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필리핀 음식 : 레촌(Lechon)

금삿갓이 2004년에 Negros섬의 더마겟(Dumagete) 해변의 남쪽에 있는 유명한 스쿠버 스폿인 아포(Apo) 섬으로 스쿠버 다이빙하러 가서 개인 리조트에서 한 일주일 머물렀다. 그때 그 집 요리사가 만들어준 레촌(Lechon)이 정말 맛있었다. 이제까지 먹은 어떤 레촌 보다 최고였다. 아마 장시간 물질을 하고 난 후의 허기진 배에 산미구엘 맥주가 바삭한 껍질과 궁합이 기가 막혔을 것이다. 필리핀식 전통 통돼지구이를 레촌(Lechon)이라고 한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잔치 음식으로 보통 태어난 지 4~6개월 정도 되는 어린 돼지를 통째로 숯불에 구워서 먹는다. 불에 은근하게 구우므로 돼지 겉껍질은 바삭하고, 안의 고기는 부드러워서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필리핀에서는 생일, 결혼식, 성년식,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 먹는 약간 고급 음식이지만, 최근에는 레촌 전문점이 많이 생겨서 언제든지 쉽게 맛볼 수 있다.

“레촌(Lechon)”이라는 이름은 스페인어로 “젖먹이 돼지”를 뜻하는 “레초나(Lechon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어린 돼지요리는 원래 “레촌 데 레체(Lechon de Leche)”라고 불리고, 레촌은 그냥 모든 돼지구이를 나타내는 것이었는데, 그냥 이름이 통합된 것이다. 어린 돼지를 통째로 꼬챙이에 꽂아 숯불에 몇 시간 동안 천천히 구워내는데, “레초네로(Lechonero)”라고 불리는 굽기의 달인이 제대로 요리하면 안의 고기는 부드럽고 육즙이 많아지고 가죽은 사탕처럼 바삭바삭해지고 완벽한 주황색 광택으로 캐러멜화된다. 이 요리는 원래 스페인이 원조이고, 스페인의 식민지로 퍼져 나갔는데,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레촌 아사도(Lechon Asado)라고 한다. 스페인 식민지는 아니지만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에 가서 보니, 거기는 돼지를 분해하여 장작불 위에서 철판을 가로질러 막고 구워서 매운 멕시코 고추양념에 찍어 먹는데, 저크 포크(Jerk Pork)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