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쓰는 두 번째 이야기
지난 두 달간 나를 들었다 놨다 한 단편 소설 완성하기 수업이 끝났다.
소설 쓰기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을 때만 해도 ‘이 다음 단계’를 생각하곤 했다. 이제야 한 편을 어쭙잖게 완성한 아마추어인 나지만 앞으로 계속 써내려 간다면 언젠가, 먼 훗날, 운이 좋다면 괜찮은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행운을 기대하며 말이다. 그러면 당연히 탈락하겠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공모전 비슷한 것에 응모를 해볼 수도 있으려나. 그리고 책을 낼 수 있다면. 그건 지금 상황에서 너무 가당치도 않는 일이므로 생각을 멈추고 도리질을 쳤다.
하지만 수설 수업이 끝나고 이 주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나를 흥분시키던 열기는 가라앉고 다시 과거로 퇴행 중이다. 역시 사람의 본성은 게으름 아닐까. 본성을 역행하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관성에 의해 다시 게으름의 삶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자연의 섭리 아닐까. 그렇게 위로하며 시험기간이 끝난 학생처럼 밀린 약속을 잡고 연말을 즐기다 보니 다시 문학과는 한 걸음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어렵게 잡은 손을 놔버린다면 나약한 내 영혼은 다시 남은 휴직기간 동안 넷플렉스와 유튜브의 노예가 될 것이 자명했다. 남은 휴직기간 동안 문학과 나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작은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하나. 단편 소설을 꾸준히 읽는다.
단편 소설 수업에서 추천해 준 <소설보다>*시리즈는 여타 문학상 단편들보다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소설보다>에 수록된 전하영 작가의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를 내 글의 레퍼런스로 참고하게 됐던 것이 인연이 되어 전하영 작가의 단편집과 장편까지 읽어가다 보니 나는 사회 속 ‘여성’을 소재로 한 글에 더욱 공감하며 읽는다는 취향을 알게 됐다. 한 명의 인간이자, 다양한 역할(엄마, 딸, 직장인 등..), 하나의 성을 가진 존재를 소설이란 도구를 통해 다양한 각도로 비춰 보는 것은 마치 나를 한 걸음 떨어져 제3자의 눈으로 지켜보는 느낌이 들어 흥미롭게 느껴진다.
간혹 개성 있는 단편집 시리즈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책을 덮은 뒤 ‘무언가 써보고 싶다’, ‘필사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소설을 쓰는 것은 막연하고 두렵지만, 내 취향의 소설은 읽는 것만으로도 글쓰기의 엔진을 데워준다는 느낌이다. 결국 내가 흥미 있는 것, 궁금해하는 것이 소재가 된다. 소설을 통해 세상을 간접 경험하고 그 안에서 보물찾기 하듯 나의 취향과 흥미를 찾아내는 것은 결국 언제가 내 글의 소재가 될 것이다.
둘. 좋았던 글은 필사하고 분석한다.
소설 수업에서 여러 번의 당부에도 수강생들은 문법이나 소설의 기본적인 형식을 지키는 것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었다. 답답해하던 작가님은 단편을 하나씩 정해 필사하고 분석해 보자는 제안을 했는데 처음으로 해본 키보드 필사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눈으로 읽고 스치던 문장들을 내 손으로 타자를 치며 필사하니 눈으로 스쳐 튕겨나가던 문장들이 머리로 들어와 잠시 머무르다 나가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글 쓰기를 배운 적 없다 보니 필사를 하며 작가의 세부 표현이나 캐릭터의 특징들을 생각하며 무릎을 칠 때가 있었다. 필사를 하는 것은 소설 한 편을 잘 씹어 소화시킨 듯한 느낌이 들어 가장 쉽고 꾸준할 수 있을 공부법이 될 것 같다. 하루에 15분 내외를 투자해서 두 세장 분량으로 필사한다면 일주일이면 한 편을 필사 가능하다.
필사를 한 글은 간단히 형식을 분석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설을 분석하는 것은 작가가 써 놓은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시간을 거슬러 부검하는 느낌이다. 스토리와는 별개로 작가가 의도한 장치나 구조를 분석하는 공부가 되는 것 같아서 앞으로 꾸준히 해보고 싶다.
- 로그라인 : 누가 뭐 하는 글인가? (한 줄로 명료하게 요약될 수 있도록)
- 격변의 사건: 예)갑자기 전화가 걸려온다.
- 메인 갈등
- 메인 액션: 메인 갈등으로 인해 주인공은 어떠한 액션을 하는가?
- 주인공의 욕망
- 주인공의 변화 여부: 주인공은 이야기가 진행되며 최초의 캐릭터에서 변화가 있는가.
셋. 다시 쓴다. 쓸 것이다. 써 볼 것이다.
백날 필사하고 분석해도 쓰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어쩌다 보니 성실한 수강생의 ‘야 너도 할 수 있어! 단편소설 8주 완성’ 같은 수업 후기 글을 써버렸다. 하지만 정작 수업 중 완성한 소설을 스스로 마주하지 못하고 있다. 수업 중 인상깊게 들은 말 중 소설은, 특히 초기작들은 작가 자신의 경험과 삶이 투영된 작품들이 많다는 점에서 작가 자신을 파는 행위라는 비유를 했다. 정말 소설이 끝을 향해 갈수록 나의 밑천이 드러나고 인생을 공개방송 하는 것 같아 소름이 돋고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었다. 직업적인 요소 외에는 나의 삶과 무관한 주인공의 삶을 썼음에도 말이다. 너무 후졌다를 반복하며 덮어버린 나의 습작을 언제쯤 당당히 대면할 수 있을까.
수업을 듣던 두 달간 문학의 변두리에서 괴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부족한 글이지만 꾸준히 써내려 나가길 2025년의 나에게 기대하며. 계속 써보자.
* <소설보다>는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문지문학상 후보작)을 묶은 단행본 시리즈로, 1년에 네 권씩 출간됩니다.