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랄로(Bulalo)”라는 이름이 한국인이 부르기는 좀 민망스럽지만 맛은 정말 괜찮은 필리핀 음식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꼬리탕이나 우족탕과 비슷하다고 보면 대충 맞다. 우리와 조금 다른 점은 이들은 야채와 옥수수 등을 넣어서 같이 끓여 준다는 것이다. 고기는 주로 소의 뒷다리 뼈를 사용하는데, 고기가 붙어 있고, 골수(骨髓)가 꽉 찬 것을 끓인다. 골수가 모두 빠져나오고, 고기가 흐물흐물해질 때 가지 1~2시간 정도 끓이기 때문에 고기도 부드럽고, 국물 맛도 콜라겐이 많아서 아주 구수하다. 곁들이는 야채는 중국 배추의 일종인 페차이(Pechay), 양배추, 옥수수, 파, 양파, 마늘, 생강, 감자, 당근, 우리의 토란과 같은 타로(Taro) 등 필요에 따라 넣는다. 필리핀인들은 밥에 간장과 함께 도는 우리나라의 탱자 비슷한 칼라만시를 곁들여 먹는데, 한국인은 그냥 꼬리탕 먹듯이 먹으면 된다. 이와 비슷한 음식이 닐라가(Nilaga)가 있고, 시니강 바카(Sinigang Baka)도 신맛만 조금 덜하면 비슷한 형태로 생각된다.
부랄로는 필리핀 남부 루손 지역, 특히 바탕가스와 카비테 지방이 원산지란다. 필리핀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요리가 있는데, 바투안(Batuan) 과일을 곁들인 서부 비사야 칸시(Western Visayan Cansi), 사마르(Samar) 섬의 팍돌(Pakdol), 세부(Cebu) 섬의 포체로(Pochero)가 있다. 부랄로의 주요 재료는 소의 뒷다리지만 돼지다리로 만들어도 비슷하다. 도리어 돼지다리를 사용하면 젤라틴이 더 풍부하여 약간 더 걸쭉해진다. 부랄로에 풍미를 더하기 위한 가장 인기 있는 소스 중 하나는 파티스(Patis)라는 생선 소스와 칼라만시(Calamansi), 칠리를 섞는 것이다. 이 소스의 신맛과 매운맛이 지방이 많은 돼지고기의 맛과 풍미와 조화를 이루어 요리를 더 맛있게 만든다. 파티스 소스는 우리로 따지면 젓갈과 유사한 것이다. 멸치나 고등어 비슷한 생선을 항아리에 소금과 함께 숙성 발효시키는데, 향미를 위해 마늘, 후추, 고추 등의 향신료를 추가시킨다. 만드는 과정이 멸치젓이나 까나리 젓이랑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