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의 그림은 벨리미르 트란스키(Velimir Trnski)의 <Amadeo>이다. 얼핏 보면 두 연인이 결렬한 키스를 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여러 사람이 겹쳐서 엉켜 있다.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면서도 가슴이나 머릿속으로는 다른 사람을 그리거나 상상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다. 이것은 마치 사진에서 연속적 다중노출 기법으로 촬영하여 사물의 활동성이나 시간의 흐름을 표출하는 방법과 유사한 듯하다. 아래 작품 <Beatrice>도 비슷한 기법이다. 2~4 사람이 긴밀하게 서로 얽혀서 진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주로 모델들의 얼굴에 꿈과 현실을 접착시키면서 동시에 캔버스의 표면을 세밀한 과학적 시각으로 탐구하는 것 같다. 이성적, 비이성적 또는 과거와 현대의 교차, 손의 필체와 사진의 사실적 감성 표현, 어쩌면 시적인 근원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 같다.
<Beatrice>
그는 크로아티아의 포드라비나(Podravina)에서 태어났는데, 이 지역이 헝가리의 평야와 크로아티아의 빌로고라(Bilogora) 산맥 사이에서 목가적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흔들리는 밀과 옥수수밭의 황금빛 바다, 아름다운 야생화로 뒤덮인 끝없는 평원을 춤추며 부드럽게 쓰다듬는 구름과 헝가리의 피가 흐르는 포드라비나 소녀들의 풍만한 가슴을 동경하며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는 실제이든 허구이든 그의 초상화에서 그는 주로 여성의 얼굴을 다루지 않지만, 두꺼운 색의 물질과 다양한 투명한 페인트 코팅 사이에 대비를 만든다. 아래의 작품 <Rester Avec Lui>와 <Moi Son Rayon de Soleil>을 보라. 이해가 되는가? 난잡한 성애의 적나라한 모습과 이를 즐기는 듯한 여인의 밝은 얼굴이 대비되고, 신문지 또는 찢어진 노트 같은 종이로 말린 남성의 성기 모양이 떼를 지어 여성의 은밀한 그곳으로 경쟁적으로 돌진하는 것이 또한 그로테스크하다. 그는 헝가리 대초원 위로 찬 눈을 가져오는 매서운 북풍조차도 포드라비나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바이올린 소리가 배경에서 울리는 가운데 사랑이 녹아내릴 때 눈의 욕망이나 뺨의 홍조를 식힐 수 없다고 주장한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그는 사랑의 활화산인가, 날마다 축제를 즐기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