고 칭송한다. 영국 최고의 초상화가이며 궁정화가의 반열이었다. 초상화, 정물화, 누드, 풍경, 등 특히 나무를 중심으로 한 그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번의 표지 그림은 <When Mona Came to Tea>로 명화 모나리자를 소환하여 에로틱을 발산했다. 모나리자를 에두아르 마네(Edourd Manet)의 <풀밭 위의 점심>에 초대하지 않고, 자신만의 비밀 정원에 불러서 달콤하고 질펀한 향연을 벌인다. 요염하고 발칙한 상상이다. 아래 작품 <Psyche and Her Beau>는 더 노골적이다. 마음의 여신 프시케가 그의 애인 사랑의 신 에로스(Eros)와 사랑을 나누기 바로 직전이다. 둘 다 다음의 관능적인 열락의 게임이 상상되어 은근히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다. 남자의 성기를 닮은 표주박에는 사랑의 술이 가득 들었으리라. 차라리 주변의 꽃들이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Psyche and Her Beau>
다음 작품은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Oedipus Fingers>이다. 아버지 라이우스(Laius)를 죽이고 어머니 이오카스테(Iocaste)와 결혼할 운명을 타고난 오이디푸스가 지금 무슨 손가락 장난을 치고 있는가? 지금 자기의 어머니를 상대로 “나쁜 손” 짓을 하면서 빤히 들여다보는 거라면 패러디라도 너무 나간 것 아닐까? 구도상 동굴 입구에서 아버지로 보이는 라이우스가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치면 쫓아 올 태세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열중이다. 어머니 이오카스테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수치와 분노를 표해야 할 텐데, 왼손에 꽃을 들고 약간 기쁨에 들뜬 표정 같아 보이기도 하고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 신화에서 어긴 근친상간의 금기를 앤서니 크리스천은 안 술 더 뜬다. 거장은 패러디로 도덕과 문화의 비판과 비평을 비껴가나 보다. 그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애로서(曖露書)는 정녕 제대로 표현된 것일까?
<Oedipus Fingers>
그의 작품 하나를 더 보자. <Logical Conclusion>이다. 그림의 내용이나 상황으로 보아서는 절대적으로 이성적 판단이나 논리적 귀결의 결론이 나질 않는 모양이다.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으니 결론도 도출될 수 없다. 당황한 결말이 어쩌면 맞을 수도 있다. 젤 뒤쪽 여인의 입술은 이미 흥건히 체액으로 흘러내리고 있으니 결론이 났다고 할 수도 있으려나. 하지만 가장 앞에 있는 여인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저쪽이 끝났다고 모두 결론을 선언하면 섭섭하겠지. 아무튼 아리송한 결론이다. 그래서 필자인 금삿갓이 결론을 내 보려고 한다. 마지막 작품을 보면서 우리들의 결론을 각자 머릿속에 그려보자. 앤서니 크리스천의 제자였던 Honey Potter의 작품 <Portrait of Anthony Christian>이다. 동성연애를 하는 여성들의 집단에 둘러 쌓인 앤서니 크리스천의 모습에서 결론이 선 것 같다. 서로 펠라치오와 키스하는 연인들과 발가벗고 누워서 다른 여인의 커닐링구스를 열심히 즐기고 있는 모습이 서로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